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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가 반기는 이동훈의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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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첫 우승을 바둑계가 반기고 있다. 23일, 이동훈은 ‘바둑왕’이 됐다. 제33기 KBS바둑왕전 결승(3번기)에서 대면한 상대는 한국랭킹 1위이자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정환 9단. 바둑계의 예상은 당연히 박정환의 우세를 점쳤다. 더군다나 박정환은 KBS바둑왕전을 세번이나 우승한 바 있는 속기의 명수. 이 대결 직전(열흘 전) 박정환은 LG배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난적을 맞아 이동훈은 한 번도 지지 않고 내리 2연승을 거두면서 바둑왕에 올랐다. 1국을 이긴 것은 상대 박정환이 LG배 결승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틈을 탔다고 여겨줄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물오른 신예 이동훈이 거침 없는 기세로 2국에서 3번기를 끝내자 얘기가 달라졌다. 늘 새로운 강자 출현을 기다리는 바둑팬은 환호했고, 중국바둑에 견줘 허리층이 약한 게 아쉬움웠던 한국바둑의 처지에서 근래 나현의 2관왕 등극에 이어 또 한명의 신예 타이틀 보유자가 등장한 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끝내기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동훈이라지만 결승1국에선 초반에, 2국에선 중반에 승기를 잡았다. ‘무결점’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가진 박정환의 허점을 파고 드는 일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싸움꾼의 도발도 박정환 앞에선 별 소용이 없다. 특히 박정환은 초반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그런 박정환을 상대로 ‘KO승’을 연달아 얻어낸 이동훈에게 바둑동네는 눈을 크게 뜨고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숨가쁘게 진행됐던 KBS바둑왕전 결승2국. KBS 부조정실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이동훈이 철저히 준비했다. 바둑왕전 결승을 앞두고 이동훈은 박정환의 기보를 철저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결론은 ‘결점을 못 찾겠다(?)’였다. 특별한 계책을 준비하지 못한 채 이동훈은 승부에 임했다. “어차피 강한 상대를 맞이했다. 배운다는 자세였고, 그저 내 바둑을 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계책은 우승으로 연결됐다. 한국바둑은 중국과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3년 중국이 세계대회 개인전을 독차지하도록 허용한 것을 비롯해 한국이 다소 밀렸던 흐름의 원인을 많은 이들이 두텁지 못한 허리층에서 찾는다. 세계대회에서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한국은 사람수에서 밀리기 일쑤다. 국내 랭킹 상위 몇 명의 기사에게 의존하기에 중국보다 우승을 향한 안정성 면에서 뒤처진다. 소장파, 그러니까 신예 중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기사들이 탄탄한 무리를 형성해 주기를 우리 바둑계는 바랐다. 이동훈 같은 신예들이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국내 타이틀 지형을 변화시키는 것이 반가운 것은 그래서다. 나현(20)이 한국물가정보배에 이어 근래 천원전에서 우승을 해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 바둑팬들에게 든든함을 안겨 주고 있다. ‘생애 첫 우승’을 해냈다면 그 감격이 엄청날 터인데 인터뷰에 응하는 이동훈의 목소리는 (적어도 본 기자가 느끼기엔) 극도로 담담했다. 이동훈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면서도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세계 무대를 의식한 말이었다. 세계로 날아올라 날개를 휘젓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바둑왕 등극은 지극히 큰 것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큰 것의 시작점이다. 관련기사 ▶ 이동훈, 바둑왕 등극 (☞클릭!)  ▲ KBS 박원철 스포츠중계 부장(가운데)이 우승자 이동훈(오른쪽)과 박정환에게 시상했다. - 우승을 축하한다. 지금 심정은? “운 좋게 결승에 올랐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해 엄청나게 기분이 좋다. 단,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랭킹 1위와의 결승전이었다. “상대가 더 부담이 있는 승부였다. 워낙 강한 상대를 맞이해 나는 배우는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결승전을 앞두고선 박정환 9단의 기보를 분석했다. ” - 새삼스럽지만, 박정환 9단은 어떤 기사였나? “기보에서도 느끼지만 단점, 허점을 찾을 수 없다. ‘그냥 내 바둑을 두자’고 생각했다.” - 그간 신인왕전과 명인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준우승 때마다 무척 아파하는 모습을 봤다. 이젠 떨쳤겠다. “당시엔 무척 아팠지만 금방 잊었다. 박영훈 9단과 겨룬 명인전에서 준우승을 거둔 건 아쉬움이 오래 가긴 했다.” -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우리나라에선 이세돌 9단이고 중국은 스웨 9단을 꼽겠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수차례 맞붙었는데 전투 시의 맹렬함,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느꼈다(※ 이동훈은 이세돌과 지금까지 3차례 맞붙어 3전 전승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무척 힘겨운 승부였음을 이야기했다). 스웨 9단은 중국바둑의 선두에 서 있고 그 뒤로는 그와 실력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많은 기사들(커제, 미위팅, 판팅위, 천야오예, 판팅위, 저우루이양, 퉈자시…)이 포진했다.” - 바둑 연구를 하지 않을 땐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나? “스포츠를 좋아한다. 특히 공으로 하는 건… 축구•야구•농구•배구 가리지 않는다.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즐겁다. 그 밖에 영화도 보고 등산하는 것도 즐긴다. 책은 많이 안 읽는 편이다.” - 여자친구 있나? “없다. 당분간 없을 것 같다.” - 포부는? “지난해엔 한동안 슬럼프를 겪다가 후반에 좀 바둑리그에서 결정적일 때 팀이 우승하는 데 기여를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겼다. 올해는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보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여기에 온통 생각이 가 있다. 물론 국내기전에서도 타이틀을 계속 따 내고 싶다.”  ▲ 시상식이 모두 끝나면 조촐한 다과회가 기다린다. 잔치기도 하고 일종의 뒷풀이인데 매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다.  박정환(준우승)  - 통산 네 번째 바둑왕을 노리고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번 준우승은 LG배 우승이란 큰 성취감 뒤의 후유증 비슷한 것이었을까? “하하, 잘 모르겠다. 글쎄, 속기가 좀 변수가 됐다. 전에는 속기라면 ‘지는 걸 생각할 수 없다’고 봤는데 이제는 ‘이기는 걸 생각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됐다.” - 자신보다 나이 어린 기사들과 겨루는 일이 아주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담이 좀 됐겠다. “그것도 있겠지만 요즘 후배들의 기량이 아주 뛰어나다.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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