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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상, 사활을 꿰뚫는 독수리의 눈을 보여주다!
김상우의 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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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힘이 없는 바둑을 화초바둑이라고 한다. 모양이나 행마는 그럴듯하지만 사활과 관련된 수싸움이 벌어질 때면 맥없이 주저앉기 때문에 온실 속의 화초와 같다는 우스갯소리다. 과거 조치훈 9단은 화초바둑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바둑은 하나의 거대한 사활 문제”라 말하며 수읽기 학습만큼 최고의 처방전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기도 했다.  물가정보배 결승1국은 수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좋은 학습 자료다. 이영구 8단의 버팀수에 정확한 응징을 가한 윤준상 8단의 수읽기는 힘이 강한 바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을 정의하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더욱이 촌각을 다투는 초읽기 와중에 이런 수들을 정확히 읽어냈다는 것은 그가 결승에 올라올만한 실력자라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다. 동갑내기 라이벌로 화제가 된 물가정보배 결승1국의 중요 장면들을 집중조명으로 다시 살펴보자. ●윤준상 8단 ○이영구 8단 장소: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1년 9월 7일 결과: 175수 흑불계승  상변을 백1로 갈라치자 흑2로 다가섰다. 백의 다음 한 수는 어디였을까? 뻔한 장면 같지만 의외로 고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전진행이다. 백은 두 칸 전개하는 것 대신 백1로 한 칸 뛰었다. 백1은 좌변 흑진영을 의식한 행마로 이 장면에서 적절히 두어진 임기응변의 한 수다. 이어진 흑2의 한 칸 뜀이 때이른 완착이 되고 말았는데 백3의 전개가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백3은 백 일단의 근거 확보는 물론이고 나중 A의 준동수단까지 노리고 있다. 당장 A로 움직이는 건 B의 끼움수가 준비돼있지만 주변이 조금만 두터워지면 강력한 후속수단으로 남는다. 흑이 마지막 큰 자리인 좌하귀를 잠식하면서 초반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으나 흑2의 완착 덕분에 백이 약간이나마 수월하다. 흑2의 다가섬에 보통 백3으로 두 칸 벌리는 것이 일반적인 감각이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흑4의 날일자 씌움이 천하 명당자리가 되면서 일순간 백이 갑갑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4는 상변 백 두 점을 압박함과 동시에 흑▲를 빛나게 해주는 모양 확장의 요처가 된다. 실전진행1 백3이 좋은 자리였던 만큼 흑은 4로 바짝 다가섰어야 했다. 흑4는 집으로도 상당한 자리며 백의 근거를 박탈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남이 두어도 좋고 내가 두어도 좋은 자리라면 십중팔구 쟁탈의 요처라 해석해도 좋다. 계속된 실전진행이다. 백은 흑의 가장 큰 보고인 좌변을 백1로 침입했다. 흑은 백의 좌변 침입에 흑2, 흑12의 기대기 붙임을 두면서 서서히 압박해 나갔다. 흑2, 12는 성동격서의 좋은 수로 아마추어들이 배워둘만한 수다. 그러나 공격을 하다말고 방향키를 돌린 흑18이 뭔가 수상쩍다. 물론 흑18은 백돌의 준동을 방지하는 큰 자리이지만 지금은 그쪽을 둘 여유가 없다. 백21로 날일자 달리자 좌변 백돌이 쉽게 안정을 취했다. 돌이켜보면 좌변 백돌이 쉽게 안정되는 바람에 흑은 중반 내내 집 부족으로 고전했다. 그렇다면 흑은 실전진행2 흑18보다 다음 참고도처럼 흑2로 공격해야 되지 않았을까? 이하 흑6까지 두어졌다고 가정한다면 백의 다음 행마가 만만치 않다. 좌변 백돌들을 쉽게 안정된 이후 바둑은 어느새 백이 재미있는 국면이 되고 말았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패배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흑은 1의 승부수를 띄운다. 우변 백진을 통째로 뒤흔들고자 하는 강력한 승부수다. 하지만 백2, 4, 6의 포위에 흑돌들의 타개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실전은 흑1의 붙임이 두어졌다. 당장 A로 끼우면 흑 두 점이 떨어질 것 같지만 이영구 8단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정확한 수읽기 끝에 백2의 좋은 수단을 찾아내면서 백4로 흑 한 점을 접수했다. 이렇게 돼선 집 차이가 더 벌어졌다. 흑1의 붙임에 당장 백2로 끼워 발끈하는 것은 정확한 수읽기를 하지 못한 어리석음의 소치다. 이하 흑3부터 흑19까지의 바꿔치기가 이뤄지는데 백의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백2, 4가 교환돼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백4가 선수로 듣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백6의 끼움이 성립한다. 흑이 하변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백은 이후 수순부터 귀신에 홀린 것 같은 역전패의 수순을 써가기 시작한다. 먼저 우변 흑돌을 압박하려한 백1의 밀어감이 괜한 수였으며 백5의 날일자와 9, 11의 밀어감도 전부 불필요한 교환들이다. 이런 손찌검들 덕분에 흑2의 따냄과 12의 막힘이 어부지리로 두어져 좌변과 좌하귀 백돌들이 전부 엷어졌다. 흑26으로 중앙에 살집이 붙는 동안 백이 한 것이라고는 9, 11, 21, 25 등 공배연결이 전부다. 그나마 가장 큰 자리인 백13, 15가 돌아온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백은 A로 밀어갈 것이 아니라 백1로 한 점을 잇는 것이 좋았다. 백1은 백 일단의 약점을 보강하는 두터운 자리며 집으로도 적지 않다. B부터 D까지의 권리를 포기하더라도 맛좋은 곳을 골라 두텁게 정리했다면 백이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백1로 가일수했을 때 중앙이 두터워진 흑은 2까지 잠입하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진다. 흑10으로 둬 백의 물러섬을 강요했을 때 백은 어떻게 응수했을까? 그냥 받아주는 것은 집으로 워낙 당하는 모양이기 때문에 백은 1부터 9까지 흑 전부를 장문으로 포획해버린다. 하지만 이 수는 먹잇감을 깔아 놓은 사냥꾼의 책략처럼 흑12의 끊음부터 흑34까지 백대마 전체를 패의 올무로 가둬버리는 만드는 어마어마한 시나리오가 쓰여 있었다. 백은 이렇다 할 반발도 하지 못한 채 흑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흑34까지의 꽃놀이패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영구 8단으로선 기가 막힌 대역전패다. 백1로 그냥 이어주는 것은 괴롭다. 흑2로 살렸을 때 백3으로 궁색하게 살아야 하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당한 모양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이제는 누가 이긴지 모를 정도로 형세가 극미해진다. 초읽기 와중에 대형 사활을 전부 읽어낸 윤준상 8단의 수읽기 실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활을 읽지 못했다면 흑의 패배는 물 보듯 뻔하다. 이 사활의 핵심은 실전진행5 흑30의 찝음으로 이 수 외엔 어떠한 수도 성립하지 않는다. 언뜻 흑1로 빠지는 것이 맥점으로 보이지만 백2부터 10까지 성립되지 않는다. 여기서도 백4의 찝음이 사활의 키포인트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 ㅣ 김상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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