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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 이성재가 맛보여준 '제주의 참맛'
월간바둑 6월호 '맛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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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순의 어느 날, 기사 마감을 위해 부지런히 자판을 두드리는데, 휴대전화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낯선 번호.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건너편으로 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남자. 낯선 번호의 낯선 남자는 이성재 九단이었다. 오가며 가볍게 목인사를 주고받았을 뿐 깊이 말을 섞거나 술잔을 기울인 적이 없는 기사다. 왜 전화했지? 이九단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맛집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다들 바둑을 좋아하는데,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九단과 김광식 六단, 그리고 이九단의 지인인 허역 이투스학원 원장 등이 뭉친 곳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장춘식당(02-515-2442)이다. 이곳은 서울에서 제주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에서 유명 맛집으로 꼽히는, 제주시 연동에 있는 장춘식당의 서울분점이기도 하다. 제주 장춘식당은 옥돔구이 하나만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이곳은 다양한 제주 음식으로 서울 맛꾼들의 입을 사로잡고 있다. 다루는 음식이 많아 이곳의 음식을 다 맛보려면 하루에 3가지씩 먹어도 10일로는 부족할 정도다. 이날 우리가 처음 맛본 ‘맛거리’는 제주 흑돼지로 만든 ‘돔베고기’였다. ‘돔베’는 ‘도마’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뜨끈한 돼지고기 수육이 도마에 예쁘게 담겨 나왔다.   이 집의 돔베고기는 쫄깃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는 제로다. 돼지고기와 찰떡궁합인 새우젓을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양념된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돔베고기를 안주 삼아 본격적으로 잔이 돌았다. 돔베고기가 맛나고 얘기가 재미있다 보니 시작부터 음주속도가 과속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하, 깔깔, 건배, 원샷이 이어지는 사이 두 번째로 우리의 입을 행복하게 만든 ‘산적구이’가 상에 올랐다. ‘산적구이’ 하면 얼핏 꼬챙이에 꿴 음식으로 생각되는데, 이 집의 산적구이는 흑돼지 고기를 길쭉하게 썰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내놓는다. 기름기가 살짝 도는데도 고기 맛은 담백함 그 자체다. 담백하다 못해 고소하기까지 하다. 돼지고기로 만든 과자 같다.   안주가 좋으니 술잔이 돌아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마치 과음을 향한 경주를 벌이듯이 유쾌한 목넘김이 계속됐다. 그때 제주 바다향이 물씬 풍기는 갈치찜과 병어찜이 우리의 입에 다시 한번 침이 괴게 했다. 붉은빛의 갈치찜과 병어찜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구수하면서 깔끔한 것이 안주로도 그만이고 해장거리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집은 요리뿐 아니라 깔끔한 밑반찬이 맛꾼들의 입맛을 돋운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자리젓은 그것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만큼 색다른 맛을 전한다. 다만 손님이 많아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바쁜 탓인지 도우미 아줌마들의 살뜰한 서빙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이 집의 흠이다.   한편 이날의 최고 ‘맛거리’는 이 집의 요리가 아니라 바둑팬들이었다. 이九단과 6~7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허 원장을 비롯해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은 초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누구 하나 먼저 자리를 뜨지 않고 바둑을 안주 삼아 술잔을 돌리고 돌렸다. 장춘식당을 나와 인근의 막걸리 집으로 옮겨서도 웃음꽃은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았다. 수는 적지만 분위기는 아주 풍요로운 팬클럽을 둔 이九단이 은근히 부러웠다. 프로기사들 모두에게 이런 팬클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가기 전에 그날의 진짜 주인공이던 그들 팬클럽 식구들과 다시 한번 막걸릿잔을 기울일 요량이다. 월간바둑 6월호 [글 :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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