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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걸 두려워 말고 과감하게 둬라!
Let's Run PARK배 어린이대회 우승자 현유빈-김지석 9단 2점 지도대국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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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했는지...좀더 과감하게 둘 필요가 있겠다. 수읽기 공부를 많이 하고...어릴 적에는 공부할 게 많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입단한 뒤에는 수읽기 승부니까 사활 같은 걸 많이 풀며 수읽기의 힘을 기르도록 해.” 기념지도기를 마치고 조언하는 김지석 9단의 목소리는 시종 조곤조곤 했다. “네...”라고 대답하는 Let's Run PARK배 어린이바둑대축제 우승자 현유빈 군의 대답도 들릴락 말락 했다. 복기 내내 유전인자를 빼닮은 판박이마냥 두 대국자가 작은 톤으로 의견을 나눠 귀를 바짝 기울여야 했다. 7월31일 오전10시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김지석 9단과 현유빈의 2점 기념지도대국이 열렸다. 2002년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인 현유빈은 전날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 럭키빌 6층에서 열린 2014 Let's Run PARK배 어린이 바둑대축제 최강부 우승자로서 특별지도대국을 받았고, 이 대국은 사이버오로 대국실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었다. ○● Let's Run PARK배 어린이바둑대축제 소식 ☜ 클릭  ▲ Let's Run PARK배 어린이바둑대축제 최강부 우승자 현유빈 군과 김지석 9단이 기념지도기 후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어린이 최강부 우승자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과연 프로정상급에게 2점에 버틸 수 있을까. 관심을 모은 대국은 235수 만에 백 9집승으로 끝났다. 이영구 9단과 2점 연습바둑에서 이긴 바 있다는 현유빈은 긴장 탓인지 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못하고 졌다. “어제 우승한 게 자신감 갖는 계기는 되겠지만, 프로를 꿈꾸며 공부하는 마당에 우승이 목적지가 아니다. 과감히 둬야 한다. 실력이 약할 때 과감하게, 치열하게 부닥치고 느껴야 한다. 그런 경험을 쌓으며 자기 바둑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상급으로 가서는 바둑적 상상력, 창의력이 좌우하게 된다. 주도적으로 두는 바둑은 모험이 따르는 만큼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도 나가떨어질 확률이 있다. 두칸 벌리고 지키고...교과서 스타일은 안정적인 바둑만을 추구하기에 약한 상대에게는 거의 지지 않는다. 자기와 비슷한 상대에게도 최소 반반 승률은 거둔다. 따라서 단기 토너먼트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바둑이 치열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수비적 타협에 길들어버릴 우려가 있다. 이세돌, 최철한 9단을 보라. 치열하지 않은가. 자기류가 확실한 기사들이다. 박정환 9단의 바둑은 실리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스타일이나 그렇다고 타협하지 않는다. 치열하게 맞받아 싸우기로 치면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깐깐한 중국애들에게 밀리지 않는 것이다. 안정적인 바둑, 검증된 길만을 따라가는 스타일은 승률 면에선 당장 유리할지 모르나 그건 고만고만한 레벨까지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정상그룹에 가면 누구나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기에 자기바둑, 주도적인 바둑을 두지 못하면 정상급에 서지 못한다. 아직 약할 때, 바둑이 여물지 않았을 때일수록 과감하고 치열하게 두면서 깨지고 엎어지고 그러면서 배우고 깨달아 자기바둑의 터를 닦지 않으면 나중엔 그럴 기회가 없다.” 현유빈을 가르치는 스승 한종진 9단의 일갈 또한 “좀더 과감하게 두라”는 김지석 9단의 조언과 맞닿아 있다. 어디 제자에게만 국한된 조언이겠는가. <장면도1>을 보자. 좌하귀 백1에 걸쳤을 때 흑2,4의 정석은 예전 조훈현-이창호 사제대결에서 이창호 9단이 쓰면서 한때 유행을 탔던 정석이다. 이창호 9단이 애용한다는 이유로 무비판적(?)으로 따라 둔 적도 있으나 흑으로서 그다지 좋은 모양이 아니란 결론을 얻은 이후 보기 힘들어졌다. 어린이대회 우승자가 이를 택한 건 이를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상대(김지석)를 의식했고, 중계되는 판이기도 하여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좌하변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생각이 앞선 결과다. 그렇지만 백21까지, 결과가 어떤가. 한눈에 보기에도 좌하변 흑진보다 좌변 백진이 더 커졌다. 백진은 백진대로 굳혀주고 21의 머리까지 눌렸다. 수순 중 흑14의 젖힘수도 지적을 받았다. 아래 <참고도1>- 이때라도 이처럼 흑1로 돌아서야 했다. 백2가 필연이므로 이 수는 ‘후퇴의 선수’다. 그런 다음 흑3의 삭감 정도일까? 아무튼 일직선으로 내 진용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이런 유연한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지석 9단이 제시한 행마는 <참고도2> 애초 백1의 걸침에 평범하게 흑2로 받는 것이다. 그런 다음 좌하귀를 지키던가 아니면 좌상귀 날일자, 혹은 파고듦 등등을 선택할 수 있다. 주도적인 발상, 주도적인 바둑을 두라는 얘기는 어떤 의미인가? <장면도2>와 같은 대목을 빌어 말할 수 있겠다. 백1에 붙였을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흑2로 선다. 그러면 백3까지 빤히 보인다. 이대로 좌변은 더는 어쩌지 못할 철옹성이 돼버렸다. 일당백의 큰집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장면에서는 뭔가 주도적인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지석 9단이 제시한 그림이 <참고도3>이다. 형세가 넉넉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으로 흑A에 받는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2로 먼저 삭감용 응수타진을 하나 던져본 뒤 흑4로 젖히거나 혹은 B로 가만히 내리빠지는 수가 좀더 치열한 발상이라는 것. 앞으로 내 앞에 마주할 상대는 다 강한 사람들 아니겠는가. 아직은 어린 비둘기, 큰 산맥을 넘기엔 날개의 힘을 더 키워야할 나이다. 김지석 9단도 어릴 적 조훈현 9단에게 4점 시험기를 받을 때 무척 떨었을 것이다. 그때의 어린 바둑천재가 성인이 되어 다시 어린 바둑기재에게 지도기를 두어주고 있다. 선배에게 배우고 익혀 후학을 가르치는 것, 그래서 한 걸음씩 진일보하는 것, 이것이 승부 세계의 물길이다. 2점 현유빈 5단 백 김지석 9단  ▲ 힘껏 싸워 멋지게 이겨 보고 싶었겠지만 상대는 세계 정상급의 기사. 아쉬운 손길로 돌을 담고 있는 현유빈 어린이. 하지만 이정표가 될만한 한판이었으리라.  ▲ 형님처럼 자상하게 복기해 준 김지석 9단. "예전 조훈현 9단과 시험기 두던 때가 떠오르겠어요? 어린이대회 우승자에게 지도기 두어주는 것은 처음인가요?" "네..."  ▲ 현유빈은 2002년생, 강릉이 고향이다. 5세 때 아버지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 이후 강릉 바둑신동으로 알려지며 홍태선 전 프로에게 2년여 사사했고, 초등2학년 때 서울에 올라와 공부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5학년 1년여를 쉬는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다가 한종진바둑도장에서 다시 입단의 꿈을 키우고 있다. 바둑을 처음 가르친 현유빈의 아버지는 이창호 팬클럽 '두터미'의 3대 회장을 지낸 현경호 씨다. 아들은 물론 아내에게도 바둑을 가르친 열혈 애호가이다.  ▲ 대회심판장인 한철균 8단으로부터 우승트로피를 받고 있는 현유빈. 전국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경마공원에서는 말들이 경주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근사한 바둑대회도 열려 매우 즐거웠다고 한다.  ▲ 결승에서 만난 진훈은 두살이나 어린 초등4학년생이었는데 상당한 실력이었다. 거의 졌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으로 가며 상대가 실수를 거듭해준 덕에 운좋게 우승할 수 있었다며 겸손해한다. 결승을 포함해 6판 모두 내용이 좋지 않아 공부를 많이 해야할 실력이라고 말했다.  ▲ 삼촌 같은 스승 한종진 9단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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