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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만 보면 이창호는 '혹'한다?!
국수전 3국, 고수들의 심리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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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도전기 도합 네 번째 만남이다. 두 기사 모두에게 진한 향수가 어린 국수전은 빼앗고자 하는 열망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그 어느 누구의 잣대도 들이대지 못하게 한다. 명국의 조건이라 할 만한 아주 훌륭한 배경이리라. 2국까지는 1승 1패다. 백번필승이 이어진다면 이번엔 이창호 9단 차례겠다. 허나 이창호 9단은 그동안 숱하게 당해왔던 흐름을 또다시 답습하면서 판을 순식간에 망가뜨렸다. 별안간 튀어나오는 실수들은 돌부처란 수식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치명적이다. 우스갯소리로 독사만 보면 혹한다는 말이 정말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국수전 도전3국을 집중조명으로 되짚어보자. --------------------------------------------------------- 제54기 국수전 도전3국 ●최철한 9단 ○이창호 9단 장소: 서울 홍익동 (재)한국기원 특별대국실 날짜: 2011년 01월 25일 결과: 211수 흑불계승 --------------------------------------------------------- 장면1 (때이른 패착) 좌변 싸움이 초점이다. 흑1로 호구치면서 좌변 흑모양을 수습하고 있다. 흑1부터 7까지 쭉쭉 밀어가는 것은 흑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흑 한 점을 때려낸 백10이 때 이른 패착이다. 백10은 이 바둑의 흐름을 흑에게 내준 엄청난 실수로 응당 A의 자리를 밀어갔어야만 했다. 실전진행1 (공방의 요처) 흑3자리를 밀릴 줄 알았던 흑은 뜻하지 않은 백△에 횡재를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흑3자리를 밀어가는 모습이 힘차기만 하다. 이 자리는 쌍방 모양의 분기점이자 천양지차의 결과를 내포한 공방의 요처다. 참고도 1 (백이 밀어갔다면) 백이 밀어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보는 바와 같이 하변과 중앙 경계선의 모양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흑2의 석점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백3으로 치받아 좌변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이렇게 중앙 백을 두텁게 해놓는다면 훗날 A의 차단하는 노림수도 강력해진다. 당연한 백의 권리를 흑이 역으로 행사해버렸으니 그 죄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을 것이다. 참고도 2 (별무신통) 밀리기 싫다고 흑2로 젖혀 가면 백3의 끊음이 대기하고 있다. 참고도1보다 더 손해인 그림이다. 백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A의 보너스도 남는다. 실전진행 2 (장군에 멍군?!) 그러나 공교롭게도 백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곧장 주어진다. 백1로 들여다봤을 때 흑2의 찝음이 대세를 간과한 실리집착! 찝음에 응수하지 않고 백3으로 이은 수가 좋았다. 흑4의 끊음에는 백5와 7의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면서 애초 흑▲로 밀렸던 손실을 최소화시켰다. 흑에게 하변 실리를 내주긴 했지만 7로 끊어 흑 두 점을 접수했고 11의 중앙 진출까지 수행해선 백의 괜찮은 변화다. 하지만 흑▲의 죄과는 여전히 유효해 전체적인 집 균형은 흑이 앞섰다. 참고도 3 (중앙을 끊었어야) 흑은 중앙을 중시할 장면이었다. 백1로 들여다보았을 때 흑 두 점을 가볍게 보고 중앙을 차단했으면 중앙 방면이 엄청나게 불어난다. 실전진행2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면2 (기세충돌의 수순) 중반전이 어느 정도 소강되고 종반 끝내기에 다다른 장면이다. 상변 처리를 두고 쌍방 신경전이 한창인데 이하 13까지의 수순이 이해하기 힘들다. 백1의 선수성 젖힘에 손을 뺀 흑4는 기세였지만 이에 흥분한 백7과 백13의 응수는 승패의 마침표를 정확히 찍어버린 과수였다. 참고도 4 (중앙을 받았으면) 흑이 우상귀를 받았으면 이하 18까지의 수순이 예상된다. 흑이 유리하지만 실수가 한 번이라도 나온다면 백이 곧바로 역전할 수 있을 만큼 미세하다. 흑이 실전을 택한 이유겠다. 실전진행 3 (순식간에 망하다) 장면2에 이은 실전진행이다. 백1의 과욕은 흑2로 끊으면서 응징된다. 수순이 길지만 이하 흑34까지 백대마가 모조리 걸린 꽃놀이 패가 났다. 이후 팻감이 부족한 백은 좌변 패를 받지 않고 버텨보지만 중앙 대마가 모조리 죽어 버리는 참극으로 끝맺음을 한다. 참고도 5 (쉬운 수를 깜빡하다가) 거슬러 올라가 장면2의 수순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백7의 찝는 수를 깜빡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백7의 찝는 수를 선수로 처리하고 9의 자리로 갔어야 될 것을, 찝는 수를 소홀히 하다 그 자리를 역으로 당해버렸다. 역끝내기를 당한 비통함은 장면2 백13의 무리한 이음으로 나타났고 이후 흑의 호된 응징으로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일련의 스토리를 종합해봤을 때 장면1의 대세점을 외면한 것과 장면2의 선수 교환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중요한 건 이 수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과 천하의 이창호 9단이 이런 수들을 깜빡했다는 것이 아닐까한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글 | 김상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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