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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 감독, '2015년은 중국과 5 대 5 승부' 전망
신년인터뷰, "중국 강세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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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한국바둑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김지석 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LG배에서는 한국랭킹 1·2위인 박정환 9단과 김지석 9단이 결승에 올라 ‘한국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2년 이후 2년여 동안 끊긴 세계대회 우승의 맥을 다시금 이은 것이다. 자칫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한국바둑으로서는 일단 부활의 불씨를 댕겼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위기의 태극호’를 구하기 위해 출범한 바둑 국가대표팀이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1년을 보낸 ‘일지매’ 유창혁 9단을 만나 한국바둑의 2015년을 전망해 봤다. -지난해 한국바둑은 나름대로 큰 성과를 얻었다. 지난 1년을 정리해 달라. △오랫동안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키던 한국바둑이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 맥없이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2012년 이세돌 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이후 계속된 7개의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중국이 휩쓸어 갔다. 그 사이 한국은 8강 무대조차 밟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와 LG배 우승컵을 찾아오면서 반격의 교두보를 놓았다. -그런 성적에 국가대표팀 운영이 한몫 했다고 보나. △당연하다. 최정상의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한데, 김지석 9단이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면서 세계 정상에 섰다. 올해에는 박정환 9단도 그런 자신감을 얻게 될 것으로 믿는다. -세계 정상을 놓고 중국과 다투는 국내 최강자 그룹도 그렇겠지만, 영재조도 국가대표팀 운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을 텐데…. △그렇다. 어쩌면 국가대표 상비군 운영의 핵심은 영재조와 여류조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최정상권은 중국과 5 대 5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영재조와 여류조에서는 밀리는 감이 크다. 중국의 경우 벌써 10대 세계챔피언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나현·신민준·신진서 등이 나름대로 성적을 올리기는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무서운 신인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세대교체가 더디다. 이는 앞으로 중국과 한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면 영재 입단의 숫자를 늘리면 되지 않나. △아니다. 지금 중국은 한마디로 바둑부흥기다. 프로기사가 아주 유망한 직업으로 각광받는다. 국가에서 바둑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덕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하는 자리에 자국의 프로기사인 창하오 9단을 데리고 나오는가 하면 바둑이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어린이 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바둑을 배우는 아이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다. 바둑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마저 다른 공부 때문에 바둑공부를 중단한다. ‘영재’가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늘릴 뜻이 없는 게 아니라 늘리려 해도 들어온 영재가 없다.  ▲ 2014년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시니어기사상을 받고 소감을 전하고 있는 유창혁 9단. -한마디로 바둑의 미래가 어둡다는 얘기인데, 돌파구는 없나. △일단 기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바둑을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그 속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여류들의 활약이 무척 중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자녀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바둑 교육의 장도 그만큼 넓어지는데, 그러려면 여자선수들 중에서도 스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스케이트를 배우는 꿈나무들이 엄청 늘었듯이 말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 여류바둑계 전망은 어떤가. △어둡지 않다. 지난해 18세 소녀 최정 5단이 상금으로만 1억원을 넘게 벌었다. 다른 종목에서 10대 소녀가 억대 수입을 올리기란 거의 힘들다. 또 많은 여류기사들이 선수와 보급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여자리그도 만들어진다. 여자 선수들이 활약할 무대가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류기사들이 세계대회에서 좀 더 나은 성적을 올린다면 더욱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게 분명하다. 여자조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지원은 충분한가. △이런 질문에는 ‘부족하다’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하지만 현재 한국기원으로서는 최대한 지원해 주고 있다고 본다.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면서 대표팀을 꾸려 가는 것 자체가 용하다. 다만 다른 스포츠들을 보면 기업들의 후원이 많은데, 바둑에도 그런 후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본질에서 조금 엇나간 질문인지 모르는데, 바둑 전체로 보면 중국의 득세가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안 그런가. △맞는 소리다. 3~4년 전까지 우리나라가 20년 가까이 세계바둑을 호령했을 한국바둑팬들은 참 행복했다. 프로기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넓게 봐서는 세계바둑계의 정체기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국으로서 바둑세계화에도 힘을 썼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바둑의 전면에 나서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이 세계바둑계를 지배할 때는 국내에서 국제기전이 늘지 않고 일본의 국제기전만 줄었다. 중국 역시 국제대회 창설에는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자 중국에서 국제대회가 하나둘 만들어지고, 일본도 이에 자극을 받는 눈치다. -세계 바둑보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한데…. △그렇다. 우선 세계 각국에는 엄청난 수의 화교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통해 바둑이 빨리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중국을 배우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둑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최강국일 때는 꿈도 꾸지 못할 특혜(?)다. -그렇다고 중국의 득세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당연하다. 중국의 일방독주 역시 세계 바둑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우리의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한·중은 물론 일본과 대만, 나아가 유럽의 선수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바둑이 세계적 두뇌스포츠로 자리할 수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올해 전망은 어떠한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대표팀이 출범하면서 큰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는 효과의 강도가 작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부 효과’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고, 대표팀 운영이 안정을 찾으면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과는 전체적으로 5 대 5 승부다. -올해 대표팀에 큰 변화는 없나. △코칭스태프에서 김성룡 9단이 빠지고 목진석 9단이 합류한다.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김9단의 자리를 목9단이 ‘기꺼이’ 메우기로 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새해 한국바둑의 멋진 승부를 응원하겠다. △국내 바둑팬들이 웃는 일을 많이 생기도록 노력하겠다. “대한민국 바둑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출처] 본 기사는 1월4일자 스포츠경향에 엄민용 기자가 쓴 글입니다. (클릭☞ 기사 원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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