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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의 숨결, 춘란의 향기를 탐하다
결승 3국 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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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타개-멋진 임기응변-빛나는 감각, 세돌류의 진면목을 보여주다 초반에 뭔가 불리하게 시작하는 것 같아도 어느새 상대방의 턱밑까지 바짝 다가선다. 상대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 그때 돼서야 깊숙이 숨겨왔던 비수로 심장을 찌른다. 이건 누가 봐도 영락없는 자객의 숨결이다. 씨에허 7단의 수읽기를 벗어난 기상천외의 타개책으로 전판을 유린한 최종국. 보는 팬들도 놀랐고 검토하던 동료 프로기사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씨카드배에 이은 춘란배 첫 우승의 낭보는 한 단계 더 진화한 2011년판 이세돌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해준다. 세돌류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결승 최종국을 집중조명으로 다시 감상해보자.  ------------------------------------------------------------------------ 제8회 춘란배 결승 3국 ●씨에허 7단(中) ○ 이세돌 9단 장소: 중국 충칭 크라운홀리데이 호텔 날짜: 2011년 6월 30일 결과: 214수 백불계승 ------------------------------------------------------------------------ 2국의 패배가 못마땅했을까? 아니면 새로운 준비가 돼있었을까? 돌을 가려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은 2국의 신수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씨에허 7단은 2국이 끝난 후 구리 9단, 구링이 5단과 함께 신수의 변화를 집중 연구했다는데, 흑5의 한 칸 뜀이 굉장히 좋은 대응책으로 나왔다. 흑5 덕분에 앞으로 이 변화는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 단순하게 백1로 나가는 것은 흑의 주문에 걸려든 꼴이다. 백5로 중앙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보는 바와 같이 중앙 탈출이 힘들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던 이세돌 9단은 백1로 단수몰아 상대방의 응수를 먼저 물어봤다. 이에 대응하지 않은 흑2가 냉정한 한 수였으며 이어진 흑4, 6의 수도 흑2와 연계된 준비된 맥점이었다. 이하 백21까지 절충된 결과는 아무래도 흑이 좋아 보인다는 평가다. 초급자를 위한 참고도다. 백11로 두 점을 잡는 것은 그 유명한 석탑조르기 모양이 나온다. 흑22까지 썩은 고기를 먹고 단단히 체한 격이다. 사실 흑2로 늘어 강하게 싸울 수도 있었다. 흑이 실리를 벌며 타개해나가는 모양이라 전혀 꿀릴 것이 없다. 아마도 이 변화를 택하지 않은 건 싸움꾼 이세돌 9단을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이어지는 실전진행이다. 흑2의 눈목자 지킴이 이색적이다. 흑2는 우중앙 일대를 중시한 노골적인 지킴이었다. 다음 백의 대응이 궁금했던 찰나, 이세돌 9단은 별 고민 없이 백4로 푹 뛰어 들어가 우변을 송두리째 폭파시키고자한다. 흑세력 한가운데에 뛰어든 백4는 뭐라 표현해야할까? 한때 폭파전문가로 유명한 조치훈 9단보다 더 지독한 배짱이라 해야 하나? 흑1을 외면하고 백2로 손을 돌리는 것은 흑3의 못질이 무섭다. 흑3의 지킴 한 방으로 우중앙 일대가 50집 가까운 대궐이 된다. 삭감이든 침투든 뭔가 손을 대야 한다. 세력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중앙은 백2 정도의 삭감이 적정선이다. 씨에허 7단의 기풍상 흑3의 지킴이 예상된다. 이렇게 두어도 한 판의 바둑이겠지만 이런 밋밋한 대응은 이세돌 9단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 어찌 보면 실전진행2 백4의 뛰어듦은 이세돌 9단에게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백2에 흑이 아래로 받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하 백8까지 단박에 모양이 갖춰져 다음 공격을 기대할 수 없다. 우변을 어떻게 타개해야할지 고민되는 장면이나 이세돌 9단은 아무렇지도 않게 백1의 뻗음을 뒀다. 의표를 찔린 걸까? 모양에 치우친 흑2, 4의 완착이 튀어나오면서 순식간에 백 일단이 안성맞춤으로 살아갔다. 흑 석 점을 끊어먹고 타개한 것도 모자라 선수마저 백에게 빼앗겼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꼴이다. 애초 우중앙을 지킨 흑▲가 통곡을 하고 있다. 보통 상대방이 강한 곳에선 가볍게 두는 것이 상식이다. 대다수의 프로기사들은 백1의 기대기를 통해 백3의 젖힘을 얻어내는 정도가 최선이 아닌가했다. 실전진행3 백1은 생각하기 힘든 타개책이다. 실전은 모양에 치우쳤다. 흑4의 빈삼각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백3, 5로 밀어준다면 계속 늘어 우변 실리를 챙긴다. 백이 중앙으로 탈출할 수 있겠지만 흑12로 압박해 공격의 효과를 계속 볼 수 있다. 실전진행과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다. 최강의 공격은 흑2, 4로 안형을 빼앗는 올인 작전이다. 그러나 백을 잡지 못할 경우 그 피해가 막심하다. 공격하는 쪽이 더 떨린다고 봐야겠다. 흑은 우변에서 된통 당했기 때문에 뭔가 득점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흑9로 바짝 다가선 수는 뭔가 국면을 흔들어보겠다는 승부수의 성격이 짙다. 흑4의 두 칸 뜀은 백7자리의 끊음을 보는 좋은 수. 백5의 모자씌움 역시 7자리의 끊어짐을 간접 보강하면서 흑돌을 공격하는 좋은 자리다. 하지만 흑8과 10의 교환이 급박했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성급한 수가 되고 말았다. 흑12로 늘어 백의 계속적인 공격을 강요했지만 공격을 멈춘 백13이 참으로 냉정한 선택이었다. 흑8, 10의 교환이 굉장히 머쓱해졌다. A의 붙임은 쓸데없는 교환이었다. 먼저 3, 5로 머리를 내밀어 백의 응수를 물어보는 게 수순의 묘다. 백이 공격을 멈추지 않고 6으로 씌워간다면 흑7로 다시 한 번 나간다. 하변 백돌들이 보기보다 엷어 오히려 백돌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중 B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괜히 손찌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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