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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희망의 '반집'
포스코켐텍, 김주호의 '반집'으로 정관장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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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O.Henry)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슬픔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노래한다. 막강한 정관장의 위세앞에서 꺼져가는 촛불 신세였던 포스코가 김주호의 '반집'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26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1경기에서 포스코켐택은 승부처였던 1국에서 나현이 상대 홍성지에게 패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2국에서 김주호가 극적으로 안성준을 꺾으며 1-1로 첫날을 마쳤다. 벼랑끝에서 생명줄을 잡은 포스코켐텍은 둘째날 최강 정관장을 상대로 여한없는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포스코켐텍에 '희망고문'과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간전적 3승7패.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은 사실상 접은 상태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은 4경기를 전부 이기고 경쟁자들이 모두 추락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득한 얘기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마지막 잎새' 하나를 테이프라도 붙여서 지키고 싶은 포스코의 절절함이 때늦은 사투를 이끌어내고 있다. 리그 1위이자 최근 6연승의 정관장을 상대로 한 이날 경기에서 김성룡 감독은 무조건 첫판(나현-홍성지)을 이겨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나현은 직전 경기에서 넷마블 주장 박영훈을 꺾는 등 최근 4연승이고 홍성지는 목진석, 이세돌에 연패를 당해 주춤한 상태. 승산은 포스코켐텍 쪽에 충분했다. '1국만 이긴다면 설령 2국을 진다 해도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심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 사람뜻대로 되지 않는다. 첫판에서 믿었던 나현이 상대 홍성지에게, 그것도 145수 만에 단명으로 패하면서 김감독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만만치 않게 보였던 대국이 중반 나현의 착각 한 수로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었다. 멀리 포항서 응원온 포스코 관계자들도 이 패배는 충격이었던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 <제1국>나현-홍성지. 중반까지 만만치 않은 바둑이었으나 나현이 우변 입구자한 수가 패착. 나현은 상대가 손을 빼면 수가 난다고 보고 있었으나 착각이었다. 홍성지가 귀중한 선수를 잡아 중앙 백을 공략해서는 형세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 홍성지의 승자 인터뷰. (팀이 1위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의 결정적인 조언이 있었는지) "그런 건 없었고,팀분위기가 좋아서 그냥 흘러가는대로 하면 된다는..."(웃음)  ▲ 7라운드 부터 4연승을 달렸던 나현은 좋은 흐름이 끊겼다(시즌 6승5패). 승부판을 잃은 포스코켐텍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곧이어 2국이 시작됐지만 승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판이었다. 그러기엔 랭킹이나 지명도, 최근 성적 등 모든 면에서 상대 안성준이 너무 강했다. 바둑도 중반들어 김주호가 승기를 잡는듯 보였지만 안성준의 예리한 승부 호흡이 빛을 발하면서 덤에 걸리는게 확실해 보이는 상황. 불리한 김주호가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승부는 이미 활시위를 떠난듯 보였다. 한데 이 바둑이 기어코 역전된다. 그것도 딱 반집으로.  ▲ 김지명 진행자가 '안개처럼 따라와서 추월했다'고 말한 제2국. 종반에 안성준이 중앙을 끊는 승부패를 결행하지 않는 등 안심한 틈을 타서 김주호가 막판 추월에 성공했다. 송태곤 해설자는 "생각보다 안성준의 우세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김주호의 막판 추격전은 실로 대단했다"고 이 판을 총평했다.  ▲ 집 정리를 마친 바둑판. 흑(김주호) 30집. 백(안성준) 23집이다.  ▲ '반집의 승부사' 포스코켐텍 5지명 김주호(29). 이날 승리로 KB리그에서 있었던 5차례의 반집 승부를 모두 승리하는 흔치않은 성과를 이뤄냈다. ■ 3국 신진서-한웅규 전이 승부결정판 우여곡절끝에 첫날을 1-1로 마친 양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위의 <표> 오더를 보면 4국과 5국은 양팀의 주장 박정환과 강동윤이 출전하는 대국이어서 각기 1승씩을 나눠가질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승부결정판은 제3국 신진서-한웅규 전으로 압축된다. 리그 최연소 신진서(13)는 성적 부진으로 지난 8라운드와 10라운드, 두 차례나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품을 겪었다. 또 한웅규와는 전반기 대결에서 불계패를 당한 바 있는데 팀의 명운을 짊어진 이 한판 승부에서 멋지게 재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정관장이 5-0 퍼펙트승을 거둔 바 있다.   ▲ 사진은 전반기 4라운드에 있었던 신진서-한웅규 대국의 종국 직후 장면 . 한웅규가 19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 포스코켐텍은 한 경기라도 지는 날엔 바로 포스트시즌 탈락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승민 안형준 나현 김성룡감독 김동호 신진서 최기훈.  ▲ 장생 무승부 이후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정관장은 주장 박정환 9단을 중심으로 활기찬 검토를 펼쳤다. [사진ㆍ기사제공ㅣ 안성문/ KB리그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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