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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아버지 소망 이뤄 홀가분합니다
시각장애인 아마강자 송중택 씨와 프로가 된 그의 아들 송상훈 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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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단자는 나오지만 송상훈 군의 입단은 평범하지 않다. 상훈 군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각장애인 바둑강자 송중택 씨(54)다. 송중택 씨는 앞이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아들이 프로기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드디어 2014년 1월 17일 아들이 입단에 성공한 것이었다. 바둑을 무척 좋아하는 청년이었던 송중택 씨는 전남 고흥 출생으로 17살 때 마을 사람들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우고 이로부터 3년 뒤 강자 반열에 접어들었다. 조치훈 열풍이 한국을 강타하던 때였고, 그는 프로기사가 되려는 꿈도 나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22살에 녹내장으로 양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약시도 아닌, 불빛조차 감지가 어려운 전맹이 됐다. 자연스럽게 바둑은 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력을 잃은 그가 바둑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부인 덕택이었다. 1988년 28살 때 강북구 수유동의 한빛맹학교에 다니던 지금의 아내 정문순 씨(49)를 만났다. 정문순 씨는 시각장애인용 바둑판을 사서 32살 생일 선물로 송중택 씨에게 주었다. 바둑과는 영영 끝이라고 생각한 송중택 씨에게 이 때가 인생의 전기였다.  ▲ 점자바둑판. 송중택 씨가 생일선물로 받은 점자바둑판은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점자바둑판은 바둑판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기찻길처럼 튀어나와 있다. 그것을 만져 좌표를 파악한다. 바둑돌은 아래쪽엔 열십자 홈이 파여 있어서 착수하면 바둑판과 맞물려 고정된다. 검은바둑돌은 위쪽 가운데 볼록하게 튀어나온 데가 있어서 백돌과 구별한다. 시각장애인이 바둑을 두려면 이미 놓인 바둑돌의 위치를 모두 기억해야 한다. 패싸움도 끝내기도 기억에 기대어 한다. 기억이 가물해졌다 싶으면 손바닥으로 반상 전체를 쓰다듬어 본다. ‘점자바둑판이 있다면 바둑을 계속할 수 있겠다’고 송중택 씨는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자 송중택 씨는 시력을 잃기 전에 비해 두 점 치수가 늘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바둑대회에서 8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송중택 씨는 현재 아마6단의 실력이다. 아들 상훈 군은 바둑에 있어서 송중택 씨의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 송중택 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이들이 유치원 다닐 시절 바둑학원을 다니게 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자식 사이에 소통의 고리가 약하다고 생각한 송중택 씨는 바둑이 훌륭한 매개체일 거라 생각했다.  누나 단비 양은 뛰어난 기재가 있었지만 학업을 택하면서 초등학교6학년 때 바둑을 접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연구생에 들어가 3~4조로 활동했지만 1년이 지나 다시 나왔다. 이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수석 입학했다. 상훈 군은 바둑이 재미있다면서 프로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송중택 씨는 아들을 바둑이 두어지는 현장에 데리고 다녔다. 2004년 폴란드, 2005년 체코에서 열리던 유럽바둑콩그레스에 참가했다. 당시 아마추어 2단 정도의 실력이었던 상훈 군은 외국인들이 자신을 신동이라고 불러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 때도 부자는 같이 다녔다. “맹모삼천지교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들을 프로기사로 키우려면 강호들이 바둑을 겨루는 곳에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송중택 씨는 말한다. 상훈 군과 단비 양의 교육을 송중택 씨의 친구 이홍복 씨가 돕기도 했다. 아마강자 출신의 이홍복 씨는 송중택 씨보다 한살 연상으로 송중택 씨가 바둑대회를 출전할 때마다 같이 다니고, 상훈 군과 단비 양에게 지도기를 해주었다.  ▲ 수담을 나누는 아버지와 아들(사진출처=조선일보) 상훈 군은 때때로 아버지가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는 것을 도왔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인터넷 바둑을 둘까. 이렇게 한다. 인터넷 바둑을 실행시키고 점자바둑판도 준비한다. 상대방이 착수하면 아들은 아버지의 손을 잡아 끌어서 상대가 착수한 곳을 만져보게 한다. 그 다음 아버지의 착수를 마우스로 착점하는 것이다. 상훈 군 대신 딸 단비 양이 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한 판 두는 데는 몇 시간이 걸렸다. 송중택 씨는 거의 제한시간 설정을 20분 30초 3회로 고정하곤 했다. 상훈 군은 본격적으로 프로를 지망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버지의 눈 노릇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정말 바둑을 좋아하셨다. 환경만 만들어지면 바둑을 두시는 분이셨다.”면서 “종반은 내가 두어 버린 적도 있다. 어린 마음에 귀찮을 때도 있었다. 뛰어놀고 싶을 때 아버지가 부르신 적도 있었으니까…”라면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 국회 바둑 최고수 김기선 의원(왼쪽)과 국내 시각장애인 최강자 송중택 아마6단이 점자바둑판으로 2013 시각장애인ㆍ국회의원ㆍ라이온 바둑대회에서 대국하고 있다. 프로를 지망할지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어느 겨를에 결정됐다. “아버지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아들은 프로기사가 될 겁니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아버지의 바람을 알고 있었고, 나 또한 바둑이 좋았다.”라고 상훈 군은 말한다. “아들한테는 ‘프로기사는 대개 특이하거든~ 넌 기이한 구석이 있으니까 꼭 프로기사가 될 거다.’라고 말해줬다. 이상하게도 반찬을 거의 먹지 않고 밥만 좋아하는 ‘맨밥 소년’이었다.”고 송중택 씨는 말한다. 중학생 나이 이후론 상훈 군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부천 집엘 잘 가보지 못했다. 도장에서 기숙하면서 바둑 공부하는 데 전념해야 했다. 설이나 추석이면 집으로 가 아버지와 접바둑을 두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석 점 치수 아래로 내려갔다. 상훈 군의 성적은 연구생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연구생이 10조까지 있던 시절 8조에서 9조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강등을 거듭해 연구생 자격을 잃었다. 연구생에서 떨어져 내린 당시 상훈 군이 공부하던 양천대일바둑도장의 김희용 원장은 상훈 군에게 “머리를 밀고 마음을 다잡으라.”고 했는데 상훈 군은 머리를 밀기 싫다면서 서럽게 울었다. 성적 비관 자살도 생각 그 뒤로 후회하고 이 악물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고되다는 안마사 일을 하면서 학비를 대고 있었다. 상훈 군은 부모님께 힘들다고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다시 진입한 연구생 생활에서 상훈 군은 하위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2승을 거두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자.’ 2승은 연구생 상위조로 연결되는 승수였다. 아는 형한테 편안하게 죽는 법까지 물어봤다. 맥락을 알지도 못하는 형은 “수면제를 많이 먹고 자면 된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이 때가 중학생 때였다. 상훈 군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한심했다.”면서 “격정적이던 시절의 기억이다.”라고 회고했다. 자살 계획은 어떻게 됐을까. 상훈 군은 거짓말 같이 2승을 했다. 그러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죽을 생각이면 차라리 죽을 각오로 이를 악물어 보자.’ 상훈 군은 이때부터 수직으로 상승해 4조까지 올라갔다. 상훈 군을 가르친 지도사범 이용수 7단은 상훈 군이 정말 근성 있는 학생이었다고 말한다. “실리를 중시하고 전투를 마다 않는다. 수읽기가 날카롭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만들어낸다.”고 그를 표현한다. 또 “수읽기가 워낙 강해서 하위조에 있어도 금세 치고 올라갈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라 생각했다. 자살을 생각했다니, 정말 몰랐다.”고 한다. 상훈 군은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런 점이 아버지와 꼭 닮았다. 유머로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니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줄은 주위에서 잘 몰랐을 것이다. 이용수 7단은 “상훈 군이 포석은 좀 약하지만 입단 즈음해서는 약점을 보완했다. 본인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강인한 정신력으로 세계대회에도 활약하리라 본다.”고 말한다. 2014년 1월 제133회 일반입단대회에 참가하면서 상훈 군은 “잡념이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송중택 씨와 정문순 씨는 아들이 신경쓸까봐 계속 모른 척하다가 마지막 라운드 때 한국기원을 찾았다. 그러곤 애타게 결과를 기다렸다가 아들의 입단 소식을 들었다.  ▲ 정문순 씨가 한국기원 3층과 4층 사이 계단에서 입단을 막 결정지은 아들 송상훈 군을 만난 순간. 정문순 씨는 한국기원 3층과 4층 계단 사이에서 상훈 군의 손을 부여잡았다. 4층에서 기다리던 송중택 씨는 아들에게 “수고했다”며 안아줬다. 안마사 일을 하면서도 도장비 한번 밀리지 않으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송중택 씨와 정문순 씨에게는 꿈 같은 기쁨이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내외는 말한다. 상훈 군은 “프로가 되어, 이제는 마음 무겁지 않게 바둑을 둘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송중택 씨는 “바둑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국바둑은 중국바둑에 밀리고 있으며, 기전은 점점 사라져 간다. 천하의 이창호 9단도 쇠퇴한다. 이제 우리 아들이 생존경쟁에 뛰어들었으니 열심히 기량을 연마해 줬으면 한다.”고 아들에게 바람을 말했다.  ▲ 송상훈 군이 공부한 양천대일바둑도장 김희용 원장(정가운데)와 입단 동기 오장욱 군(오른쪽에서 두번째)과 김희용 원장의 부인 이분옥 씨가 같이 기쁨을 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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