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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호 "생지옥을 벗어난 느낌"
박건호 입단. 한국기원 소속기사 301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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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양산 토박이'라는 98년생 박건호가 동률재대국의 관문을 뚫고 입단에 성공했다. '양산 박'의 탄생이다. 2월4일 오전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135회 입단대회 동률재대국(4명의 더블일리미네이션 리그)에서 박건호는 2승을 거둬 입단했다. 지금까지 입단자는 홍무진, 박재근, 최재영, 박건호가 정해졌고 이제 한 자리가 남았다. 제135회 일반입단대회는 총 182명(본선시드 37명, 예선 145명)이 출전했고, 총 다섯 명이 입단한다. 대회는 1월23일 예선을 시작해 64명의 본선진출자를 가렸다. 1월29일 시작한 본선은 스위스리그로 진행해 2월3일까지 총 11라운드를 치렀다. 11라운드 대국 후 남은 8승자 네 명이 더블일리네이션 리그로 동률재대국을 치렀고 박건호가 2전 전승으로 먼저 입단했다. 4일 오후에 벌어지는 3회전에는 김치우와 이창석이 최후의 한 자리를 두고 대결한다. 입단대회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30초 3회가 주어진다. 박건호가 입단하며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301명(남자 248명, 여자 53명)으로 늘었다.  - 생년월일: 1998년 6월14일(경남 양산) - 父 박진우, 母 이순희 - 지도사범: 박병규 9단 - 출신도장: 장수영 바둑도장 - 바둑입문: 8세(양산 덕계 영재 바둑학원) - 기풍: 두터운 실리형 - 존경하는 프로기사: 이창호 9단 - 입상경력: 2014년 제6회 중고연맹 회장배 고등최강부 3위 ●박건호 ○김치우-209수 흑불계승 입단 인터뷰/ “생지옥을 벗어난 느낌이다” - 16세8개월의 입단이다. “부모님께선 내가 적어도 고등학교 2학년 나이 때까지는 입단하길 바라셨는데 적절하게 잘 된 것 같다. 고3 나이가 되면 입대 문제도 슬슬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쫓기는 심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일반입단대회에는 이번이 4번째 도전이었다. 3번째까지는 매번 예선2회전에서 탈락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조바심이 났다. 지난해엔 연구생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고, 입단포인트 20점을 확보해서 시드를 받았기에 이번 대회엔 본선부터 뛰어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다.” - 소감은? “입단결정국 상대가 초시계를 손수 껐다. 내 다리가 풀렸다. 온 몸이 나른해지는 걸 느꼈다. 반면 심장은 쿵쾅거리며 튀어나올 것 같았다.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 입단대회 도중 7승2패를 했다. 한번만 더 지면 완전 탈락이 될 위기였다. 양산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시며 편안하게 두라고 하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대견하다’고 해주신 말이 머릿속을 울리고 또 울렸다. 아버지께서도 늘 부담을 안 주려고 하셨다.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 이번 입단대회를 되돌아보면? “11판 연속 운명의 승부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생지옥이었다. 대국이 끝나고 지칠 대로 지쳐서 망원동 장수영바둑도장의 숙소로 돌아가면 밤 9시30분이다. 좋아하던 야식도 먹지 않았다. 다음날 속이 안 좋으면 큰 문제다. 컨디션에 혹여 문제가 없도록 힘을 다했다.” - 바둑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7살 때(2005년) 경남 양산의 집 근처에서 바둑교실을 다녔다. 10살 누나가 수학 학원에서 상으로 받은 장난감 바둑판을 가지고 어머니와 나는 ‘단수’ 놀이를 하고 놀았다. 단수만 아는 어머니께서 그것만 알려 주셨다. 난 그게 재미있어서 바둑교실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동네 바둑으로는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던 아버지께서도 반대하실 이유가 없었다. 2년인가 3년인가 다니다가 덕계영재바둑교실로 옮겨서 계속 배웠다. 바둑교실엔 나를 이길 상대가 없어졌다. 낮엔 바둑교실을 다니고 밤엔 기원을 다녔다. 기원 아저씨들은 아마추어 5단 정도의 실력들이 많으셨고 나는 2~3점을 깔아야 했다. 아저씨들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셔서 기원은 오래 다니지 못했다. 양산은 부산과 가깝다.실력이 늘고 나서, 프로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부산의 장명한바둑도장으로 옮겼는데 도장생이 점점 줄어들었고 더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한 1년 정도 바둑을 쉬고 맘껏 놀았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 바둑은 싹 잊었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끝내 바둑과 떨어질 수가 없었다. 2011년 12월21일 서울로 갔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달 정도 배워 보고 내 길이 영 아니다 싶으면 바둑은 접으려 했다. 부모님도 한달 해보고 결정하겠다는 내 의지를 존중해 주셨다. 서울의 장수영도장에서 나는 미친듯이 바둑을 뒀다. 박영롱, 홍무진, 박경근, 김성진, 김진휘, 오정아, 이유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실력 있는 소년소녀들이 그곳에 있어서 만만한 판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프로가 된 사람들이다. 상경한 뒤 2달 만에 난 한바연 최강부 대회에서 2번 우승하고 연구생에도 들어갔다. 부모님께 계속 프로가 되기 위해 수업을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경성중학교를 다니며 학업도 계속했고 바둑부 특기생으로서 바둑을 연구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끝내기와 수읽기를 보완해야 한다. 초반은 자신 있다. 구리 9단과 조한승 9단의 영향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초반 설계 능력을 가진 기사들이다. 나는 예전엔 실리를 좀 밝혔는데 지금은 두터움도 많이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 바둑 공부하다 집중력이 떨어질 땐 어떻게 했나? “솔직히 하는 얘기지만, 수업시간에 조용히 나가 숙소로 가서 자고 온 적도 있다. 정신이 맑아지는 게 탁자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낫다. 배가 고파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공부 시간에도 편의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 먹고 왔다.” - 좋아하는 프로기사는? “이창호 9단이다. 겸손하시고…. 이창호 9단의 끝내기는 여전히 훌륭한 교본이다.” - 목표는? “5년 안에 국내 타이틀을 따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생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취재 | 박주성·김수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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