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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보급 여전사들과의 기분 좋은 건배
월간바둑 2009년 5월호 '맛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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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바둑보급의 역군들! 한국바둑이 여자 기사들의 ‘활약’에 힘입어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효정 2단을 비롯해 강승희 2단, 배윤진3단, 김선미 2단 등이 ‘군 바둑보급의 전사’로 나서 한국바둑의 ‘미래 자원’을 열심히 캐내고 있는 것. 군은 이전부터 바둑의 광맥이었다. 40대, 50대 남성 바둑팬 중에서 상당수가 군에서 바둑을 처음 접했다. 이 때문에 포석 없이 싸움부터 벌이는 바둑에 ‘군대바둑’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군대 내무반에서 바둑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바둑판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는 바둑인 양성소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와 똑같다. 한국바둑의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그 먹구름을 여자 기사들의 부드러운 손길이 걷어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만도 대견한 일이고, 아주 빠른 세 확산이다. 군과 장병들의 반응 또한 무척 좋다. 지금의 추세라면 ‘군 바둑보급’이 한국바둑의 노다지가 될 듯하다. 가슴 뛰게 즐거운 일이다. 그런 즐거움을 안겨준 김효정, 강승희, 배윤진, 김선미 등 보급전사들, 그리고 그들을 수발(?)하느라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돌아다니는 한국기원 박장우 보급팀장과 팀원들, 군 바둑보급의 물꼬가 된 육군 제65사단 관계자 등과 맛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수고로움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발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였다. 서울 왕십리 전풍호텔 뒤편에 위치한 다현목포갯벌산낙지전문점(02-2298-4550)에 모두가 모였다.  서울에서 만나는 신안 개펄의 보석 이 집의 낙지는 유별나다. 낙지는 오래 씹어야 참맛을 알 수 있는 음식이기에 손맛이 아무리 좋아도 재료의 질이 떨어지면 제대로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이 집 주인장(강용원 씨)의 ‘낙지철학’이다. 그런 만큼 10여 년 전 가게를 연 때부터 지금까지 최고급 낙지만을 고집한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개펄에 나가 잡아오면 어머니가 맛있는 요리로 만들어 주던 고향(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낙지다. 주인장은 그중에서도 ‘옥도 낙지’와 ‘압해도 낙지’를 최고로 꼽는다. 이들 최상급의 낙지가 3일에 한 번씩 고속버스로 직송된다. 현지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재료비의 부담도 크지만, 이 전통을 한 번도 깬 적이 없다. 낙지요리의 참맛은 무엇보다도 낙지 자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선하고 질 좋은 낙지로 만들어 내는 요리 중에서 이 집의 대표 먹거리는 연포탕(3만8000원, 5만 원)이다. ‘연포탕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 집의 연포탕은 특별하다. 육수를 내는 재료부터 다르다. 디포리(밴댕이), 다시마, 고추씨, 양파, 황태머리에 새우? 미더덕 등의 해물과 한약재인 감초로 육수를 낸다. 손님상에 내놓기 직전에 굴과 미역을 듬뿍 넣는다.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한 주인장의 인심이다. 육수가 펄펄 끓으면 연포탕의 진짜 주인공인, 신안의 청정해역에서 올라온 힘 좋은 낙지를 넣고 살짝 데친다. 회색빛에서 연분홍빛으로 물든 낙지를 초록빛 부추와 함께 입에 넣으면 입 안에 싱그러운 갯내가 확 풍긴다. 쫄깃한 낙지에 풋풋한 부추가 전하는 맛은 정말 꿀맛이다.여기에 개운하고 담백한 국물은 ‘술도둑’이 따로 없고, 나중에 먹는 죽이나 칼국수는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 낙지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좋아한다는 세발낙지(마리당 7000원)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효자다. 요즘 제철을 만난 이 집의 세발낙지는 소주잔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이른바 ‘꽃낙지’다. 그것을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초장이나 기름장을 살짝 찍어 한 입에 쏙 넣으면 짭짤한 바다의 맛과 쫄깃한 육감이 입 안을 행복하게 만든다. 한동안 오물거리다 보면 ‘감칠맛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낙지가 설탕처럼 달게 느껴진다.   워낙 신선하고 맛이 있다 보니 그 자리에서 20마리를 뚝딱 해치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 주인장의 귀띔이다. 이 집의 ‘효자 먹거리’ 중에서는 낙삼겹보쌈도 빼놓을 수 없다. 안주인(이선희 씨)이 직접 개발한 낙삼겹보쌈은 낙지와 삼겹살, 보쌈이 어우러진 별미 요리다. 매콤하 면서 담백하고, 쫀득하면서 아삭한 것이 끝없이 젓가락질을 유혹한다. 알칼리성인 낙지와 산성인 삼겹살은 음식 궁합도 딱이다. 여기에 보쌈김치를 더해 무쌈에 싸서 쏘옥~ 입에 넣으면 이 집만의 ‘삼합’이 된다. 세상의 많은 삼합 중에서 이 집 낙지삼합의 맛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일품 중의 일품이다. 다만 낙삼겹보쌈은 미삼겹살(껍질이 붙은 삼겹살)을 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소 3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다. 미삼겹살을 미리 삶아 두지 않는 것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전하려는 안주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집을 진정한 맛집으로 유명하게 만든 음식은 따로 있다. 낙지물회(3만8000원, 5만 원)가 바로 그것. 소면을 깔고 낙지무침을 얹은 뒤 동치미육수로 맛을 내는 낙지물회는 모 TV방송의 맛프로에 소개될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 이 밖에도 이 집에는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장을 입힌 뒤 살짝 구워 먹는 ‘낙지호롱’(마리당 9000원), 산낙지를 아주 잘게 다진 뒤 달걀노른자와 비벼 먹는 ‘탕탕피자낙지’(3만8000원), 낙지와 야채가 어우러진 ‘낙지 철판볶음’(3만8000원, 5만 원) 등 맛거리가 수두룩하다. 점심때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이끄는 낙지비빔밥(5000원)도 이 집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맛에 흥겹고 인정에 취하고 이 집 주인장은 맛에 관한 자존심이 무척 세고, 안주인은 손님에 대한 인정이 넘친다. 이 때문에 낙지가 떨어지려 하면 이내 문을 닫는다. 이튿날 점심에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서다. 기본 반찬도 푸짐하고 하나같이 맛있다. 계란찜, 김치, 파래무침, 동치미 등 매일 8가지 이상의 반찬이 상에 오른다. 그중에서 안주인이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것은 시어머니가 고향에서 올려 보내는 갈치속젓이다. 젓갈이 분명하지만 짜기는커녕 달큼하면서 바다의 향미를 듬뿍 품은 것이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안주인이 시어머니에게 담그는 법을 직접 배운 갓김치와 고추아삭이김치도 별미다. 밥 한 공기쯤은 두 김치만으로 뚝딱 비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고추아삭이김치는 원래 다른 반찬이 떨어졌을 때 내놓는 ‘예비 반찬’이어서 평소에는 안주인에게 살짝 부탁해야 맛볼 수 있다.  월간바둑 5월호 [글 : 엄민용]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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