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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 이번 대회는 나를 위한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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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의 역전패가 마음에 걸릴 만도 한데 이영구 8단의 착수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되레 1국의 패배를 앙갚음하겠다는 듯이 그의 얼굴은 더욱 냉정해져 있었다.  승자인터뷰에서 “1국을 지고 나서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내가 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말로 끓어오르는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이번 대회는 나를 위한 대회라 생각한다”며 우승컵에 대한 열망을 더욱 뜨겁게 불살랐다. 이런 충만한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윤준상 8단의 완착이 나오기가 무섭게 전판을 휘두르는 그의 얼음장 같은 착수를 보고 있자니 이번 결승전의 무게균형은 어느 정도 허물어진 게 아닐까한 조심스런 예측을 해보고 싶다. 이영구 8단의 완승으로 끝난 물가정보배 결승2국을 집중조명으로 다시 돌려보자. 제7기 물가정보배 결승2국 ●이영구 8단 ○윤준상 8단 장소: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1년 9월 14일 결과: 241수 흑불계승  초반 포석이 일단락 된 장면이다. 흑1로 넓게 전개하자 백은 2로 곧장 뛰어들어 좌변을 교란하고자 한다. 그러나 흑은 백2의 뛰어듦을 멀겋게 바라만 본체 흑3으로 잽싸게 손을 돌린다. 흑3은 일견 대세점을 외면한 한가한 수가 아닐까? 아마도 이영구 8단은 좌변은 어느 누가 먼저 두더라도 큰 득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좌변을 두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이다. 백도 좌변을 움직이지 않고 백4로 들여다 봐 흑의 응수를 물어본다. 사실 백△의 들여다 본 수는 괜한 손찌검으로 이 판을 어렵게 만든 주범이 되고 말았다. 백4의 뻗음으로 인해 흑▲ 한 점이 자동으로 잡혀 버린다면 백의 괜찮은 활용이나, 보다시피 흑15 다음 백의 다음 수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명백한 악수교환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백1의 들여다봄에 흑2로 곱게 이어주는 것은 초급자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응수다. 백7까지 선수로 당해버리면 이젠 흑▲의 움직임이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이 움직일 수가 있었다면 백은 실전진행1처럼 좌변을 둘 것이 아니라 그냥 백6으로 한 점을 접수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7의 마늘모 붙임엔 백8로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다. 백은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아예 손을 빼고 먼저 우변을 갈 수도 있었다. 흑2로 곧장 움직인다면 백3으로 당당하게 싸울 수 있다. 결국 실전 A의 들여다 본 수는 적절한 활용이라기 보단 쓸데없이 흑돌을 강화시켜준 악수다. 그럼 좌변을 백7까지만 두어 놓고 백9의 요처를 차지할 수는 없었을까? 물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음 흑10의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백은 흑10 한 방으로 인해 흑에게 상당한 두터움을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에 우변을 둔 이상 실전진행1 백14는 생략할 수가 없는 자리다. 흑돌들은 포위가 안 되는 것일까? 일견 백2, 4의 교환부터 백6까지 크게 씌우는 수가 있을 것 같지만 흑7로 간단하게 탈출할 수 있다. 백△가 썩은 동아줄밖에 되지 않는다니 백으로선 억울한 노릇이다. 백의 다음 수순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백4부터 14까지 손해 교환을 감수하고 간신히 하변을 넘어갔다. 수순 중 흑9로 한발 늦춘 수는 배워둘만한 수로 무심코 막았다간 단번에 사고가 날 것이다. 마지막 큰 자리인 흑21, 23의 젖혀 이음에 손이 돌아와서는 흑의 우세가 단연 돋보인다. 백5로 물어봤을 때 흑6으로 그냥 막으면 이하 백7, 9의 이음이 선수로 듣는다. A로 빠져나가는 수와 하변을 건너가는 수, 중앙으로 진출하는 수 등 세 가지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이젠 백이 눈치 보며 싸울 필요가 없다. 실전과는 엄청난 차이다.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다. 백1로 도망갔을 때 흑2의 모자씌움은 당연한 한 수다. 백돌의 공격과 함께 추후 A, B의 반격을 간접 보강하고 있다. 백3으로 나왔을 때 다음 흑4의 날일자 씌움이 뭔가 어정쩡해 보이지만 실은 이 수가 이 바둑의 승착이라 할 만한 멋진 수였다. 쌈지를 틀 수 없는 노릇이기에 백9의 진출은 당연했는데, 다음 흑4의 교두보를 발판으로 한 흑12의 저공 폭탄이 백의 중심부를 강타한다. 흑1의 치중에 백2로 막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이하 흑3부터 9까지의 선수를 기분 좋게 해놓고 흑11로 재차 씌워가는 그림이 이상적이다. 백으로선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뻔히 당할 순 없다. 흑▲가 아주 적절한 자리에 있음을 알 수 있겠다. 그렇다고 백2, 4로 물러서는 것도 개운치 않다. 실리 손해는 물론이고 상변 백돌이 졸지에 공격 대상으로 전락한다. 맞아 죽으나 굶어 죽으나 피차일반이라는 의미였을까? 이래저래 마땅한 응수가 보이지 않았던 윤준상 8단은 실전에서 백4로 붙이는 과감한 승부수를 들고 나왔다. 윤준상 8단의 승부수에 화가 났을 법도 한 이영구 8단은 흑5부터 35까지 공격 노선을 취하며 중앙 흑을 강하게 압박한다. 백이 상변에서 수를 냈지만 패에 연명할 수밖에 없는데다 중앙 백까지 엷어져선 이젠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국면이 되고 말았다. 백36의 가름은 무리인 줄 알고서도 둔 윤준상 8단의 연이은 승부수. 국후 두 기사의 복기에 참여한 박정상 9단은 백4의 붙임에 왜 흑5로 가만히 늘어두지 않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흑5로 늘어뒀으면 나중 활용의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당장은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흑은 백1로 찔렀을 때 흑2로 잡는 간명책을 취할 수도 있었다.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이 그림이 좀 더 깔끔하다. 백3으로 이으면 같이 흑4로 이어서 충분히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흑A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전과 같이 강하게 싸우면 더 많은 이득을 얻어낸다는 계산이다. 백이 실전과 같이 패로 버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만약 백1, 2로 살아버린다면 다음 흑4의 씌움 한 방이 결정타로 작용한다. 상변 백돌이 중앙과 함께 양곤마로 몰리면서 바둑이 순식간에 끝난다. 중앙 백이 크게 엷어지면서 바둑은 확실한 흑승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윤준상 8단은 마지막까지 끈끈하게 버텨가며 승패의 끈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국후 윤준상 8단은 백10의 수를 후회했는데 백10으로는 좀 더 버텨가는 수가 있었다는 감상이다. 윤준상 8단은 백1로 잇는 수를 지목했다. 2로 끊으면 백3으로 몰아 흑▲들을 자연스럽게 취한다. 나중 백A로 끊어 빅을 만드는 수도 남아있다. 물론 흑12로 따내는 패가 해결이 안 돼 백이 마냥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재차 승부수를 띄워보는 것이 판을 계속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백이 상변 패를 해소한 다음 흑은 1, 3의 붙임을 발판으로 어렵지 않게 백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흑1, 3의 리듬감 있는 붙임은 굉장히 좋은 수로 타개의 모범행마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흑13까지 진행돼서는 모든 변수가 사라지게 됐고 흑의 승리가 더욱 확실해졌다. [글 ㅣ 김상우 ]  우승자는 최종국(3국)에서 가려진다. 최종국은 오는 28일 오후 9시부터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이 대국을 해설과 함께 생중계한다. 해설자는 '부득탐승' 이창호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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