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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스타일로 '한국물가'잡은 ‘쎈돌’
이세돌의 견해, 패싸움으로 결판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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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까지 가면 자신이 없다. 2대0으로 끝내고 싶다.” 결승 1국 후 승자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이 꺼냈던 말이다. 간단하지만 이번 대결의 진심이 가장 잘 담겨있던 답변이다. 요즘 이세돌 9단의 화법은 겸손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라 그 이면을 잘 봐줘야 한다. 지난 9월 1일 양이(兩李)가 마주 앉아 ‘세기의 대결’을 펼친 지도 벌써 오랜 옛날인 듯 잽싸게 2주가 흘러, 9월 15일,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 3번기 제2국이 개시됐다. 제2국에서 이창호 9단의 반격을 끝내고자 했던 이세돌은 어떤 방법을 썼을까? 평소의 이세돌은 날카롭고 공격적이었으나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이세돌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국에서 세기의 대결을 끝내고자 한 이세돌이 취한 전략은 ‘이창호 식의 유연함’이었다. 반면 반격을 노리던 이창호는 ‘이세돌 식의 격렬함’을 택했으니 초고수들이 펼친 세기의 대결은 이런 점에서도 흥미를 더 했다. 결승2국은 초반부터 난해한 전투가 벌어지며 불꽃이 튀었다. 인터넷 해설을 맡은 목진석 9단은 미세한 집바둑이 아닌 화끈한 전투바둑을 원했는데 목 9단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다. 진검이 부딪치는 불꽃과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화로움이 반복되는 패턴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이세돌, 궁지 몰린 쥐를 놀리는 잔인한 고양이가 되었다가도, 자신이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의 목을 물어뜯는 ‘포악한 쥐’로 변신한다. 상대인 이창호 또한 필요할 때면 일면 그러했기에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다. 이창호로 변신한 이세돌과 이세돌로 변신한 이창호의 대결,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 2국을 ‘연구생 출신 법학도 신은지(쥐)’의 집중조명으로 감상해보자. ---------------------------------------------------------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결승 2국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장소: 분당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0년 09월 15일 결과: 159수 흑불계승 --------------------------------------------------------- 장면1 (이세돌의 선택은?)흑이 둘 차례다. A는 좌상을 침투해 싸움을 걸어가는 수. B는 큰 곳을 두는 수. 이세돌 9단은 어디에 두었을까? 실전진행1 (흑, 명당자리 차지) 이세돌 9단은 A와 B가 아닌 하변 흑 돌을 지키는 수를 선택했다. 흑1로 찔러두고 백10까지 흑이 선수를 잡아 흑11로 명당자리를 차지했다. 흑이 우변을 갈라 나가자 백도 흑을 갈라놓으며 불꽃 튀는 반상의 전쟁이 시작된다. 참고1 (백, 명당자리 가고 싶지만..) 장면1-실전진행1에서 백10으로 백이 A의 곳에 두고 싶지만, 흑1로 두는 수가 있어 백이 잘 안 된다. 장면2 (백의 타개는?) 흑△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어 우변 백 4점을 쫓고 있다. 백은 어떻게 타개해야할까? 실전진행2 (백, 수습 성공) 백1로 두어 흑이 어디로 이을 것인가에 따라 백의 작전이 달라진다. 흑12까지 어쩔 수 없는 타협하게 되는데 백이 잘 수습된 모습이지만 흑도 나중에 2선 내려빠지는 A 노림이 있다. 참고1 (잇는 수 불가) 백1의 끊음에 흑2로 잇고 싶지만 백13까지 흑이 죽게 된다. 참고2 (백, 양쪽 수습) 흑3 한 칸 뛰어나가는 수는 백4,6 교환 이후 백8로 한 칸 뛰어 나가게 되면 백은 양쪽을 수습한 모습이다. 참고3 (A가 아닌 B는?) 장면2-실전진행2에서 백3 중앙으로 둘 때 흑A 중앙 한 칸 뛰는 수를 두었는데 만약 B로 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흑이 B 우변 쪽으로 한 칸 뛰는 수는 백이 C로 두게 되면 흑 하변 돌들이 확실하게 살아있지 못하고 가의 곳에 약점이 남아있다. 장면3 (백의 응수는?) 흑은 공격, 백은 수습을 하다가 흑이 좌상으로 손을 돌렸다. 흑3의 끼움에 백은 어떻게 응수해야 할까? 실전진행3 (흑, 패에서 역전) 흑의 끼움에 백1 아래로 단수 쳐서 임기응변 한다. 흑4,6으로 패를 만들어 패싸움이 시작된다. 백21은 패착, 이하 흑24로 흑이 패를 잇고 흑30까지 처리해서는 흑이 역전했다고 국후 이세돌 9단이 말했다. 참고1 (이세돌 패에 대한 견해) 이세돌 9단은 국 후 장면3-실전진행3 백 7이 패인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백1,3,5로 교환 한 후 백7로 패를 걸어가면 좌상 패의 대가로 백은 우변 흑 석 점을 잡을 수 있고, 백5 흑6의 교환으로 흑이 백을 잡는 팻감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백으로선 좌상 패를 지면 안 되고 버텨서 우변과 바꿔치기를 하거나, 흑의 굴복을 받아냈어야 했다. 이세돌 9단은 우승인터뷰에서 “내가 슬럼프에 처해 있을 때 그것을 벗어나게 해준 것은 한국물가정보배다. 내가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가속도를 붙여준 것도 한국물가정보배다.” 라고 말하며, 한국물가정보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반대로 이창호 9단에게 한국물가정보배는 “노력해도 안 되는 기전"이라고 본인이 말했듯, 준우승 징크스를 안겨준 기전이다. 이쯤이면 대국자와 대회에도 우승 인연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다. 우승만 했으면 국내 대회 모두를 한번 이상 우승하는 대기록 이었는데 말이다. 안타깝지만, 국내 모든 대회에서 한 차례 이상 우승하는 이른바 ‘국내기전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은 다음 7기 한국물가정보배를 기약해야겠다. '이세돌로 변신한 이창호'와 '이창호로 변신한 이세돌'로 변신했던 세기의 대결, 다음편의 내용은 무엇일지 몹시 기대된다. 필자 소개 : 연구생 출신 법학도 신은지 '은지'라 쓰고 마지막에 힘을 줘 ‘은쥐’ 라고 읽어야 한다. (재)한국기원 여자 연구생 출신, 연구생을 나온 후, 뜻한 바 있어 대학입학시 법학을 택했으나 바둑보다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 사실은 어떤 분야도 그리 만만하진 않다 - 한국 바둑계의 주요행사에서 기록, 진행 등, 직접 두는 것 빼고는 다하고 있다. 빼어난 바둑실력과 꼼꼼한 일처리를 통해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어, 이것저것 점점 더 많이 맡고 있다. 글쓰기는 바둑 인생을 시작한 이래 최초이며, 사이버오로를 통해 공식적인 ‘데뷔의 펜’을 들게 됐다. [필자사진, 추후 오로소식으로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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