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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괴물' 탄샤오
중국 ‘90후’ 대표기사 5인 기풍탐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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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바둑계 판도는 2013년도를 돌아볼 때 한국의 바둑이 주춤한 시기에 중국의 신진 기사들이 득세하면서 완연히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해라고 할 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듯이 사이버오로에서는 중국 신예기사들의 기풍을 탐구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평소 기풍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동하 아마7단이 분석한 기보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입니다.) 설 전후로 게재하고 있는 사이버오로 특집-‘중국 신예강자 5인’에 대한 기풍탐구 순서는 다음과 같다. - 2013년 LG배 우승 (대 원성진 2:0) - 배태일 산정 세계랭킹 1위(2014년 1월 현재) ○● 스웨(상) 바로보기 ☜ 클릭 ○● 스웨(하) 바로보기 ☜ 클릭 2편. 탕웨이싱 9단(93년생) - 2013년 삼성화재배 우승 (대 이세돌 2:0) - 배태일 산정 세계랭킹 10위 ○● 무명에서 혜성같이 '탕웨이싱' ☜ 클릭 3편. 탄샤오 7단(93년생) - 2014. 1월 현재 중국랭킹 10위 - 배태일 산정 세계랭킹 12위 4편. 판팅위 9단(96년생) - 2013년 응씨배 우승 (대 박정환 3:1) - 배태일 산정 세계랭킹 15위 ○● 대륙의 ‘돌부처’ 판팅위 ☜ 클릭 5편. 미위팅 9단(96년생) - 2013년 몽백합배 우승 (대 구리 3:1) - 배태일 산정 세계랭킹 16위 ○● 대륙의 ‘뚝심’ 미위팅 ☜ 클릭   ▲ 탄샤오는 2011년-2012년 농심신라면배에서 각 4연승과 3연승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2년 10월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제14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국에서 한국의 이동훈을 백 '반집' 차로 이길 때의 장면. '괴물'이다! 2년여 전인 2011년 11월29일 제13회 농심신라면배 6국에서 중국의 탄샤오 5단(당시)이 강유택을 꺾고 3연승을 거두었을 때 이 대국을 해설한 김영삼 9단은 이렇게 말했다. "전에 중국의 뤄시허(羅洗河)가 단순히 빨리 둔다는 느낌은 받았었지만 탄샤오 같은 느낌까진 아니었다. 이건 '괴물'이다.” 제한시간이 넉넉한 대국에서도 번개 같은 속기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판단력과 수읽기로 프로들을 감탄케 하고 있다. 속기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꽃돼지’ 뤄시허 9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속사포-어려운 대목에서도 시원시원 단순명료하게 착점하면서도(판단이 빠르다는 얘기다) 뤄시허보다 훨씬 정확하다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여름, 4회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서 경쟁을 벌였던 이동훈 역시 “중국선수는 대부분 ‘승부’에 강한 것 같은데, 특히 탄샤오 선수는 속기에 강하다.”고 평했다. 탄샤오 7단은 아직 세계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93년 1월생인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과 딱 두달 차이나는 동갑이다. 2011년 여름 한국의 박정환이 후지쯔배를 석권할 때 탄샤오는 중국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가 있었다. 그때 중국랭킹 40위권에 불과하던 동갑내기 탕웨이싱은 관심권 밖이었다. ‘90후’에선 91년생 두살 연상인 저우루이양이 중국랭킹1위를 달리고 있었고 역시 91년생인 퉈자시, 장웨이제(2012.02 16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대 이창호 2-0) 정도가 10위권 안팎의 적수로 보일 뿐 스웨(91년생)조차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때였다. 탄샤오 7단이 4개월마다 발표하던 중국랭킹에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선 건 2011년 12월이다. 씨에허 9단과 공동1위였지만 4개월 뒤에는 단독 1위를 차지했다. 탄샤오가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건 2010년 1월 2회 비씨카드배 본선(64강)이었고 이 해 8월에는 15회 삼성화재배 본선에도 명함을 내밀었다. 2011년 2월에 다시 3회 비씨카드배 16강에 진출했다. 이 기세를 타고 4월 이광배(대 리저)를 우승하면서 국내 첫 타이틀,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직후 5월에는 16회 LG배 본선(32강)에, 8월에는 16회 삼성화재배 16강에도 올랐다. 그리고 직후 또 전국개인전 타이틀을 석권(9월)했고 연이어 10월에는 기왕전(대 왕레이王雷)까지 거머쥐며 단숨에 3관왕에 등극했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그 여세를 몰아 국내 기전을 우승하는 패턴을 보인 기사다.  ▲ 2012년 25기 중국명인전에서 장웨이제를 3-0으로 꺾고 명인에 오른 탄샤오(오른쪽). 앞서 3개의 기전에서 우승한 바 있으나 번기로 챔피언을 가리는 타이틀전에서 우승한 것은 명인전이 처음이다. 탄샤오가 이처럼 2011년 돌고래같이 부상(浮上)했을 때 당이페이(94년생, 2012년 5월 4회 비씨카드배에서 준우승)나 판팅위(96년생, 2013년 3월 7회 응씨배를 석권) 같은 더 어린 기사들은 여전히 수면 아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탄샤오에 대해 비로소 주목하게 된 계기는 농심신라면배에서의 활약 때문이었다. 2011년, 그러니까 중국랭킹 3위로 11월에 벌인 13회 농심신라면배에서 파죽의 4연승(이듬해 14회에서는 3연승)을 거두면서였다. 직후 중국랭킹 1위에 올랐고 저우루이양에서 탄샤오로 ‘권력이동설’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2011년 중국랭킹 1위를 지켰던 저우루이양은 세계대회에서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탓에 팬들로부터 랭킹1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랭킹제도에 대한 문제점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에 견주면 탄샤오는 국제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저우루이양과는 달리 곧 세계대회를 석권하는 ‘실질적 랭킹1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랬는데 2012 8월 랭킹발표에서 5위로 처지더니(이후 10위 안에 머물고는 있으나) 이렇다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춤하는 사이 판팅위(응씨배), 미위팅(몽백합배), 탕웨이싱(삼성화재배)이 먼저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버렸다. 랭킹1위로서 세계대회 우승이 없던 선배 저우루이양 9단도 지난해 1월 1회 바이링배를 차지하며 면피(?)했다. 일찍이 2011년 초부터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단박에 중국랭킹 1위까지 올라서며 ‘90후 기사’ 중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탄샤오였다. 하지만 지난해 행적은 국제대회로는 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남자개인전에서의 동메달과 26기 중국 명인전 준우승(대 천야오예 1-3)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시 슬럼프에 빠진 걸까, 아니면 ‘반짝 활약’이었던 걸일까. 세계대회 4강에조차 한번 들지 못한 그이기에(응씨배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 중국의 ‘90후’ 신예 세계챔피언들에 비해 팬들에게는 그리 인상적이거나 위협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기사가 아니다. 하지만 프로기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잠룡(潛龍)이라는 것이다. ‘괴물’이라 부를 땐 그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며 이것이 그를 특집의 일원으로 다루는 이유다. 탄샤오의 스승인 녜웨이핑 9단은 일찍이 “한 시대를 이끌 인물로 성장할” 재목이라 말한 바 있다. 과연 그러한지 한번 그의 바둑을 탐색해 보자.  1993년 3월 10일 장춘 태생 2004년 입단 2011년 04.24 이광배 우승(대 리저) 09.25 전국개인전 우승(2위 마오루이룽) 10.16 위부방개배(기왕전) 우승(대 왕레이王雷) 02.27 제3회 비씨카드배 본선16강 진출 05.03 제16회 LG배 본선32강 진출 08.26 제16회 삼성화재배 본선 16강 진출 11.30 농심신라면배 4연승 2012년 03.20 제4회 비씨카드배 본선16강 진출 04.24 제7회 LG배 본선32강 진출 10.18 제14회 농심신라면배 3연승 11.16 제25기 중국명인전 우승(대 장웨이제 3-0) 2013년 07.02 제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개인 동메달 07.05 제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은메달 11.20 제26기 중국명인전 준우승(대 천야오예 1-3) 설특집 - 중국 ‘90후’ 대표기사 5인 기풍탐구(3) 뛰어난 감각의 속기형 천재 '탄샤오' "탄샤오는 속기파이며 굉장히 상대하기 껄끄러운 스타일이다.” - 원성진 9단 "탄샤오는 수읽기가 빠르고, 실리에 민감하다. 한국 신예기사들이 세계대회 통합예선전에서 탄샤오의 속기에 말려 패배한 경험들이 있다." - 진동규 6단 "탄샤오는 형세판단이 강한 기사다." - 퍄오원야오(박문요) 9단 ‘괴물’이라고 표현한 김영삼 9단의 말로 글머리를 열었다. 탄샤오가 ‘괴물’로 불린 것은 ‘속기’ 때문이다. 모든 기사가 이구동성으로 탄샤오의 속기를 가장 먼저 꼽는다. 많이 생각하는 게 5분을 넘기지 않을 정도의 속기로 일관하면서도 반면운영 또한 뛰어나다면 분명 ‘물건’이다. 하나마나 한 얘기지만, 그저 빨리 두기만 하는 ‘속기’가 무슨 무게감이 있겠는가. 속사포라도 정확히 맞춰야 명사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탄샤오의 속기는 어떤 점이 다를까. 탄샤오의 속기는 속기전에 능한 것이라기보다는 감각이 좋아서 수를 빨리 결정하는 속기라고 할 수 있다. 쉽게쉽게, 감각적으로 둔다는 얘기다. 한국기사와 비교하자면, 속기파는 아니지만 조한승 9단처럼 어려운 수를 두지 않고 감각적으로 두는 점이 닮았다. 조한승 9단은 어려운 장면에 쉽게쉽게 처리한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잘 잡아나가는 기사다. 뛰어난 감각에 형세를 읽는 탁월한 안목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흐르는 듯한 유려한 바둑을 배우기 위해 연구생들이 그의 기보를 많이 놓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둘 수 있다는 건 콜럼부스의 달걀 깨기와 같은 것이다. 막상 놓이고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것은 이 전에 그만큼 수를 빨리 읽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읽기란 나뭇가지처럼 사방팔방 뻗친 길 가운데 최선책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인데, 조훈현 9단처럼 타고난 감각, 빠른 눈을 가진 기사는 남들보다 일감으로 그 길을 빨리 찾으므로, 그만큼 단계와 과정을 거치는 노고(시간)를 던다. 우리가 ‘타고난 천재형의 기사’라 말하는 부류다. 이들이 그렇듯이, 탄샤오 역시 쉽게쉽게 두지만 시간이 긴 바둑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게 무섭다. 1. 탄샤오의 감각 탄샤오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천재형 기사이다. 그는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속기파, 톡톡 튀는 감각. 반면운영은 전반적으로 실리를 기반으로 부분적인 수읽기에 뛰어나다는 점이 돋보인다. 감각적인 부분을 보면 조훈현 9단의 모습이 떠오른다. <장면1> 3회 초상부동산배 2R ●김승재 ○탄샤오 백불계승 초상부동산배는 한중 양국에서 최정예 5명씩 나와 두 차례 싸워 종합성적으로 우승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의 기대주 김승재 6단과의 일전. 흑1로 날일자로 두었을때 백2가 탄샤오의 좋은 감각으로 A의 건너붙임을 노리고 있다. 백2가 좋은 이유는 다음 흑이 한눈에 좋은 모양으로 지키는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면1-1> 흑2의 공격에 백3이 가벼운 행마법으로 탄샤오의 손길이 가볍다. 백7~13까지 우변을 넘어서 백이 불만 없는 모습이다. 백1의 감각이 빚어낸 흐름이다. 이 정도로는 딱히 뛰어난 감각인지 모르시겠다고? 그렇다면 다음 기보를 보자. <장면2> 중국 창기배 8강 ●천야오예 ○탄샤오 백불계승 백1의 두칸뜀에 흑2,4가 천야오예 9단의 강수로 백이 위기에 몰렸다. 이곳에서 타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장면2-1> 백1의 단수는 무책. 아무런 생각이 없는 응수다. <장면2-2> 백1의 단수도 나쁘다. 이하 흑6까지 백이 망한 모습이다. <장면2-3> 백1이 탄샤오의 감각적인 한 수. 전혀 엉뚱한 곳을 건드렸다. 전장은 우중앙이지만 우하귀부터 붙여간 까닭은? 흑2,4로 반발했지만 백5~9까지 흑▲의 돌이 축으로 잡히게 되었다. 어떻게 잡히는지 이해가 안되는 분은-. <장면2-4> 흑1로 나가면 백2~8까지 교묘하게 딱 걸리는 모습이다. 순식간에 이런 수를 찾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결국 흑은 실전에서 흑1로 나가지 못하고 3의 자리로 제압해 둘 수밖에 없었다. 속기에 능한 탄샤오는 이처럼 수읽기가 빠르고, 수의 결정-판단이 빠르다. 천재형 기사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탄샤오의 수읽기 탄샤오의 기풍은 한국의 김정현 4단을 생각나게 한다. “머리보다 손이 빠른 기사” 소리를 듣는 김정현 4단은 2013 한국바둑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은 물론 정규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MVP에 선정된 선수다. 실리를 중요시 여기고 빠른 수읽기를 바탕으로 판을 짜는 점이 닮았다. <장면3> 중국 창기배 ●탄샤오 ○판팅위 흑불계승 흑1로 바로 A의 곳에 붙여가는 정석진행은 축이 안 된다고 보고 먼저 이쪽에 붙인 흑1이 탄샤오의 감각적인 한수이자 번개 같은 수읽기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면3-1> 먼저 평범하게 흑1 이하 정석을 밟는다면 백은 흑 한점을 축으로 잡을 수 없다. <장면3-2> 그렇지만 먼저 상변에 붙여간 교환으로 이제 흑1로 붙이는 수가 성립된다. 이제는 백4로써 A에 이단젖힐 수 없다. 장면2와 비슷한 꼴(축)을 당하게 된다. 이하 백10까지 흑이 잘 처리한 모습이다. 이어 흑11,13 또한 예사롭지 않다. <장면3-3> 백이 1,3 교환 후 7로 잡으러가면 부분적으로는 귀에서 수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탄샤오는 그것까지 읽고 있었다. 흑12, 이 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좌변 백대마 공격과 A의 곳 절단의 축머리를 겸하는 수다. <장면3-4> 백1은 어쩔 수 없는 보강. 하지만 흑2~8까지 흑이 백을 가두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한 프로기사는 이 장면에서 "이것을 다 읽고 두었다면 탄샤오는 정말 수읽기가 강한 것"이라며 감탄했다. <장면4> 2013 중국기성전 16강 ●스웨 ○탄샤오 백불계승 중국랭킹 1위 스웨 9단과 피할 수 없는 일전. 흑1로 단단하게 지키자 백2가 날카로운 붙임이다. 백8까지 상변에 가일수를 강요하자 스웨 9단은 흑9로 밀어서 A의 곳 약점을 탈출구로 삼아 상변을 간접 보강했다. 자, 여기서 나온 탄샤오의 날카로운 수읽기! <장면4-1> 백1이 날카로운 한 수! 흑2~8까지 넘기는 했지만 백15~흑20까지 상변을 선수 교환한 후 백23까지, 우변이 1선과 2선을 넘는 형태가 되었고, 백 두점을 놓고 잡아야 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승부가 기울었다. 별것 아닌 거 같지만 수순 중 백13, 흑14의 교환이 절묘한 타이밍이다. 백 두점을 흑A로 잡으면 백B로 밀어가 한수를 늘린 백13이 좋은 수다. 이런 수를 기가 막히게 전광석화처럼 찾아내 둔다. <장면4-2> 백1의 붙임에 다르게 응수를 해도 수가 나는 모습이다. 가령 흑2에는 백13까지, 다음 흑A, 백B의 패가 난다. 3. 탄샤오의 약점 실리로 버텨라 탄샤오 7단이 지는 바둑을 검토해 본 결과, 상대에게 먼저 실리를 내준 바둑은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상대에게 실리를 내주는 것을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결국 그것이 부담이 되었다. <장면5> 제1회 몽백합배 64강전 ●탄샤오 ○후웨펑 백불계승 중국의 신예 후웨펑(胡跃峰) 5단과 둔 바둑이 한 예다. 흑1의 두터운 수에 백2가 기민한 활용. 그런 다음 백4~흑7로 교환한다. 그리고 재차 백8,10으로 실리를 벌어들인다. 흑11로 싸움을 걸어도 백12,14로 또 실리를 벌며 타협을 한다. 이 바둑의 결과는 후웨펑이 이겼다. <장면6> 2013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3R ●탄샤오 ○김정현 백불계승 거듭 말하거니와 손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감이 좋다는 얘기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 척 보면 수가 빤히 보이는데 어찌 뜸을 들이며 참고 앉아 있겠는가. 한국에도 이런 신예기사가 있다. 김정현 4단이다. 흑1에 김정현은 빠르게 백2로 3-3을 파간다. 백14까지 선수 교환한 뒤 16으로 또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후에도 백20,22로 실리를 벌어들인다. 그래놓고 후반을 버틴다. <장면6-1> 중반에 접어들었다. 흑1로 늘어 ▲를 살리는 척하며 아래 거대한 백대마를 위협하고 나섰을 때 김정현은 백2 하나 찔러놓은 뒤 배짱 좋게 4로 또다시 한껏 실리를 당겼다. 흑은 5 이하로 잡으러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백이 20까지 사는 모양을 취하자 흑은 집부족증에 딱 걸리고 말았다. 차곡차곡 집을 벌어들이며 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버틴 결과다. 꼭 실리를 벌어들이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 될 수는 없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승리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빨리 두면 실수도 있게 마련이다. 탄샤오는 농심신라면배에 중국대표로 나와 2011년에 4연승을 했다. 2012년에는 선봉으로 나서 3연승을 달리다 이호범 4단에게 제동이 걸렸다. 국후 이호범이 "형세가 워낙 불리했던 바둑이라 이겼는데도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역전국이었는데 뒤집을 수 있었던 발판은 역시 끈질기게 버틴 덕이다. 이 판에서도 탄샤오의 빛나는 감각과 침착한 반면운영이 돋보이는 동시에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아래를 클릭하면 그 바둑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 ○● 집중조명/ 승부사 '이호범', 흔들린 '탄샤오' ☜ 클릭 2012년 11월 중국명인 페어전을 마친 후 녜웨이핑 9단은 “중국기사들 중에 누가 괜찮아 보이나?”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80후, 90후 세대)은 지금 전국시대를 맞이했다. 80후 세대는 구리가 나쁘지 않고, 90후 세대에선 ‘탄샤오’와 ‘판팅위’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세돌도 현재 한국의 완전한 1인자는 아니다. 그와 박정환이 ‘쌍웅(双雄)’이다. 중국에도 완전한 1인자는 현재 없다. 방금 내가 말한 애들에게서 비교적 (1인자로서의)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그의 예견대로 다음해 판팅위는 응씨배를 석권했지만 탄샤오는 ‘아직’이다. “적지 않은 중국의 90후 세대들이 이미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조급한 생각이 들지 않나?” 이런 질문에 탄샤오의 대답은 이랬다. "초조해 해봤자 이런 상황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14년은 탄샤오의 차례일지도 모른다. [기보분석=우동하 / 구성=정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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