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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선 못 봤다! - 2014 묘수 베스트(上)
바람의검심 7단★이 뽑은 2014년 숨은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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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은 메이저 세계대회 6개를 모두 중국에 내준 아픔이 있었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2014년에는 국가대표팀까지 결성하며 다시 세계바둑의 패권을 쥐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김지석 9단이 삼성화재배를 제패하고, LG배 결승에도 한국기사 박정환과 김지석이 올라가 한국이 주최하는 양대 기전을 석권했다. 구리와 벌인 10번기도 이세돌 9단이 승리했지만, 중국 주최 세계대회인 백령배(추쥔-커제 결승)와 춘란배(구리-저우루이양 결승)에선 한국이 정상등극에 실패했다. 단체전은 농심신라면배, 국수산맥배를 중국이 우승했고, 초상부동산배에서 한국이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2014년은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내년에는 더욱 치열한 한ㆍ중바둑계의 패권 다툼이 예상된다. 2015년이 한국 바둑이 더욱 비상하는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에 나왔던 묘수 베스트 10장면을 상ㆍ하(上ㆍ下)로 나누어 게재한다. 특별히 상편은 실전에 나오지 않았지만, 검토를 통해 드러난 숨겨진 묘수를 찾았고, 하편은 실전에 등장해 관전자들에게 감탄과 바둑의 묘미를 알려준 묘수로 구성했다. 1. 늦게 봐서 더 흔들렸다 이세돌-구리 10번기 제5국 2014.5.25 중국 샹그릴라 ●이세돌 ○구리 223수 흑불계승 관련뉴스 바로보기 클릭☞ '고원의 결투! 승자는 이세돌'  ▲ 10번기의 분수령이었던 제5국 대국장소를 '고원'으로 정한 건 중국 측의 패착이었다. 이세돌도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버스로 4시간이 걸린 머나먼 여정이었지만, 더 지친 건 구리였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구리는 스스로 무너졌다. 이 대국은 10번기 제5국으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게 2연승 뒤 2연패를 당하고 있어서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었다. 형세는 백을 쥔 구리가 조금이라도 편한 장면. 백은 1로 젖혀서 흑이 2선으로 물러서서 받기를 강요했다. 형세가 안 좋은 이세돌 9단이 바로 막아 최강으로 응수한다. 단 한 집이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승부호흡. 백도 지지 않고 3으로 팻감 공작 후 5로 단수쳐 '천지 대패'가 등장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실전에는 등장하지 않은 숨겨진 묘수가 있었다. 실전에서 백은 팻감으로 상변에서 1로 끊었고, 흑이 2로 패를 따낸다. 결국 백은 3, 7, 9로 좌하를 포기하고 상변을 돌파했다. 흑은 12까지 패를 이기며 좌하 백 넉 점까지 잡아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은 좌변에 자체 팻감이 숨어있었다. 백은 상변을 건드리지 않고 장면도에 이어서 1, 3으로 좌변에서 자체 팻감을 쓸 수 있었다. 흑이 이 팻감을 받지 않으면 장면도1-2와 같은 수순이 된다. 이렇게 한 팻감만 버티면백은 무조건 '만패불청'이다. 구리가 바로 이 수를 봤다면 이 대국은 단명국으로 끝났다. 후일담에 의하면 구리는 대국 중 좌하 부근이 정리된 후에 뒤늦게 이 수를 발견했다고 한다. 구리는 끝내기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이세돌에게 승리를 내줬다.  ▲현지 검토실의 중앙을 차지한 김지석. 검토실에선 이 수를 본 중국기사들은 구리의 실전을 아주 안타까워했다. 한국에서 이 대국 중계를 보며 위의 묘수를 가장 먼저 발견한 기사는 안조영 9단이었다.  ▲ 10번기 5국 복기장면. 이세돌의 손가락이 바로 그 자리를 가리킨다. 단명국으로 끝낼 수 있는 한판이었고 이겼으면 구리의 3연승이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5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10번기 전체흐름을 좌지우지한 묘수였다.  2. 제주도에서 날아온 '카톡' KB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5국 2014.9.26 바둑TV 스튜디오 ●조한승 ○이원영 274수 흑반집승 관련뉴스 바로보기 클릭☞ '박정환,좌하귀 잡는 수 있어'  ▲ "내가 바로 사활 귀신!" 묘수, 사활 부문에서 랭킹을 매겨도 박정환 9단이 1위가 아닐까? 조한승 9단과 이원영 5단의 대결. 하변 백대마 사활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위의 장면도 2가 실전으로 흑(조한승)이 1로 먼저 젖혔는데, 이건 악수였다. 백은 6까지 가뿐하게 살았다. 흑에게 어떤 수단이 있었을까? 당시 제주도에 있던 박정환이 '카톡'으로 검토실에 해결책을 전송했다. 흑1에 내려서는 수가 묘수의 출발. 그러나 이후 수순이 흑3이라면 이상하다. 백에게 4자리가 선수로 듣고 있어서 5, 7로 잡으러 가도 8, 10까지 흑이 거꾸로 죽었다. 당시 박정환 9단은 제주도에서 한중천원전 공식일정을 끝내고, TV로 본 대국을 관전 중이었다고 한다. 하변 백대마의 사활을 정확하게 읽고, 서울에서 검토 중이던 동료 프로기사(조인선)에게 카톡으로 본 참고도 내용을 보냈다. 흑은 1로 내려 빠지고 3으로 찝는 것이 묘수의 완성. 4, 6으로 궁도를 넓혀도 흑이 7, 9로 두면 '오궁도화'로 백이 다 잡힌다. 백의 최선은 4로 1의 왼쪽으로 붙이고 흑이 7로 둘 때, 6의 오른쪽으로 둬서 패를 내는 것인데, 이는 '꽃놀이패'로 흑의 대성공이다.  ▲ 결국 조한승이 반집으로 승리했지만,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던 묘수가 숨어있었다. 3. 서로 흘려버린 '승리의 길' 제42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16강 2014.7.31 바둑TV 스튜디오 ●이동훈 ○안성준 275수 흑불계승  ▲이동훈은 제42기 하이원리조트배 예선1회전부터 출전해 입단 후 처음으로 명인전 본선에 올랐다. 그의 본선 첫 대국에서 숨겨진 묘수를 포착했다. 안성준이 백△로 치중 가서 하변 흑대마의 사활을 추궁한 장면이다. 장면도와 같이 패가 나면 자체 팻감이 많은 흑의 승리다. 이동훈은 패가 나는 것으로 읽었지만, 이건 실수였다. 백도 정확하게 응징하지 못하고, 2로 막아줘서 흑대마를 잡는 수를 놓쳤다. 흑은 5부근에 자체 팻감이 월등히 많아 몇 수 지나지 않아서 승리를 거뒀다. 백에게는 1선으로 한 칸 뛰는 묘수가 숨어있었다. 이 수는 두 대국자가 복기하면서 발견했다. 흑이 4, 6으로 패 모양을 만들어도, 백7로 끝! 흑이 자충에 걸려 살지 못한다. 흑이 8로 잇고 10으로 백대마를 노려봐도 11, 13으로 두면 양패로 흑이 죽는다. 흑에도 묘수가 있었다. 백△ 치중에 흑은 1로 붙이는 수가 있었다. 백이 2로 단수치면 그때 3으로 젖히는 것이 묘한 수순이다. 백이 1선으로 막으면 처음 장면도와 마찬가지로 패가 되고, 장면도3-2와 같이 백이 4로 늦춰서 받으면 5로 단수쳐 맞보기로 살아가는 모양이다. 두 기사 모두 한 차례씩 정수를 놓쳐 승리의 길을 외면했지만, 패자는 마지막에 실수한 안성준이었다. 흑1의 붙임에 백이 2, 4로 공격하는 것은 5로 쉽게 살아간다. 흑은 A의 자리가 언제든지 절대 선수. 4. 정말 알고 있었을까? 제2회 백령배 준결승 3번기 1국 2014.9.18 중국 구이양 ●안국현 ○추쥔 281수 흑5집반승 관련뉴스 바로보기 클릭☞ '냉정' 안국현, '침착' 안국현  ▲ 추쥔과 안국현의 준결승 3번기 1국. 안국현은 1국을 이겼지만, 2, 3국을 패해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실전에선 좌하에 백이 먼저 손이 오면서 등장하지 않은 변화다. 좌하귀는 아주 좁은 공간인데도 많은 변화가 숨겨져 있었다. 주제는 '만약 흑이 1로 치중 가면 어떻게 되느냐?'다. 백 2의 응수는 당연해 보이지만, 이후는 이 백 대마가 그냥 살 수 없다. 3에 이은 5, 7이 자충을 이용한 흑의 묘수다. 9까지 패가 된 모습. 놀랍게도 백은 빈삼각으로 받는 것이 유일한 활로이다. 그런데 백2가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은 한 수. 백이 덜컥 3으로 단수치면 흑이 4, 6의 수순을 밟아서 이번에도 패의 덪에 걸린다. 위의 장면도 4-1에서 나온 3으로는 본도 백1에 가만히 잇는 것이 묘수. 흑 3에는 4로 치중 가서 패를 내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번에는 흑이 1로 비틀어 보자. 이때도 백2가 정확한 응수로 백이 완생했다. 흑 3, 5에는 백6으로 그만. 결과적으로 좌하의 백사활은 흑이 먼저 두어도 수가 나지 않는다. 두 기사는 실전에서 이 많은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있었을까? 5. 착각. 그 이후의 묘수 제42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준결승 1국 2014.9.23 바둑TV 스튜디오 ●이동훈 ○이세돌 153수 흑불계승 관련뉴스 바로보기 클릭☞ 이세돌의 '대착각', 이동훈 선승!  ▲ 이동훈은 명인전 본선 16강에서 안성준, 8강에서 강동윤을 이겼고, 준결승 3번기에선 이세돌을 2-0으로 꺾었다. 바둑이 생각보다 미세하다고 생각한 이세돌은 1, 3으로 끊어서 승부를 확실하게 결정지으려 했다. 흑이 3~7을 교환하고 8로 붙였을 때가 매우 중요한 상황. 그런데 이세돌 9단은 10을 깜빡하고 9로 이어서 다 잡은 줄 알았다가 흑10을 보고 곧바로 투석했다. 11로 잡으러 가도 18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백이 망했다. 이세돌은 국후 1로 끊었을 때 흑 10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흑을 잡으러 가지 않아도 백은 상변에 A정도로 끝내기만 해도 조금 우세한 형세였다. 흑이 ▲를 두었을 때에도, 백에게 1로 내리는 묘수가 있었다. 이때도 실전처럼 백 2로 두면 3~7로 잡으러 간다. 지금은 8부터 나와봐도 1선으로 건너가 17까지 흑이 다 잡힌다. 결국, 백이 1로 내리면, 흑은 2로 치중해서 타협하는 수가 정수이다. 백이 3으로 6자리에 두어 차단하는 것은 욕심으로, 흑이 처음 참고도처럼 10자리에 두면 수가 난다. 백도 3이 정수로 7까지 진행되면 이 진행 역시 백이 조금이라도 남기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은 처음 장면도의 흑10에 대한 수읽기를 착각하고 있어 장면도5-2 백1의 수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2014 묘수 베스트(下)편은 2015년 1월2일 소개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바람의검심 7단★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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