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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살아있는 棋聖'의 바둑!
우칭위안 기보로 본 100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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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느낌을 준 바둑은 우칭위안이 유일하다." - 조훈현 9단,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 그로부터 현대바둑이 시작됐다." - 문용직 박사. 우칭위안. 이 이름은 바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음이 있다. 6월16일, 100세 생일을 맞이하여 그의 바둑에 대해 알아본다. 어떤 기풍이었는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그가 둔 대국에서 골라 살펴본다. 특별히 5개의 주제로 나눠서, 처음 두 가지는 우칭위안의 바둑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우 유명한 2판을 다루었고, 뒤에 세 가지는 그의 뛰어난 안목과 대국관, 수읽기 등에 대해 다뤘다. 이번 집중조명을 통해 우칭위안이라는 기사가 왜 ‘살아있는 기성(棋聖)’ 소리를 듣는지, 그가 왜 ‘전설의 기사’로 자리하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100수 우칭위안 주간특집 관련기사> ○● 인터뷰- “내가 만든 신포석 핵심은…” ☜ 바로보기 클릭 ○● 살아있는 ‘바둑화석', 100세 우칭위안 ☜ 바로보기 클릭 ○● 우칭위안, 백년의 기탁(寄託) ☜ 바로보기 클릭 1929년 6월 3일~25일. 시사신보사 주최 승발전. 흑 우칭위안 : 백 기타니 미노루 (백 3집승) 기타니는 한국의 조남철, 김인을 비롯하여 오다케, 다케미야, 고바야시 고이치 그리고 조치훈까지, 일본의 바둑영웅을 모두 길러낸 일본바둑의 대부다. <장면1> 당시 15세 우칭위안에게 19세의 기타니는 아무래도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남다른 총명함을 보인 우칭위안은 자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비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덤이 없는 바둑의 맹점을 파고들어 흉내바둑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대국은 덤이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흑으로 첫수를 천원에 두고 이후를 흉내바둑으로 진행하면 과연 백에게 대응이 있을까? 이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을 던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바둑이 <장면1>이다. 첫수를 천원에 두고 이후는 계속된 흉내바둑. <장면1-1> 우칭위안의 흉내바둑은 이어 42까지 계속됐다. 기타니가 백43을 두자 그제야 흑이 따라 둘 곳이 없어져 흉내바둑이 중단되었다. 여기까지의 형세는 덤이 없는 상황이기에 흑이 편한 형세. 우칭위안의 흉내바둑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덤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흑을 잡은 쪽의 흉내바둑은 아주 유력한 작전으로 사용됐다. 그 첫 번째 흉내바둑의 원조는 15세 천재 소년 우칭위안이었다. 1933년 10월16일 ~ 1934년 1월29일. 슈사이 환갑 기념대국 흑 우칭위안 5단 : 백 본인방 슈사이 명인 (백 2집승) <장면2> 19세의 청년으로 성장한 우칭위안은 기타니와 함께 신포석 창안에 열심이었다. 신포석이란 첫수가 우상귀 3.3, 계속해서 좌하귀 화점, 그리고 세 번째 착점이 천원. 3.3은 당시 일본바둑에서 금기의 수였다. 이에 대해 슈사이 명인은 기존의 포석법대로 두 귀의 소목을 차지했다. 한편 이 바둑 기보가 신문에 보도되자 온 천하의 바둑인들은 찬반양론으로 갈려 갑론을박을 펴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다. 당시 뜨거웠던 바둑 열기를 지핀 우칭위안의 1. 3. 5 신포석이다. <장면2-1> "바둑은 조화다."라는 명언을 남긴 우칭위안은 3.3을 둔 우상귀에서는 실리를, 화점과 천원을 둔 좌하와 중앙은 세력을 쌓으며 조화를 실현한다. <장면2-2> 이 대국의 또 다른 화젯거리는 슈사이의 묘수이다. 중반까지 우칭위안의 신포석이 성공하여 승리를 눈앞에 둔 장면인데, 백1이 A와 B를 맞보는 슈사이 명인의 묘수 한방이었다. 그런데 이 당시의 대국은 하루 만에 끝내는 것이 아닌 중지 대국, 즉 슈사이 명인이 "여기서 휴식하고 며칠 있다가 대국하자."고 하면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백1의 묘수는 슈사이 명인의 제자가 발견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아 뒷맛이 개운치 않은 화제가 됐던 한 수이다. 1942년 5월2일. 제2차 10번기 5국 흑 가리가네 준이치 8단 : 백 우칭위안 7단 (백불계승) <장면3> 이제 10번기를 통해 우칭위안의 강함을 확인할 차례다. 1차 10번기에서 기타니 7단에게 승리한 우칭위안의 앞에는 슈사이 명인 이후 바둑계 최장로인 가리가네 준이치 8단이 앉았다. 흑이 ▲로 침입한 장면. 힘이 좋은 가리가네 8단은 타개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칭위안의 자유로운 발상을 음미할 수 있다. 단순하게 뛰어든 흑 한점을 공격하는데 국한되지 않은, 우칭위안은 전 판을 둘러본 후 백1로 붙여서 전단을 구하고 나섰다. 백5까지 진행된 다음 흑이 실리로 큰자리인 6을 차지하자 이번에는 백7을 선수하고 9로 끊어 우변을 키웠다. 우칭위안의 뛰어난 안목이 느껴진다. <장면3-1> 흑이 전보 6으로 흑1~5로 두어온다면 백은 6, 8을 선수하고 10으로 공격한다. 우상 쪽에서의 교환이 공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면3-2>과 같이 백은 왜 1로 그냥 공격하지 않았을까? 이때는 흑2, 4가 타개의 맥점으로 10까지 진행되면 별무신통이기 때문이다. 1946년 9월. 제4차 10번기 3국 흑 우칭위안 8단 : 백 하시모토 우타로 8단 (흑불계승) <장면4> 하시모토 우타로는 우칭위안의 사형(師兄)으로, 제2기 본인방이 되었고 그해 봄 승단시합에서 전승을 거두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기사였다. 초반 좌변에서 백이 △로 행마했다. 일견 좋은 행마처럼 보이지만 흑의 호수를 예상 못한 실수였다. 흑1, 3이 백의 빈틈을 찌르는 우칭위안의 전광석화 같은 수읽기. <장면4-1> 백이 1로 차단하면 흑2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백3으로 단수쳐도 흑4로 나가서 다음 6의 자리로 모는 축이 안된다. 8까지면 흑 성공. <장면4-2> 실전은 백이 눈물을 머금고 1로 후퇴했고, 흑은 2로 기분 좋은 연결. 이하 6까지 흑이 일거에 우세를 잡았다. <장면4-3> 수순이 더 진행되었다. 현재 상황은 흑이 하변의 백 모양을 어떻게 삭감하는지가 관건인데, 백△를 끊어간 흑1이 예상치 못한 강수였다. 백2에는 흑3이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한 수. 백이 4, 6으로 저항해도 흑7로 이으면 양쪽 백말에 대한 공격을 맞보기로 백이 곤란하다. <장면4-4> 백1로 그냥 나오는 것도 흑2를 선수하고 4, 6으로 쭉쭉 뻗으면 백 넉점이 고립된다. A의 단점까지 있어서 백의 무리. <장면4-5> 두 점을 살리기 어려운 백은 고심 끝에 1로 손을 돌리고 말았다. 흑은 2를 선수 해서 두점을 확실히 제압하고 4로 지켜서 우세를 확립했다. 1952년 3월11일. 제8차 10번기 5국 흑 후지사와 구라노스케 9단 : 우칭위안 9단 (백불계승) <장면5> 7차 10번기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우칭위안에게 5세 연하이자 일본기원 최초의 9단이 된 후지사와는 유일한 대항마였다. 4국까지의 결과도 1승 1무 2패로 우칭위안이 밀리는 출발을 보였다. 더욱이 5국은 우칭위안의 백번, 당시의 10번기는 덤이 없이 진행되고 흑, 백을 매판 번갈아가면서 잡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백번이 불리하다. 그러나 우칭위안은 위기상황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대국을 이기고 내리 6연승으로 시리즈 전적 7승 2패 1무로 10번기에 승리했다. 초반은 흑이 탄탄하게 두면서 선착의 효를 살리고 있는 모습, 백은 좌변 △ 한점과 우변 △ 한점 모두 타개하는 것이 과제다. 우칭위안의 선택은 백1의 기대기 전법. 최근에도 많이 나오는 수인데 우칭위안은 가히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이다. 흑이 2로 늘면 3~8을 선수하고 9로 씌워서 백의 만족이다. 이 두터움은 멀리 우변 백△에까지 간접 보강 구실을 한다. <장면5-1> 백△의 기대기 응수타진에 흑1은 당연한 반발인데 2~5로 임시로 처리하고 손을 돌려 백6, 우변 한 점까지 돌봤다. <장면5-2> 앞 장면에서 수순이 좀더 진행됐다. 흑이 1, 3으로 붙여끌어서 백에게 a나 b를 강요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우칭위안은 다시 한 번 날렵한 행마를 보여준다. 정답은 어디일까? <장면5-3> 백1의 붙임이 정답. 흑이 2로 반발하는 것은 백3, 5가 좋은 수순으로 흑이 6, 8로 끊어도 백9, 11을 선수하고 이하 17로 우변을 살아서 백 성공이다. <장면5-4> 실전에서는 흑도 2로 변칙적인 수로 응수했다. 그러자 백은 3으로 연결한 뒤 연이어 터뜨린 5가 거듭된 응수타진이다. 만약 흑이 6으로 9의 자리에 치받으면 2선(a)에 붙여서 계속 응수를 물어볼 것이다. 실전 흑6에는 백7, 9로 이득을 보고(이제는 1의 한점은 가볍게 본다), 11로 중앙을 두텁게 막아 우세를 잡았다. <장면5-5> 위 10번기 시리즈와 같은, 후지사와 구라노스케 9단과 벌인 제8차 10번기 7국이다. 우칭위안의 백번. 흑이 1, 3으로 붙여서 백 진영으로 돌파를 시도한 장면. 백이 4로 단수를 치는 것은 흑이 5, 7로 돌파해 실패다. 그렇다면 백의 대응은 무엇인가? <장면5-6> 우칭위안은 길을 모르겠으면 돌을 던져서(다른 데 붙이거나 응수타진으로) 길을 물어본다. 백1로 또 한번의 붙이기 수법. 어떻게 받을래? 물어보고 있다. 흑의 응수 여하에 따라 백의 작전도 바뀐다. 흑2에는 백3으로 하나 교환하고 계속해서 5로 늘어간 것이 느림의 미학과도 같은 수. 다음 흑이 9의 자리로 넘어가면 백6의 곳 한 방이 기다리고 있다. 실전에서 흑이 6으로 머리를 내밀자 백은 7로 뛰어서 흑▲두 점을 은은히 노려보고 있다. 흑이 8로 지킬 때, 백9 선수로 흑 상변을 깨고 11의 곳에 손이 돌아와서는 백 성공. 백 모양을 깨러 들어온 흑을 이용해 역으로 응수타진하고 흑 상변 모양을 완전히 지우는 신기에 가까운 수순을 보여준다. 바둑에 대한 철학은 물론이거니와 기교 또한 이러할진대 우리가 어찌 ‘살아있는 기성’이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글/해설ㅣ바람의검심 7단★]  ▲ 현대바둑의 전설, 우칭위안 9단의 바둑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기성 吳淸源 : The Go Master>란 영화로 만들어져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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