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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GOD’ 비교 체험 극과 극!
2% 부족한 아르헨티나 바둑협회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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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이날 행마에 대해서 차근히 복기를 해 본다. 바둑협회 방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볼리비아에 가기 전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었다. 여행계획을 했던 남미 4개국 중 예방주사 기록이 있어야 하는 나라는 유일하게 볼리비아이며 비자도 미리 받아 놓아야 하는 곳도 볼리비아이다. 즉, 이날은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로 떠나는 일정을 가진 연수언니와 나에게 앞으로 차질이 없는 여행을 위해서 중요한 날이다. 다행히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보건소가 있단다.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보건소에는 황열병 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서있는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보건소에 있던 50%의 사람들은 외국인들로 나처럼 아르헨티나에서 볼리비아로 떠날 채비를 하나 보다. 여권을 보여주고 대기표를 받았다. 기다리던 중 간호사가 큰 소리로 황열병 주사를 맞고 나면 2~3일간 약간의 열이 날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고, 알코올 섭취도 되도록이면 하지 말라고 한다. “Miss Jeong!” 간호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순서다. 9년 전쯤 방글라데시 방문을 위해서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는데 나흘 정도 아파서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이 있어 괜히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먼저 주사를 맞은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서 안심이긴 하다.  ▲ 체스를 즐기는 체스클럽 회원들.  ▲ 나가노(오른쪽)와 호세의 지도대국. ▲ 나와 함께 기념 촬영.노란색 황열병 주사 기록을 들고 볼리비아 대사관으로 가서 비자 신청만 하면 오전 일정은 마무리된다. 참, 대사관으로 가기 전에 증명사진도 찍어야 한다. 스페인어가 능숙한 호스텔 매니저에게도움을 청해 즉석에서 바로 인화를 해주는 사진관을 찾아냈다. 그런데 사진관에 카메라가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아주 작은 사진관으로 카메라를 놓을 자리도 없어 보인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사진사 아저씨가 기둥에 딱 붙어 서라고 해서 말에 따른다. 드디어 아저씨가 잘 포장되어 있던 숨겨져 있던 카메라를 꺼내든다. 앗! 내가 가져간 카메라 보다 사양이 아주 떨어지는 일명 똑딱이를 꺼내드는 것이 아닌가.한국과 다른 사진관 환경이 흥미로웠던 것도 잠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을 찍는 포즈였다. 분명 정면을 바라보고 서라고 했으나 아저씨가 옆으로 비켜서서 옆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정면으로 서 있지 않은가? 낯선 상황에 아저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고개가 자꾸만 돌아간다. “stop! stop!" 알고 보니 아르헨티나는 정면을 보며 증명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점! 왜 그럴까 질문을 해 봤지만 돌아오는 별 다른 대답은 없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습인가 보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생애 첫 측면 증명사진이 손에 쥐어 졌다. 볼리비아 비자 발급용 말고도 이 증명사진은 여기저기 다른 곳에 서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비자 발급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볼리비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했다. 신청 절차는 간단해서 줄서는 것을 빼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출해진 우리는 점심을 엠파나다로 가볍게 해결했다. 엠파나다는 고기와 야채, 치즈 등을 넣어 만든 남미식 만두라고 생각하 면 된다. 맛도 한국 만두와 비슷해 남미 여행을 하면서 시간이 부족할 때 즐겨먹던 음식이다. 배도 든든하고 이제 두 번째 할 일을 하러 가야겠다.  ▲ 아르헨티나 바둑협회 홈페이지.  ▲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 필수코스 보카지구. ▲ 남미식 만두 엠빠나다.아르헨티나 바둑협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둑협회를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동서, 남북 길의 주소를 숫자로 표현해 길 찾기가 쉬운 미국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 혹은 나라 이름들로 길을 표현한다. 파라과이길, 우루과이길 등 아르헨티나에 가면 세계의 길을 다 가본 셈이 된다. 아르헨티나 바둑협회는 Paraguay 1858 3ºPiso Capital Federal에 위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속에서 파라과이를 찾아가면 된다. 저 멀리서 ‘아르헨티나 체스클럽’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오래전 갔었던 중국기원 안에 체스와 바둑이 함께 있었던 것처럼, 미국 보스톤 바둑협회 바로 옆에 체스클럽이 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 바둑협회도 체스와 나란히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바둑이 ‘바둑’이라 불리지 않고 ‘GO'라고 불리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체스클럽 안에 바둑이 아주 작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체스를 즐기는 사람이 바둑을 즐기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바둑 발전과 홍보를 위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체스를 따라가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하루 빨리 ’바둑‘ 혹은 ’GO'라는 간판을 단 클럽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클럽 안에 들어서자 1층에는 큰 화이트보드에서 바둑과 체스의 토너먼트, 강의 등 많은 정보를 찾을 수가 있었다. 5층 건물의 클럽은 큰 규모로 보이지는 않았다. 경비원이 있었지만 반가움의 눈짓을 할 뿐 방문 목적은 묻지 않는다. 2층은 일반 사무실, 3층은 체스클럽, 4층은 바둑클럽임을 안내 받았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층과 층 사이의 모습까지 궁금했기에 일부러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외관과 달리 깔끔한 마룻바닥과 나무로 잘 정리된 벽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작게 들리는 스페인어들.  ▲ 브라질에서 본 이과수 폭포.3층에서 머리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체스를 즐기고 있었다. 어림잡아 50여명은 되는 것 같았다. 주거니 받거니 체스판 안의 상황을 즐기는 보기 좋은 광경이다. 아주 가끔 한적한 길에서 혹은 시골 길의 평상에서 한가로이 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 모습 그대로를 아르헨티나에 옮겨 놓은 것 같은 분위기라고 표현할까. 체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4층 바둑협회 모습이 기대가 된다. 얼마나 행복한 그림을 나에게 그려주고 있을까. 4층으로 올라가는 서른 개의 계단을 밟으며 이렇게 떨릴 수가 없다. “OH MY GOD!” 내가 일년 전 한국을 떠나와서 마음속으로 가장 크게 외친 당황한 소리, OH MY GOD.나는 발자국 소리도, 심지어는 숨쉬기도 곤란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세 명. 아르헨티나인 두 명과 동양인 한 명. 일본에서 아르헨티나로 공부 차 왔다가 바둑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나가노는 아마6단. 바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아르헨티나인 호세가 지도대국을 받고 있다. 그나마 나머지 한 명은 바둑에 문외한으로, 바둑협회를 지키는 아주 심심해 보이는 금발 머리의 여직원이다.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아르헨티나의 체스와 바둑의 극과 극 비교 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과연 이 모습이 ‘아르헨티나만의 체스 대 바둑의 모습일까’라는 생각에 바둑 보급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자리 잡았다. 바둑클럽이 더 썰렁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여러 개의 테이블 위에 바둑판과 알이 하나도 없어서일 것이다. 설마 너무나 협회 사정이 열악한 탓에 하나의 바둑판, 바둑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별 생각이 다 든다. 다행히 자기가 사용했던 바둑판, 바둑알은 보관함에 두고 가는 것이 원칙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휴~.  ▲ 아르헨티나 바둑협회에서 바둑 홍보를 위해 만든 인쇄물.정신을 차리고 슬쩍 다가서서 말을 건네 본다. 나가노는 스페인어 사전을 들고 호세에게 설명을 해주며 지도대국을 하고 있었다. 호세는 남미권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영어를 거의 못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나가노는 영어로 약간의 의사소통이 될 정도여서 약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마6단이다, 일정 시간을 내어 지도대국을 해주고 있다, 공부를 하러 왔다는 정도뿐이다. 바둑 삼매경에 빠진 둘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바둑협회를 지키는 여직원과 바둑협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취미로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연수언니의 도움을 얻어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바둑협회 회원은 1백여 명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3~40명이라고 한다. 여성 회원도 15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단다. 특별히 토요일에 많은 수의 회원들이 모여서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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