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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전쟁’ 피 토하게 싸우다
강동윤, 박영훈과 혈전 끝에 결승 1국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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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 위의 십단’ 십단을 향한 가장 높은 곳의 혈투에서 강동윤 9단이 먼저 웃었다. 결승에 오른 두 기사는 박영훈 9단과 강동윤 9단. 두 사람엔 공통점이 있는데, 타개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타개가 뛰어난 기사를 꼽으라면 전문가들은 대뜸 이세돌 9단이나 구리 9단을 꼽지만 이들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타개의 화신들이 박영훈과 강동윤이다.  박영훈과 강동윤이 벌이는 제8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3번기 첫째 대국이 4월의 첫날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져 강동윤이 255수 끝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 '이런 행마 보셨나요?' 강동윤이 들고 나온 기러기 형상의 눈목자 2개. 평소 모양 바둑을 잘 즐기지 않는 두 사람인데 초반은 모양 대결 양상이었다. 특히 강동윤은 눈목자 두 개를 합친 기러기 형상의 행마로 우변 진영을 키우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어찌 보면 박영훈에게 쳐들어오라고 도발하는 듯했는데 박영훈은 침투하지 않고 자신의 진영 폭을 넓히며 흑 모양에 맞서는 ‘키우기’ 경쟁으로 나왔다. 원익배에서 두 사람 모두의 최고기록은 준우승. 박영훈은 2006년 초대 대회에서 이창호 9단에게 1-2로 패해 준우승했으며 강동윤은 바로 전기인 7기 대회 때 최철한에게 0-2로 패하며 쓴 잔을 들이켠 바 있다. 지난해 타이틀 수확이 없어 아쉬움을 곱씹었던 박영훈은 올해 폭발적인 14연승을 구가하고 있었는데 바둑 패턴이 거의‘쥐도 새도 모르게 이기기’다.  그러니까 상대에게 도발의 기회를 주지 않고 조용하게 집 차이를 벌려서 승리를 꼬박꼬박 얻어내는 것이다. 힘과 도발로 '한칼' 한다는 최철한 9단도 박영훈에게 최근 천원전에서 힘을 못 쓰고 물러난 것을 보면 박영훈이 최근 자신의 스타일로 이끌어 가는 바둑은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동윤은 이 바둑에서 박영훈의 페이스에 잘 말려들지 않았다. 박영훈이 하변에서 현란한 스텝으로 패를 이용해 타개하다가 팻감으로 쓴 우중앙 젖힘을 본 강동윤이 받아주질 않고 차단해 역습을 가하자 박영훈의 입가엔 쓴 웃음이 배었다. 박영훈으로선 막상 운신만 부자유스러워졌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강동윤은 우하 패에 대한 팻감으로 하변을 차지하면서 실리로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박영훈은 우하가 미생인 모양이어서 강하게 반발할 수 없었다. 바둑TV 해설의 윤현석 9단은 “침착함의 대명사 박영훈 9단이지만 오늘은 좀 서두르는 모습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강동윤의 승리로 굳어져 가나 했던 바둑은 생각지도 못하게 요동쳤다. 하변에서 강동윤이 형태상의 허점을 몇 차례 노출시켰는데 이를 박영훈이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하변은 흑진영처럼 보였지만 몹시 맛이 나쁜 곳으로 변했고 이번엔 강동윤의 얼굴에 쓴 웃음이 번졌다.  ▲ 입술을 굳게 다물고 수읽기하고 있는 강동윤.  ▲ 눈을 크게 뜬 박영훈. 박영훈은 흑의 하변에서 패를 내 팻감으로 우상을 초토화시키면서 흐름을 반전시켰다. 그러나 강동윤이 중앙 쪽 백을 위협하면서 반상은 또다시 요동쳤다. 우상에선 다시 패가 났고 누가 유리한 건지 모를 바둑이 됐다. 반상은 여전히 긴장 국면. 강동윤은 우상에서 패를 지속하면서 중앙 타개를 하는 복잡한 전투를 길게 이끌어갔는데 결국 양쪽 전투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박영훈의 항서를 받아냈다. 이렇게 강-박 전쟁의 첫 대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결승2국은 바로 다음 날 4월 2일 밤 9시에 이어진다. 전기 대회에서는 최철한이 강동윤에게 2-0으로 승리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제8기 원익배 십단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원. ○●제8기 원익배 십단전 결승3번기 일정 제1국 4월 1일(월) 밤 9시 바둑TV스튜디오 : 강동윤, 255수 흑불계승 제2국 4월 2일(화) 밤 9시 바둑TV스튜디오 제3국 4월 9일(화) 밤 9시 바둑TV스튜디오   ▲ 김동철 기획조정실 상무(왼쪽부터), 박영훈 9단, 차동익 ㈜원익그룹 대표, 강동윤 9단, 조용래 신원종합개발 대표.  ▲ 박영훈 9단(왼쪽부터), 차동익 ㈜원익그룹 대표, 강동윤 9단.  ▲ 대회 관계자들과 결승 진출자들이 결승 1국을 앞두고 환담을 나누었다.  ▲ 차를 마시는 강동윤과 박영훈.  ▲ 강동윤의 첫수.  ▲ 박영훈이 우상귀에 착수하고 있다.   ▲ 목이 탄다. 강동윤(오른쪽)과 박영훈은 타개 위주의 현란한 전투로 반상을 뜨겁게 달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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