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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이건 음모다"
박영훈, 격렬한 기풍에 적응, 변신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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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커피배를 우승한 박영훈은 기분이 좋았다. 술을 잘 못마시는 척 하면서도 넙죽넙죽 잘 받았고, 대회 관계자들과 이야기도 잘했다. 뒷풀이용 우승소감은 "전에 제주에 와서 결승 대국을 진 일이 있다. 그때 준우승 인터뷰만 실컷 했었다. 이제 우승해서 기쁘고 감사하다"라는 것이었다. 4월 7일 제주, 이창호 9단을 상대로 맥심커피배 결승2국에서 반집승을 거둬 2-0으로 우승한 날, 대국이 끝난 저녁의 뒷풀이 장에서였다. 뒷풀이 장 한켠의 술자리에선 초성 게임이 벌어졌다. 우승자 박영훈도 게임에 참여했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면서 술 한잔 씩을 들다가 많이 마시는 쪽을 피해 김효정 3단의 옆으로 피신했던 박영훈 9단이었다. 김 3단이 술잔을 들고 '초성'게임을 하자고 하자 처음엔 마구 사양한다. 그러나 '안 걸리면 괜찮다'고 권하자 그야말로 확 퍼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래?'하고 다시 자리에 눌러 앉았다. 초성게임이란 두음절로 된 단어에서 단어 음절의 첫 자음(초성)을 누군가 제시하면, 그에 맞는 단어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말하면 된다. 가령 누군가 'ㅂ,ㄷ' 하면 바둑, 바닥, 반디!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가장 늦으면 벌칙이 있다. 뒷풀이 장의 벌칙은 '벌주'였다. (김효정 3단의 설명) 벌주가 있는 모든 게임의 특징은 걸리는 사람이 계속 걸린다는 데 있다. 이날 가장 많이 걸린 사람은 우승자 박영훈 9단. 8명 가량 참여한 이 게임에서 꽤나 자주 걸렸다. 자꾸 자꾸 벌주를 들이키던 박영훈 9단이 문득 외쳤다. "와~, 이건 음모다" 다른 사람이 합심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외치면서도 박영훈은 계속해 게임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묘하게 그만두기 힘들다. 특히 한 번 걸리면 반드시 다음 판은 하게 되어 있다. 벌주를 든 사람이 초성을 가장 먼저 제시하기에 벌주를 마신 다음 판에는 절대 안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번중 한번은 맡아놓고 먹다보니 전작도 있고해서 자자리가 파할 때쯤, 박영훈은 심히 취했다.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의 박영훈은 잘 웃기는 해도 앞에 나서서 리드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박영훈이 휘적 휘적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크게 외쳤다. "여러분, 2차는 제가 쏘겠습니다~. 으하하!"  ▲ "안 걸리면 되는 거야? 그런거야? 헤헤, 참 쉽네." 게임 룰을 설명하는 김효정 3단(좌측),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는 박영훈 9단(우측) 모든 음모는 김효정으로부터 시작됐다. ▲ "그래, 이 게임은 마시면서 배우는 거야." 박영훈이 게임에 패해 벌주를 들고 있다  ▲ 박영훈이 '대취'했다고 엄살을 피우자 김효정 3단이 마셔주기도 했다.  ▲ "또 걸렸다." 아직까지는 박영훈도 신났다.  ▲ "장난이 아닌데", 마시고 또 마신다. 뭔가 계획적인 것 같다. 벌주를 마시는 박영훈도 이젠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  ▲ "우리 영훈이 너무 장하네, 바둑도 우승하고 술도 잘 마시네", 김효정도 이제는 대신 마셔주지 않는다.  ▲ "다들 너무 잘한다. 또 꼴찌다. 이건 음모다." 박영훈 이 게임은 포기했는지 웃는다.  ▲ "아흑, 또 꼴찌야 다들 연습하고 여기 온 건가..다들 짜고 하는 건가?" 외톨이 박영훈 벌주당첨. 다음은 셔틀 버스 안에서 나눴던 짧은 대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술 때문이 아니고 바둑 때문에. 물론 술먹기 전에 나눴던 문답이다. 계산이 즐겁고 반집을 헤아리는 게 전문이라 미세해질수록 신명이 나는 유형인 줄 알았더니 머리 아파하는 것은 다른 프로들과 다르지 않았다. - 오늘의 이런 반집승부는 의도된 면도 있나? 상당히 복잡해 보였는데 결국 반집이 되는 걸 보면 신기하다. "이런 결과는 나도 머리가 아프다. 지금도 좀 아프다. 물론 우세한 상황에서 상대의 도발을 막기위해 안전하게 이끌다 보면 반집승부로 가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와 오늘 대국(맥심배 결승2국)은 많이 다르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최강으로 뒀는데 결과가 반집이 되면 정말 머리가 아프다." - 그래도 이기면 좀 상쾌해지지 않나? ".......(지는 것 보다는) 좀 낫다." - 오늘바둑은 보다 격렬했던 것 같다. 박영훈도 좀 격렬해지는 건가? "요즘 추세가 격렬한 게 유행이다. 난 아직 그 유행에 적응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격렬한게 유행하는 이유는 그게 수준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승률도 높기 때문일 것이고. 유연하게 두는 게 예전보다 승률이 낮아진 거 같다. 상대가 격렬하게 나오면 그에따라 반응할 수 밖에 없다. " ** 굳이 찍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김효정 3단이 앞에 앉더니 조금있다가 박영훈이 기자의 앞에 앉았다.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윤지희 3단도 그 옆에 있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러나 조금 밍숭밍숭했다. 그러다 갑자기 게임이 시작되더니 벌주를 한번이라도 마신 사람들은 모두 힘껏 분노의 레이스를 펼친다. 카메라 폰으로 급히 찍었다. 덕분에 소주에 가까운 맥주를 여러 잔 마시기도 했지만, 술자리도 격렬한 기풍일 때가 재미있기는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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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림자
술익는향기
너울
靈山靈
靈山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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