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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바둑이여 지성이 되라"
자칭 C급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바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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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다. 우리는 짜증을 냈다. 춥고 길 막히는데 버스도 안 오고, 지하철도 고장이라고. 교통체증만이 이번 추위로 인한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이 추위에 길거리의 누군가가, 혹은 난방비를 낼 돈이 없는 가난한 어느 누군가가 집 안에서 얼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했다. 대체 올겨울 한국에선 몇 명이나 얼어 죽었을까?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이런 것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경제학자다. 추위가 한창이던 (2010년) 1월 14일,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박사와 연세대 동문 쪽 카페 라리에서 만났다. 원래 오후 3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6시30분에 만났다. 밖은 벌써 어두컴컴하다. 이런 시간이라면 카페가 아니라 조용한 음식점에서 저녁과 약간의 반주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은데, 어떨까. 말을 떼자마자 즉시 답변이 돌아온다. “ (술 마시면 마누라에게) 쫓겨나요. 시키는 대로 안하면 쫓겨나요, 쫓겨나면 갈 데 없어요. 요즘 제가 이러고 살아요.” - 카페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블팩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바둑용어도 가끔은 쓰고, 우석훈 박사정도의 나이면 바둑을 아는 사람도 많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웠다. 급도 없고, 몇 번 두고는 말았다. 아버님이 옛날에 아마 4~5단인데 평생을 아무것도 안하고 바둑만 두셨다. 싫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려서는 기원에 아버지 찾아 가서 데려오는 게 일이었다. 바둑은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근데 하려면 잘 해야지. 시간을 너무 잡아먹을 거 같아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버님은 지금도 컴퓨터에 밤새 매달려 바둑을 두신다. 월간바둑 책을 갖다 주시면 좋아는 하실 거다. 바둑용어 중엔 ‘복기’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쓴다. 잘못한 것을 지적할 때. 그 개념을 많이 쓴다.“ -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 이 없던 것은 아닌지? ”바둑도 못 두고, 당구도 못치고, 남자들이 많이 하는 잡기는 거의 안했다. 고스톱은 칠 줄 안다. 20년 전에 쳐봤다. 꼭 공부만 한 거는 아니고 술 먹고 많이 놀았다. 공부는 어렸을 때 한 거라, 아무것도 모르고 한 거다. 계속 하던 김에 그냥 한 거다. 다른 식으로 사는 게 있다는 걸 잘 몰랐다.“ - 학습에 대한 재능이 있으셨던 거 같다. 최근에 대학강의를 많이 줄이셨다고 들었다. “음. 다른 거보다는 시험 보는 게 편하다. 모든 것이 다 시험을 치는 거면 세상 살기 쉽겠다. 대통령도 ‘사지선다’면 문제없다고 한 친구도 있다. 시험을 치면 잘 붙는 편이었다, 학위를 받고 나니, 교수는 시험을 안보더라. 프랑스는 시험 봐서 교수를 뽑는데 말이야. 시험도 부당한긴 한데 그래도 내겐 좀 더 편하다. 교수가 되는 건 포기했다. 대학 강의는 무척 힘들다. 대충 때우려는 게 아니고, 제대로 하려면 힘이 많이 든다. 손이 많이 간다. 한번 했으면 대충 할 순 없잖아. 그래서 ‘에이 몰라, 쉬야겠다.’그런 느낌이다. 특히 요즘 대학생들은 옛날 학생들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 숙제도 안하고 습작이 줄었다. 글을 다루는 게 굉장히 미숙하다. 이게 대학생이야 중학생이야. 그렇다.”  - 88만원 세대란 책이 유명하다. 20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까닭이 있나?“원래는 10대였다. ”가난한 13세 소녀가 어떻게 살까“ 라는 주제였다. 그때의 10대가 시간이 지나 이제 대학생이 됐다. 20대를 보니 황당한 결과였다. 10대라면 일단 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맞이하게 하는 게 정의라 보고 시작했었다. 많은 이들에게 지금 ‘10대부터 다시 살고 싶냐’ 물어보면, 그러고 싶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요즘은 대학생도 지옥인데, 10대시절에 비하면 편하기 때문에 이들이 대학시절을 견딘다. 지금의 20대는 사회적으로 대변이 안 되는 집단이다. 안됐다.” 우석훈 박사는 프로기사의 수입에 대해 최초로 관심을 보였다. 그 다음은 그들의 정치적 지향. 사회적 발언이나 참여가 있는지도 물었다. 또 어디서 옷을 사 입는가 하는 생활적인 측면까지도 궁금해 했다. 비공식적이든 공식적이든 말이다. 이는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심이기도 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그는 바둑에 관한 여러 주제를 먼저 잡았다. ○● 생태(生態 ecology)와 바둑 - 생태에 관심이 많으셨다. ‘생태’와 바둑이 이번 인터뷰의 소재이기도 하다. ”바둑은 여러 장점이 있을 거다. 골프랑 부딪쳐 보면 확실할 거다. 모든 스포츠는 조금씩 반(反)생태적인 면이 있는데, 그중 골프는 한국에서 가장 ‘반생태’적인 스포츠다. 골프의 대안으론 수영이 논의되기도 했다. ‘노골프’!다.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스포츠중 바둑은 가장 생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둑은 검증된 스포츠 아닌가? 문화적으로도 말이다. 내기바둑이 사회적으로 문제될 만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10대와 20대에겐 별로 안 맞을 것 같다. 우리 땐 놀게 없어서 바둑을 뒀으니까.“ 그가 또 질문을 한다. 평소 궁금했었나보다.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을 자주 본다. 또 바둑TV 방송을 보면 정말 얘기를 잘 하더라, 바둑수순을 진짜로 다 외우나?” “프로들은 다 알고 있다. 프로지망 연구생들은 하루 10시간씩 공부한다. 먹고 사는 문제다” “혹시 그보다 더 하는 것 아닌가? 먹고 살려고 하는 거라면? 아유, 그건 사는 게 아니다.”  - 88만원세대, 가장 알려진 말이자 대표 저서인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20대의 평균월급을 계산한 것이다. 마치 ‘너희들은 착취당하고 있다’고 겁을 주고 있는 것 같다.“그런 면이 있다. 현재의 40대들이 권력을 오래 잡고 있을 거다. 지금의 10대는 40대가 부모세대이므로 사회에 일찍 데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의 20대들에겐 권한을 주지 않다가, 이게 문제 있다면서 현재의 10대들이 사회에 데뷔할 때쯤은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일본은 연간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황이 온 해에 취업하지 못한 대학졸업생은 그게 평생 간다. 반면 호황인 시기에 취업에 성공한 대학졸업생은 또 그 상태가 평생 간다. 한국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훨씬 힘들어 질 거다. ‘그때(지금)가 편했다‘라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사회적으로 주급제로 바뀐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학졸업자들의 초봉도 깎였다. 10년 뒤의 미래엔 정규직, 정년보장,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로열패밀리‘ 불릴 것이다.“ 그의 질문이 먼저 나온다. ”혹시 ’촛불 집회‘때 바둑계, 특히 유명 프로기사 중엔 나간 사람이 있나? 패션 매니아, 오디오 매니아는 나갔다. 프로게이머, 만화가들도 다 나왔다. 유명한 태권도 사범들도 개인적으로 비공식으로 많이들 나갔다. 이걸 왜 물어보냐면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라기 보단 ’사회를 보는 시각이 있느냐‘가 궁금해서다.“ ”궁금하기는 했는데, 물어 보지는 못했다. 아무얘기도 안할 거 같다. 부담스러워 할 것 같고.“ ”왜 아무 얘기도 안할까?“ 우석훈 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한국의 유명인들은 사회적 발언이 약하다. 선진국일수록 다르다. 노골적으로 정치적 지향을 묻는 게 아니라 이슈를 물어서 그의 입장을 듣는다. 가령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하면 대답에 따라 그의 입장을 유추한다. 그런데 ” 전 그런 거 몰라요“라고 대답하는 아름다운 모델이 있다하면 어떨까? 그 순간부터 바보가 된다. 마네킹이나 다를 바 없게 취급한다.  생각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 이건 파시스트의 논리다. 우리는 모두 ’사람‘아닌가? 아무생각 없이 어떤 것만 잘하면 그게 사람인가. 마네킹. 원숭이. 또라이와 다를 바가 뭔가. - 그런 질문에 고민을 하고 대답을 할 때, 전문계층의 유명인들이 일반에 대한 지도력이 생기는 거다. 미국에서 아놀드 같은 배우가 주지사가 되는 것은 끊임없이 그런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 유명인들이 자기 생각을 할 줄 아면 그때 존경과 인격을 부여한다. 우리는 아무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또 유명인도 밝히지 않는다. 특히 기자들이 그런 걸 안한다. 어떤 유명 ’스포츠 스타‘를 예로 들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그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을 할 거라는 인식을 우리부터가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다. 바둑계 인사들도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문화가 결합을 할 때, 사회를 끌고 가는 ’지성‘이 된다..“ 이창호 9단이 한창 잘나가던 시기, 인터뷰 시에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때론 인터뷰의 침묵이라던가, 대화가 없는 것을 부드럽게 지적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돌려 생각해 보면 바둑만 잘 두면 되는 인간형을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아닐까. 과거의 심심한(?) 이창호를 만든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우박사의 말이 이어진다. ○● 바둑이여 ’지성‘(知性)이 되라 “이창호도 사회인이다, 바둑계는 누가 대표인지 분명한 분야다. 분명 이 사람의 생각은 일반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다. 바둑계에 유리하지 않은가? 그의 이름에 지성과 인격이 부여 되는 게 좋다. 누구나 생각은 다 있을 건데 말이다. 전문가나 유명인을 기인취급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지성인이 필요하다. 정치적 지향이 극우파라도 상관없다.” - 예전에 기후변화협약에 한국대표로 참여했다. 공공의 일을 기획하는 일이다.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후~ 먹고살아야 하니까 한 거다. 20~30대 힘들 때라, 돈도 없고, 취직을 한 건데, 재밌게 지낸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뭐가 문제인지. 누가 나쁜 놈인지 알게 됐다. 이때는 보고서체를 익혔다. ‘무엇 무엇으로 사료됨, 첨부의견, 별첨참조’ 개성이 절대 드러나지 않는 보고서체다.” - 2.1연구소 소장이시다. 2.1은 현재 1.0에 가까운 한국 출산률을 2.1로 올리자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한국바둑은 어린이바둑이 다 죽는 다고 신음해 왔다. 한국기원의 체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원성도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출산율 저하로 시장자체가 줄었다. ”시장이 줄어든 거 맞다. 그런데 이시기에 어린이쪽에서 성공한 게 있다. ‘어린이 경제교실’이다. 체계적인 지원이란 논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령 “어린이 경제교실에 가는 것 보단, 어린이 바둑교실 보내는 게 어린이의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되고 행복한 것입니다.”라는 그런 말을 개발해라. 어린이가 고객이니 어린이에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경제교육은 어른의 필요였다. 주식을 시뮬레이션이하는 어린이를 상상해봐라, 사악해 보이고 끔찍해 보이지 않나, 그런 부분을 건드리면 된다.“ 분명 바둑이 수 천 년을 살아남은 미덕이 있었을 것이다. 도박은 다 못하게 하지만, 바둑은 상류층에서도 시킨 거 아닌가. 고려 시대 때 놀던 것 중에서 남아 있는 게 뭐 있나? 바둑 아닌가. 바둑이 기본적으로 생태 스포츠기 때문이다. 나중에 정말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 중의 하나다. 어릴 때 주식교육을 하는 것보단 바둑을 교양으로 배워 놓는 게 낫지 않나? 바둑은 기본적으로 법치, 민주주의다. 룰이 핵심이다. 경제는 룰이 명확치 않다. 독점을 비판하면서 독점을 만들기도 한다. 그에 비해 바둑은 한수씩 둔다. 법치다. 어기면 엎잖나. 누구는 세 번씩 두고, 누구는 한번 두라 하면 이게 게임인가. 그런데 정치나 경제는 그렇다. 바둑은 전혀 이질적인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룰을 지킨다. 이는 법치이자 민주주의다. 남녀노소구분이 없다. 생태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면이 있다.“  ▲ 우석훈 박사는 한마디로 '명랑한 경제학자'다. ○● 잡지의 미래 - 한국에서 잡지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때문일까? 정말로? 계속되는 ‘부진’은 누가 못하고 잘하고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박사의 의견을 들었다. 잡지의 부진은 한국에서 총체적인 현상이다. ”가처분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총소득은 늘었는데, 심심할 때 쓸 수 있는 돈이 준거다. 사교육과 부동산투기가 모든 걸 빨아 들였다. 잠깐 동안 말초적인 거. 짧은 시간동안 없는 돈이라도 끌어내 탕진하고 싶은 문화(유흥, 도박)는 살아남았다. 그래서 2차적으로 생각해야 즐길 수 있는 문화는 모두 죽어간다. 잡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영향도 물론 있는데, 그렇다고 그리 빨리 죽을 수 있는가. 포브스는 잘 팔리는 잡지다. 여기 기자가 6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잡지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월간 태권도도 어렵다. 잡지가 많아야 잘 사는 나라가 맞다. 내가 파리에 살 때, 거기 국민소득이 2만 불로 넘어갈 때였다. 잡지 종류가 한국의 몇 백배였다. 내가 본 권총잡지만 6종류고, 무기류는 100종이 넘고, 그게 프랑스에서 개인소득 2만 불 시대에 일어났던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언젠간) 잘 될 거라 생각한다. 너무 심심하잖아. 맨 날 술 먹고 그러기에는.“  ▲ '"리더에 속하는 사람들이 술만 먹고 골프만 치는 문화는 웃기는 것, 바둑을 포함해 다양한 교양을 즐길 줄 알아야" 우박사의 하이라이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한국을 지배하는 두 가지는 간단하게 ”돈+말“이다. 말과 돈을 같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잡지는 돈의 영역이 아니라, 말의 영역에 속한 세계다. 말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걸 명심해라. 말이 풍부한 나라는 프랑스다. 말을 풍부하게 해서 돈을 만든다. 그것이 문화적 풍부함이 된다. 이로써 철학과 문화를 지배한다. 현재 한국은 좌파잡지, 우파잡지 다 힘들다. 공유점을 찾지 못하면 그렇게 계속 힘들 거다.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문화적 풍부함이 없으니 그렇다. 우리는 시멘트로 돈을 만들고 있다. 시멘트로 모든 돈이 몰리고 있다. ‘지랄 끝’을 보게 될 거다. 시멘트와 싸울 수 있는 것은 현재 ‘말’뿐이다. 이는 좌파 우파 모두 ‘토건’이외의 대안을 못 찾아 낸 결과다. ‘토건파’에 진 거다. 좌파도 ‘토건파’다. 그 결과 문학도 죽고, 영화도 죽고, 하다못해 한국의 과소비가 심하다는데 패션도 죽는다. 봐라. 패션잡지 ‘보그’도 힘들다. 시멘트에 속하지 않는 분야는 모두 힘들다. 현재 한국에서 ‘말’ 가지고 돈 버는 사람은 소설가 몇 사람뿐이다.”   ▲ 시멘트로 돈을 만드는 것, "지랄 끝"을 보게 될 것이다. - 재미란 게 없어진 건가? “우파가 집권했다 하면 알아서 월급부터 올려주고 해야 사는 맛이 나는 거지. 알아서 월급이나 먼저 깎고 이러면 사는 게 무슨 재미냐. (우리가 고상한 이미지로 떠올리는) 유럽, 그 안의 프랑스도 무식했던 나라다, 그래서 사교가 생긴 것이다. 사교에는 시인, 소설가, 작곡가, 과학자, 기본상식, 외국어, 이런 게 많이 필요하다, 교양이란 상식과 문화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통치자들을 위한 교육이기도 하다. 그들이 쳐박혀서 술 먹고 골프만 치면 이런 거 참 문제다.” - 시멘트가 돈을 만든다는 건? “(간단히) 예를 들자. 도로를 짓는다. 그 옆의 어떤 땅은 10배가 뛴다. 그래서 계속해서 필요 없는 도로같은 것을 짓는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 논쟁을 보자. 뭐가 논란이냐고? 이게 전부 완공될 때까지 오페라 하우스 건설 예산을 빼고 다른 음악관련 문화예산이 모조리 삭감된다. 그래서 문화예산을 늘렸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연에 필요한 오페라 합창단원 60명은 아무런 기한도 없이 모두 잘린다. ‘30-40’대는 그래도 이런 토건질에 좀 익숙하다, 20대는 투기의 맛을 전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20대에서 뭔가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 ” - 그럼 잡지 같은 매체는 미래가 없는 건가? “사진이 있다. 잡지속의 사진을 대체할 수 없다. 사진이 좋고 주장이 강한 잡지는 살아남는다. 종이위에 찍힌 사진의 느낌. 꿈을 파는 것이다. 인터넷이 그걸 대체하진 못한다. 인터넷의 사진을 보면 볼수록 잡지를 더 갖고 싶어 하게 된다. (인터뷰 시점은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 PC가 보급되기 전이다, 현재 인쇄매체는 태블릿 PC로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람 옷 자동차, 이런 게 판타지다. 경건한 느낌이 드는.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환타지다. 돈을 써야 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 거다. 잘 놀아야 되거든. 잡지는 실로 고급스러운 취미다. 지적능력이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문화적이라는 의미다. ‘어떻게 돈을 버냐?’ 직장인들이 이런 걸 내게 물어온다. 그럼 난 잡지를 사 본 적 있냐고 되물어본다. 대기업직장이라도 6개월 이상 잡지를 안 사본 사람이 많다. 잡지는 그 분야의 아방가르드다.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 이긴다. 그게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해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다. 특수한 정보는 누군가를 만나서 물어봐야 하는데, 잡지에 그런 게 있다.“  ▲ "바둑은 스포츠 중에서 가장 젠틀하다. 이러한 문화적 코드는 반드시 쥐고 나아가야한다. 바둑이여 지성이 되라" -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어쩌나. ”아주 힘들지만, 사회적 기능이 있는 거니까. 잡지를 보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다. 잡지 보는 나라를 만들자, 잡지를 많이 키워서 제어하는 게 맞다. 잡지는 좀 더 입체적이어야 한다. 잡지를 집어 들어야 하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만들어 줘야한다. 잡지라는 게 말이다. ‘비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보그’를 예로 들겠다. ‘보그체’라는 게 있다. ‘엘레강트’하고 ‘쉬크’하고 올가을의 패션 ‘머스트해브’, 이런 것들, 조사 빼고는 전부 외계어 같은 거가 보그체다. 오디오체도 있다. 그런 잡지가 문체를 만들고 말을 지배한다. 말을 지배하면 그게 돈이다. 대장이 되는 거다. 스타일과 문체를 만들어라. 좀 다른 예로 ‘창비체’도 있다. 무척 재미없고 잠 오는 거. 되게 재수 없고 고루하면서 전근대적인 느낌, 그래도 안 망했다. 하하. 한국의 스포츠 중에서 바둑은 ‘젠틀’한 거다. 이러한 문화 코드는 꼭 쥐고 가야 한다. 바둑에 꼭 필요할 거다. (잡지가 그런 문화코드를 지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소득에 비해 문화적으로 후지고 천박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표준 언어. 이 동네에서 같이 하는 거다. 서로의 말을 몰라도 되잖나. 적어도 동북아에서는 표준어다.” - 우석훈 박사가 마지막 메시지를 던지며 인터뷰를 끝낸다. 아직 고통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단다. “올해와 내년, 더 힘들 거 같다. 제일 재밌는 게 만화인데, 만화잡지가 망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기도 하다. 많은 주제와 재미가 있는 곳이 바둑계 같다. 혹시 아이디어나 자문이 필요하면 불러라. 잡지가 잘 돼야 나라가 잘 사는 것이다.” [취재 : 최병준, 김상우] - 2010년 월간바둑 2월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 우석훈(禹晳熏, 1968년 출생) 박사는? 2.1연구소 소장 (http://retired.tistory.com/) 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로 즐겨 소개한다. 박권일과 함께 쓴 ‘88만원세대’로 주목을 받았고. 이한동 총리시절 한국대표로 기후변화협약을 이끌었다. 다량의 저서가 있고, 총 12권의 경제 대장정 시리즈를 집필중이다. 09년에 6권까지 집필했다. 진보와 보수에 차이를 두지 않고 ‘토건’시스템을 비판하며, ‘생태’ 개념을 중심에 놓고 있다. 1. 《88만원 세대》 (2007), 후속작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2009) 2. 《조직의 재발견》 (2008),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2007)의 개정판3. 《촌놈들의 제국주의》 (2008) 4. 《괴물의 탄생》 (2008) 5. 《생태 요괴전》(2009) 6. 《생태 페다고지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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