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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천적이 되어주마
제14회 농심신라면배 본선11국 최철한vs천야오예, 바람의검심 7단★의 자세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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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이 목표다!' 최철한 9단의 선언입니다. 중국은 최철한이 2차전에서 2연승을 거둘 때부터 그를 막기 위해 천야오예 9단을 생각해 두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일리가 있었습니다. 최철한이 천야오예 9단에게 그때까지 8연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흔히 말하는 '천적' 관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초일류 기사에게 '천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나봅니다. 최철한은 보라는 듯 천야오예를 농심신라면배 연승의 제물로 삼았습니다. 실은 작년 12월 스포츠어코드 승자 준결승전에서도 승리하였기 때문에(비공식대국이어서 공식 성적에 반영되지 않았음) 이번 농심신라면배 대국까지 2연승을 거뒀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최철한 9단이 속으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내가 천적이 되어주마'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11국 ●천야오예 9단(중국) ○최철한 9단 장소: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 날짜: 2013년 2월 26일 결과: 262수 백불계승 예전에는 백△처럼 3•三을 차지하면 흑이 1립2전으로 받아 두는 것이 마치 정석처럼 사용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프로기사의 바둑에서 그냥 두칸으로 받는 수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1, 3과 같이 걸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시대에 따라 수법도 변하죠. 1의 협공은 우리에게 익숙한 한수. 그런데 3은 어떤가요? 조금은 생소할까요. 이 수에는 축 관계가 내포돼 있습니다. 축이 좋을 때는 아주 유력합니다. 위에서 말한 축 관계는 지금의 변화를 가리킵니다. 흑은 축이 좋으면 7로 막습니다. 백이 8로 저항하면 이하 12까지 축 형태로 백이 망하게 되죠. 하지만 지금은 흑의 축이 불리해서 이 진행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축이 불리할 때는 흑1이 정수. 이하 8까지 백이 두터운 진행입니다. 천야오예는 1, 3으로 응기응변했습니다. 이하 15까지 백 세력 대 흑 실리의 갈림이 되었습니다. 앞 그림 11로는 지금의 1로 늘어서 둘 수도 있습니다. 이 진행은 지난 1월 10일 치러진 제17기 박카스배 천원전 최철한 9단(흑)과 박영훈 9단(백)의 결승1국에서 나온 형태입니다. 하변 공방이 치열합니다. 나현 2단은 총보 41로는 천야오예가 1로 늘어서 두는 편이 좋았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백2라면 흑3. 이후에 혹시 백4, 6으로 움직인다든지 하는 것은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흑5, 7로 좋은 자세를 얻게 되어 흑이 만족스럽습니다. 백은 소탐대실을 한 결과지요. 흑이 1로 잡는 바람에 2, 4로 뻗은 후 이하 12까지 백이 활발합니다. 전투이긴 한데 흑으로서는 내키지 않습니다. 실전에서 흑1에 백2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흑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실전에선 천야오예는 3으로 붙여 7까지 자세를 잡았습니다.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천야오예의 강함이 느껴집니다. 좀 더 진행되었습니다. 상변 싸움이 한창입니다. 백이 △ 로 밀어 온 장면. 흑으로서는 다음 착수가 아주 중요한 시점인데요 a, b 중 어디가 좋았을까요? 흑1로 중앙 쪽을 뻗는 게 좋습니다. 백2로 지키면 3으로 중앙을 막아서 백이 답답합니다. 최철한 9단은 스타일상 앞 그림보다는 지금 백2로 힘차게 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번엔 흑3이 좋은 수. 4, 6의 공격에는 7로 서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됩니다. 실전은 1, 3으로 상변을 압박했습니다. 얼핏 백이 답답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도 답답하지 않습니다. 4, 6으로 리듬을 타고 쉽게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하 12까지 백이 만족스러운 진행입니다. 이제 형세는 백이 약간 편합니다만 아직 갈 길이 먼 바둑.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는 때입니다. 백이 △로 붙여서 정리를 하자고 합니다. 흑은 a로 반발할까, b로 참아 둘까 고민됩니다. 냉정하게 흑1로 참아 두는 게 정수였습니다. 백이 8, 10 으로 정리하는 동안 흑은 11로 반상최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좌변이 마지막 승부처가 됩니다. 서로가 어려운 승부죠. 천야오예는 형세가 불리한 것을 의식해 흑1로 반발했습니다. 실전 심리상 누구라도 반발하고 싶죠. ‘에이 몰라, 일단 반발이다’ 모르긴 몰라도 최철한의 붙임(△)을 무리하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백2부터의 변화를 간과한 것입니다. 4의 젖힘에 흑5는 마땅한 수가 없어 둔 수입니다(그냥 9로 두었다가는 7을 당해서 흑이 아주 곤란합니다). 실전에서 최철한은 백10~16까지 선수하고 18로 넘어가서는 성공을 거둡니다. 우변 변화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흑은 우상 흑을 살려야 합니다. 이때가 흑에겐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흑1로 두어서 살기 전에 ‘잡을 테면 잡으러 와봐’를 외쳤어야 했습니다. 사실, 백은 흑을 잡으러 갈 수 없습니다. 흑1~9까지 백의 무리입니다.) 앞 그림에 이어서 설명합니다. 백은 흑을 잡으러 갈 수 없기에 2로 선수를 뽑고 반상 최대의 곳인 4를 선점하는 것이 정수입니다. 그러면 흑5까지. 이렇게 되면 백이 약간 우세한 종반전입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백이 이렇게 냉정하게 둘 수 있을까요? 천야오예는 흑1을 차지하고 볼 일이었습니다. 실전에서 천야오예가 둔 흑1은 너무 쉬운 수였습니다. 최철한이 2~8로 깔끔하게 정리하자 변화를 구할 수 데가 없습니다. 흑11이 큰 자리인 것은 틀림없지만 백이 12, 14로 중앙을 틀어 막아서 승리를 확정짓습니다. 이후는 최철한 9단이 반면 승부만큼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정확히 마무리했습니다. 이 바둑은 어느 한 군데 천야오예가 크게 잘못한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천야오예가 우세해졌다고 생각되는 곳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최철한 9단의 반면 운영이 훌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흑은 부분전투에서 조금씩, 그리고 계속 점수를 잃은 것이 패인이라 하겠습니다. 최철한은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다음 상대는 누가 나오든지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프로기사로서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최철한이 그의 말대로 5연승을 해내기를 응원합니다. [해설/ 바람의검심 7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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