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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돌불입'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고교동문전 후원하는 '예스24' 김기호 대표이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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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의 추억만큼 오롯한 것이 있을까. 특히 고교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남다를 것이다. 치열한 사회로 진출하기 전, 주변의 보호 속에 천방지축 유영(遊泳)한 청소년기의 끝자락이었기에 그럴지 모른다. 고교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여전히 인기를 끄는 배경엔 이런 추억심리를 자극하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고교동문 대항전인 YES24.com배가 스타기사가 나오는 프로기전이 아닌 데도 높은 시청률(바둑TV)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획기적인 기획으로 시선을 잡은 대회다. 바둑은 본시 개인전 경기이다. 여기에 단체전 형식을 가미한 것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통상 3:3, 혹은 5:5 대항 다승으로 승부를 가리거나, 농심신라면배처럼 승자가 계속해서 다음 상대를 맞는 연승전이 흔히 봐왔던 단체전 방식이다. 개인전이건 단체전이건 1:1 대국의 승패로 전체(단체) 승부를 결정짓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한 판의 대국을 온전히 책임지는 구조, 이것이 전통적인 대국의 방식이고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둑의 형태였다. 예외가 있다면, 동패가 순차적으로 착수하는 페어바둑 정도랄까. 그런데 고교동문전은 세 명의 선수가 초반 • 중반 • 종반을 나누어 맡아 한 판의 대국을 벌이는 릴레이 방식이다. 말하자면, 계주바둑이다. 페어바둑과는 또다른 묘미가 있다. 자연 더그아웃(검토실)에서 작전숙의도 가능하고, 스포츠 경기에서 교체선수에게 감독이 귀엣말로 비전(秘傳)을 지시하는 것처럼, 다음 주자는 형세에 따라 새로운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다. 팀워크가 잘 맞아야 이길 수 있으니, 이야말로 단체전의 진수를 쏙 뺐다. 개인기량을 겨루기보다 동문간 우의를 다지는 데 주안점을 둔 반상동창회가 아닌가.  ▲ 바둑도 이처럼 많은 동문을 모이게 하고,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박수치게 하는 종목이이라는 걸, 고교동문전이 보여주었다.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8년 전에 시작했다. 당시 바둑마인드로는 “바둑이 장난이냐?”는 비아냥도 들었을 법한데, 이러한 역발상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디지털베이스를 기반으로 행마하는 예스이십사(주)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1월17일, 결승3번기에 이어 시상식을 끝으로 제8회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이 막을 내렸다. 현장에서 예스이십사(주) 김기호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이렇듯 재미있는 대회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스24는 우리에게 ‘인터넷서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다른 여러 사업도 펼치고 있더군요. 먼저 짧게,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서점인 만큼 좋은 책을 제공하는 서비스야 당연한 것이고요, 현재의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미래 독자를 위해 전자책 콘텐츠뿐만 아니고 뷰어와 전용단말기 포함한 전자책 보급 분야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외 영화, 공연, 연극, 뮤지컬, 콘서트 예매와 같은 티켓사업과 음반이나 DVD 판매 같은 온라인마켓 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선물할 수 있는 일반 생활용품들도 기프트에 들어와서 구매할 수 있고요. 온라인을 기반으로 종합문화사업을 펼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문화를 유통하는 기업이란 측면에서, 바둑대회를 창설한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고교동문전을 만든 취지와 배경이 있을 듯합니다. 어떻게 바둑대회를 착안하게 되었는지요? “책을 주로 하지만 한편 영화, 공연, 음반 등 종합적인 문화를 대중을 위해 전달하는 중간 유통역할을 하고 있기에 바둑이란 것도 포괄적인 문화로 이해하고 기획한 것입니다. 한편 빠른 디지털세상 속에서 바둑대회를 통해 고교동문들이 모여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요. 마침 저희 자매회사인 한세실업이 대학동문전을 후원하고 있어 더욱 자연스러웠고요.” ‘YES24’와 의류수출 전문업체인 ‘한세실업’은 계열회사다. 두 회사가 나눠 후원하고 있는 ‘고교동문전’과 ‘대학동문전’도 같은 릴레이 대국방식을 택한다. 나란히 8회 대회를 치른 것도 같다. 자매 같고, 한쌍 같은 대회다. - 한세실업의 김동녕 회장은 바둑애호가로 소문이 자자하죠. 대표님은 어떠하신지요? “하하, 저는 애호는 하는데 잘 두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주요 기전은 빠짐없이 보고 있답니다. 요즘에는 바둑을 두는 이와 못 두는 이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전에 저희가 자랄 때는 바둑을 두긴 다 두는데 잘 두는 이와 잘 못 두는 이로 나뉘었던 시절이었지요.” - 바둑을 동문과 연결한 것은 참 독특한 발상이었습니다. 본시 개인경기인 바둑을 단체 릴레이경기로 선보인 것도 그렇고요. 혹시 대회창설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지요? “저희는 인터넷계열이기 때문에 사실 디지털베이스 거든요. 굉장히 빠른 디지털베이스. 그런데 바둑고교동문전이란 바둑에 대한 것도 아날로그적이고 고교동문도 참 아날로그적인 거죠. 그러다 보니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와는 뭔가 공감대가 없을 것 같지만, 역발상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가장 묻어나는 대회를 주관함으로써 조금 균형도 이루고, 또 디지털의 빠른 세상 속에서 지체 있는 사람들한테 바둑과 고교동문을 엮은 대회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에너지를 추구해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 파격적인 대회방식뿐 아니라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바둑꿈나무를 후원하는 아주 색다른 대회이벤트를 병행함으로써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대회나 꿈나무후원이나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를 실행하는 셈인데요, ‘예스24’의 회사명에서 착안한 240원, 한수 착수마다 240원씩의 적립금도 기발하고요. “아직까지는 큰 금액이 아니니깐 이걸 가지고 기업의 환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요. 물론 바둑대회를 생각하면 환원의 측면이 있긴 하지요. 꿈나무 후원은 고교동문전이 활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단순히 과거(에 태어난) 사람들이 현재의 바둑을 활성하는 행위로 끝나기보다는, 현재의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여 두면 둘수록 더 많은 적립금이 쌓여 뒤에 바둑에 정진하는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도해본 것입니다. 미래상생의 구조를 생각한 것이죠. 현재의 사람이 바둑을 두면 둘수록 미래 꿈나무들에게 더 많이 기회 돌아가기 때문에...잘된 기획이고, 상당히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고교동문전이 시청률이 좋게 나오는 이유도 선수들만 즐기는 잔치가 아니라 모두 참여하는 이런저런 장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 고교동문전 본선32강부터 결승전까지 한수 착수마다 240원씩(이 액수는 ‘예스24’ 사명과 연관한 아이디어) 적립하여 전달한다. 출전선수 개개인이 동참하므로 후원사와 선수가 다 같이 마음을 모으는 장학금이라 더욱 뜻깊다. 8회 대회에서 모은 장학금은 506만3,400원. 1월17일 시상식에서 유망한 바둑꿈나무들에게 전해졌다. - 바둑꿈나무를 후원하듯이 다른 문화분야에서의 후원사업 또한 활발하다 들었습니다.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거로는 현재 10년 넘게 개최하고 있는 어린이독후감대회가 있지요. 8천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입니다. 책을 멀리하는 어린이한테 균형 잡힌, 감성적인, 이성적인 판단력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서 누적 10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작품을 냈습니다. 이뿐 아니라 여름 2박3일 독자를 모시고 책의 배경이 된 지역을 작가와 함께 찾아가는 문학캠프도 열고 있지요. 비즈니스 차원에서라기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좀더 책을 읽는 환경 제공하기 위해 하는 일들입니다. 바둑캠프도 한번 고려해볼만하군요.” 속도와 소모를 요구하는 디지털세상에서 느림과 채움의 바둑은 아날로그 보완재 - 경영자로서 바둑과 경영의 닮은 점을 든다면 어떤 면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있겠으나...먼저 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 ‘미생’을 말 안할 수 없군요. 주인공 장그래는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입단을 못했으니 실패한 낙오자인 셈인데, 이런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둑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역경을 헤쳐나가는 스토리 아닙니까. 크게 보면, 마찬가지로 경영과 바둑도 유사한 측면이 많아요. 가장 유사한 건, 아마추어는 한수 무르기도 하지만 프로페셔널 세계에서는 미룰 수 없잖아요. 한번 둔 수는 다음에 전개되는 모든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데, 경영(회사)에서는 한번 내린 의사결정은 후퇴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의사결정에 따라서 뒤에 오는 모든 것을 감당해야 되는 것이죠. 또 바둑에 보면 상대방이 도전해 올 때까 있죠. 이때 응전할 것인지 아니면 긴 호흡으로 약간 물러섰다가 다른 작전을 펴야할지 진퇴의 문제가 있는데,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와 경쟁할 때 맞상대하여 이기는 싸움을 해야할지, 아니면 좀 물러섰다가 내년 후원을 기약하면서 제3의 전략을 펴야할지 등등이 그렇습니다.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해 경영의 흐름을 타야 한다는 점은 바둑이나 경영이나 같지요.” - 곁들여서, 위기십결이나 바둑격언 중 경영적인 관점에서나 인생적인 면에서 가장 공감하는 항목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멋있는 격언 같은 거는 아니고...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80년대 초에는, 요즘은 노래방이나 여러 곳 갈 곳이 있지만 그때의 직장문화는 업무 끝나면 저녁내기 바둑을 두며 어울리는 그런 거였습니다. 기원도 많았고요. 그때 자주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조어(造語)라고 해야 하나, 속어일 수 있는데...말도 한번 나간 말은 돌아오지 않듯이 한번 던진 수는 절대 후퇴가 안된다,는 뜻으로 ‘낙돌불입’이란 유사격언이 유행했지요. 화투판의 ‘낙장불입’과 맥을 같이 하는 표현이랄까요. 신중을 기해 두라는 의미지요. 저는 그 말이 가장 기억이 남네요.”  ▲ "경영아니 바둑이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낙돌불입이라는 점에서 참 유사성이 많습니다." - 일수불퇴 말은 들어도 낙돌불입은 처음 들어봅니다. 이거 유행하겠습니다. 하하. 이왕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 관점에서 바둑을 말씀하고 계시니 하나 더 훈수를 구하고 싶군요. 바둑이 문화로서나 스포츠로서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마케팅 차원의 발상이나 그 접근방법이었습니다. 포장을 잘해 시장과 절묘하게 연결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러자면 어떤 발상을 해야 옳겠습니까? “제가 그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그렇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대에 따라서 가치가 변한다는 것이죠. 예전의 바둑하면, 본질적인 가치는 마주앉아서 바둑돌을 놓아가면서,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하면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이런 거였고 이를 몇 사람 옆에서 지켜보는 거였다면...지금은 온라인게임 채널같이 바둑도 하나의 콘텐츠로 TV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보는 시대가 되었지요. 미생같이 스토리가 파급되면서 웹툰에서 드라마로 가고 영화로까지 가게 되는 것처럼, 정형을 뛰어넘어 파급되는 게 요즘 친숙한 현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의 정형화된 것이 있지만 그 자체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대로 가는 거고, 바둑을 이해 못하거나 가치를 달리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각도로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종이책은 단행본을 사가지고 끝까지 완독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스마트폰이나 전용단말기로 이동 중에 보는 분들은 책 하나 가지고 보기에는 자꾸 끊기니까 이런 단행본으로 10분, 15분을 쪼개 읽는 것보다는 아예 10분, 15분에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합니다. 그런 것들이 연재라는 형식으로 나타나는 거죠. 10분, 15분에 한 단락이 완결되는, 그런 시간에 맞는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 분들이 책이라는 범위를 떠나지 않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환경에 따라서 다른 환경에 있는 분들이 물리적 공간인 바둑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두지 않더라도 광범위하게 바둑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게끔 만드는 것, TV 앞에 있는 사람은 TV를 통해서, TV 앞에 있지 않은 사람은 다른 걸 통해서라도 전달할 수 있도록 장을 넓혀주는 것이, 크게 보면 그런 분들이 바둑에 관심을 갖고 실제 물리적 바둑을 두는 곳으로 들어오게 하는, 그런 호환의 장이 필요하지 않나 싶군요. 그런 것이 상호작용 아닌가 하네요. 틀이 잘못됐다가 아니라 정형화된 틀을 좋아하는 사람은 틀대로 가는 것이고, 또 한쪽으로는 드라마를 통해 바둑을 접했으니까 그것을 통한 사람은 그 사람들대로 정형화된 곳으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선순환을 이루자는 거지요. 잠재적인 고객이 있는 곳에 바둑과 관련된 스토리나 콘텐츠를 전달함으로써 상호작용하게 하는 발상이 필요하지 않겠는지요. 넓게 보면 고교동문전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죠.” - 마지막으로, 프로기사나 지망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있다면? 독서의 중요성이야 말할 나위없는 것이지만, 특히 승부를 하는 기사에게 조언하신다면? “바둑과 독서는 생판 다른 분야 같지만 유사성 있습니다. 요즘 디지털로 대변되는 세상은 크게 보면 속도 거든요. 뭘로 채워지기보다는 있는 걸 많이 소비시키는 트렌드죠요. 빠르고 지치고...이것이 디지털세상의 속성입니다. 이에 반해 바둑과 독서는 느리고 채워지는 거죠. 바둑 둔다는 것도 요즘 세상과 어울리지 않지요. 정적인 상황에서 집중해 한 장소에서 한 시간 내지 몇 시간 들여야 해결되는 거라면 독서도 똑같습니다.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서 책 하나를 가지고 몇 시간이나 며칠을 집중해야 끝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요즘같이 지치고 빠른 세상 속에서, 느리고 채워지고 끈질기게 사색 또는 집중을 하면서 매달려야만 완결하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바둑 잘 두는 분들이 독서도 잘하리라 생각합니다. 바둑기사들께는 인문학 책을 많이 권하고 싶습니다. 소설도 좋지만 집중력을 키우려면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내용적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고민하고 원리를 생각하는 쪽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사진/김수광 기자] ○● YES24.COM배 결승기사 ☜ 클릭 ○● 장학금 받은 바둑꿈나무 인터뷰 ☜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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