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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의 대궐을 폐허로 만든 셰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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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허 9단은 과연 강했습니다. 중국은 제14회 농심신라면배 3차전 첫 대국에서 최철한 9단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천야오예 9단를 내보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한 뒤 셰허 9단을 내보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남은 선수 중 장웨이제 9단보다는 셰허가 주장급일 것 같은데 먼저 등판시킨 것은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 볼 수 있었습니다. 최철한의 예리한 기세를 빨리 꺾지 않으면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다급함에서 상대전적 4승 1패로 앞서고 있던 셰허를 내보냈을 것입니다. 대국에서 최철한은 본디 기풍대로 공격으로, 셰허는 역시 늘 하던대로 실리와 타개로 맞섰습니다. 초반부터 신형이 나와서 재미있었고 중반엔 최철한의 강공을 부드럽게 피하며 흑의 대궐을 폐허로 만드는 셰허의 타개가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 긴박했던 순간들 속으로 바둑팬 여러분과 들어가보겠습니다.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12국 ●최철한 9단 ○셰허 9단(중국) 장소: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 날짜: 2013년 2월 27일 결과: 240수 백불계승 초반부터 신형이 등장해 흥미로웠습니다. 좌하귀 소목 변화죠. 흑1~5까지는 일종의 정석인데요, 아주 무난하죠. '싸움꾼' 최철한은 이런 진행을 떠올리기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의 기착점이 있을 때도 이 형태는 곧잘 등장 하는데요 그때는 흑1, 3이 맥점입니다. 7까지는 흑 만족. 1, 3이 최철한 스타일. 여기서 혹시 4로 두는 것은 악수. 일명 보리 선수 입니다. 특히 셰허는 뒷맛을 없애는 이런 수를 누구보다도 싫어합니다. 좌하 흑 돌이 완생이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11까지 흑이 싸울 만합니다. 6까지는 실전 진행인데요. 이 다음 만약 흑7처럼 크게 씌우면 백은 8로 붙일 것입니다. 이하 14까지 백이 만족스러운 진행입니다. 앞 그림과 관련한 변화 하나를 더 말씀드리자면, 백8로 붙일 때 흑9로 바로 막고 싶지만 14, 16 으로 요석이 잡히니까 이건 안 됩니다.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좌하 흑이 아직 못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백이 기회를 보아 1~3까지 결행하면 흑은 잡힙니다. 실전에서 흑이 마음 놓고 싸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18까지 실전진행인데요, 백이 조금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백2 때 흑3~9까지 계속 늘면 어떨까요? 그러면 백은 이쯤에서 손을 빼어 백10~12로 좌하 흑을 잡으러 갑니다. 실리가 아주 큽니다. 실전에서 최철한은 흑1의 한칸씌움을 선택했습니다. 이후에 실전과 달리 5로 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만약 백6으로 뻗는 다면 흑7로 다시 씌워 이것은 흑이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백이 이렇게 두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흑5에 백은 6으로 젖히는 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하 백8까지 백이 편합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흑이 좋은 참고도는 잘 나오질 않네요. 이번 신형은 미완성이라서 결론 내리긴 이르지만 제 느낌으로는 백이 약간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초반이 약간 재미없었다고 판단한 최철한은 묵직하게 1, 3 으로 끊어서 일전불사를 외칩니다. 여기서 a와 b 중 어떤 수가 좋을까요? 1, 3으로 얼른 씌워 이하 14까지 회돌이로 기분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이 마땅치가 않아요. 15로 건너붙인다 해도 흑이 22, 24로 반격하면 백 대마가 갇힙니다. 도대체 셰허 수읽기의 깊이는 어느 정도인 걸까요. 서두르지 않고 먼저 1로 응수타진한 게 아주 멀리까지 내다보는 수입니다. 흑이 2로 받으면 백27까지 진행되어서 아까와는 달리 백이 살아갑니다. 백1과 흑2의 교환이 미리 되어 있는 게 역할을 하고 있죠. 최철한도 같은 변화를 읽었을 테니 그냥 받아줄리는 없죠. 흑2로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백3이 또한 셰허의 재치가 번뜩이는 수입니다. a로 건너는 수와 b로 궁도를 확보하는 수를 맞보기로 하고 있죠. 묘착입니다. 실전에서 백이 타개가 잘 됐습니다. 갈 길 바쁜 최철한이 ▲로 뻗어 노리던 수를 감행했어요. 백이 1로 받으면 이하 흑10까지의 패가 남습니다. 1의 젖힘이 좋은 응수였습니다. 흑2로 받는다면 이하 백7까지 진행되어 ▲가 거꾸로 잡힙니다. 보통 기사라면 최철한의 강공에 걸려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 셰허의 침착함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하는 수 없이 최철한도 흑2로 끊어 변화를 구했는데요, 백 3, 5로 돌파하고 백7로 꽉 이은 수가 틈을 주지 않는 좋은 수법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백11까지. 최철한은 주먹을 사용해 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셰허가 승기를 잡았습니다. 최철한이 최대한 추격하고 있으나 여전히 집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흑5는 보강하라는 주문인데, 셰허는 아랑곳 않고 9, 11로 실리를 빼앗아 갑니다. 집으로 멀치감치 달아나 버립니다. △에 흑이 1~5로 버티긴 어렵습니다. 6~14를 선수하고 16까지면 흑은 사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이 선수로 눌러간 사전 공작이 잘 들어맞았음을 알 수 있죠. 실전에서 흑은 어쩔 수 없이 흑이 중앙을 돌보았습니다. 완벽해 보였던 셰허도 목적지가 가까워 오자 실수를 합니다. ▲의 도발에 백1로 두었으면 쉬웠어요. 이하 백5까지 되고 나면 흑이 다음 수가 없습니다. '얼음장 같이 냉정한 셰허가 흔들립니다. 백1로 시간연장책을 썼는데 최철한이 손을 빼니까 갑자기 복잡해 집니다. 흑10까지, 백 대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적잖이 당황했을 텐데요. 세허는 백1로 시간연장책 한 번을 더 사용하고 3, 5로 둡니다. 이게 좋았습니다. 수순은 길지만 백17까지 빅이 났습니다. 셰허가 빠르게 냉정을 되찾으면서 요동치던 반상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오늘 대국은 초반 신형과 우하에서 벌어진 공격과 타개가 볼만했는데요. 최철한의 맹공을 셰허가 단단한 수비력으로 잘 막아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3연승한 최철한이 제 몫을 해주고 마지막 선수 박정환 9단에게 바통을 넘겼습니다. [해설/ 바람의검심 7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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