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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자유인 영고수 7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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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잡지 '월간『바둑』'과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 동시 게재하고 있는 연재물입니다. [왕별★ 스타열전]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사이버오로의 터줏대감 영고수 7단★. ■ 반상의 자유인 영고수 (상)편 보기 ■ 사이버오로에 열성팬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국을 상당히 많이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지금까지 둔 인터넷 대국이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국이야 내가 참말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많이 두는 것이고, 기력 향상에도 인터넷대국이 많이 도움이 되었지. 많은 걸 배웠어. 예전에는 기원에서도 아마고수들이 모여서 같이 대국하고 검토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모임들이 다 사라져 버렸어. 그즈음 바둑친구(사이버오로 대화명 풍파무쌍)가 인터넷바둑을 알려줬는데 정말 재미있더군. 네오스톤을 잠시 가입했다가 2000년부터 오로에서 두었던 걸로 기억해. 내 기력에 맞는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바둑판에 직접 두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편해서 좋은 것 같아. 한때는 24시간 한숨도 안자고 대국하던 적도 있었지. 허허.” 이쯤에서 가볍게 영고수의 대국을 같이 감상해 보자. 아래 그림은 한번 붙으면 밤새며 10번기도 마다하지 않는 영고수의 숙적 '뚝빼기곰탕'과의 대국이다.  고목, 외목의 대각선 포석으로 시작하여 굳건한 전투의지를 표명하며 넓게넓게 포진하면서도 실리로 밀리지 않는 멋진 포석감각을 보여준다.  흑 ▲가 날카로운 감각으로 백의 입장에서는 흑4자리로 호구로 받아 살아두는 것이 정수인데 순간적으로 백1로 반발하자 흑2의 응수타진으로 응원군을 대기시키고 흑 4의 급소를 찔러 리듬을 찾는다. 백의 실착을 틈타 작게 살려주면서 두터움과 선수를 동시에 차지한 타이밍을 눈여겨 볼만하다. 무엇보다 흑의 호수순이 만든 두터움으로 귀의 맛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도 중요하다.  흑이 선제득점을 한 상황에서 우변집을 크게 키우며 승리를 굳히는 장면이다. 흑 ▲의 붙임과 8의 끊음이 멋진감각으로 흑 석점은 버리더라도 고기값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벼운 돌이라고 본 것이다. 이 수순을 통하여 우변에 넓게 말뚝을 박을 수 있었고 이후는 시원시원하게 작은 부분은 버리며 간명하게 정리하여 흑승을 굳힌다.  186수 흑불계승..부분전투에서의 세밀함과 싸움에 능하면서도 실리에도 뒤지지 않는 영고수의 넓은 대국관을 감상할 수 있었던 일국이다. 영고수가 잘두기는 하지만 바둑자체가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지금도 영고수의 대국에서 베팅머니를 잃은 유저들의 원망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영고수가 몸담고 있는 사이버오로 동호회인 ‘평화문’ 회장은 기우들의 곡해가 가슴이 아파 ‘영고수 사범 미워하는 기객들은 다 오세요’라는 제목으로 전대미문의 광고를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영고수가 1진, 2진이 있고 손이 자주 바뀐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정말 사실이 아니야. 대국하는 자체가 좋아서 연달아 두다보니 컨디션에 따라 가끔 실수가 나오기도 하고 기원에 특별한 손님이 오실 때 미처 마무리 못하고 시간패를 당한 적은 있지. 하지만 사이버상의 대화명도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는데, 이 대화명으로 장난치거나 누구를 속이거나 할 수 있겠어? 어떤 때는 대국 후에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욕을 하고 항의를 하던 분이 있어서 아예 메모장에 전화번호를 적어서 준 적이 있어. 할말이 있으면 직접 전화통화해서 이야기 하라고 그랬는데 전화는 못하더군. 가끔 허무하게 질 때는 내 바둑을 관전하는 분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나 또한 바둑을 즐기기 위해 접속하고 대국한다는 점을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해. 우스운 일이지만 몇년 전에 한창 논란이 될 당시는 영고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보러 실제로 기원에 오신 손님도 있었다고 나중에 들었지. 뭐 그런 면에서는 떳떳하고 말들이 있어도 신경도 안써. 허허.” 기풍이 상당히 전투적이고 변화가 심하신 편인데, 바둑은 이렇게 두어야 한다는 확신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그런 것은 아니고 주로 인터넷 대국에서는 실험적인 수를 많이 두지. 뻔히 보이는 지킴이나 굳힘보다는 내가 이제껏 가지 못해본 길로 가보는 거지. 내 기풍은 원래부터 전투형이지만 지금도 공부 중이라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논할 수는 없어. 다만 일가를 이룬 고수들의 바둑에는 자신만의 색깔이라는 게 있지. 예를 들어 조훈현, 이창호, 서봉수, 유창혁 등 당대의 고수들은 모든 부분을 다 안다고 생각하나? 내가 만나보고 느낀 바로는 그들도 바둑의 길이나 어떤 수에 대해서 절대적 확신은 없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어. 즉 절정의 고수들도 감히 확신을 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둑에 있다는 거지. 언젠가 내가 둔 바둑에서 어려운 모양이 있어 이창호 9단을 만남 김에 물어본 적이 있어요. 한 시간반 가량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며 설명을 들었는데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이9단도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두는 것이 아니야. 한참을 생각 한 후에 ‘이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두는 게 어떨까요’라는 거야. 겸손의 말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지 바둑에서 ‘객관적 정답이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참 힘든 거야.” 아직도 기원 홀에는 약간의 판돈이 걸린 내기바둑에 몰두하여 여념이 없는 기객 몇 분이 남아있었다. 팔십도 훨씬 넘어 보이는 노(老) 기객을 가리키며 저 분이 조훈현 9단, 백성호 9단의 군시절을 보살펴준 전 공군참모총장이었다고 알려준다. 지나간 영광의 시절을 되씹기보다는 바둑판의 현실에 한수한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이버오로 아고라 ‘오로광장’의 글 가운데 ‘아련한 벗’ 님은 영고수를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영고수 님은 바둑으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는 우리의 처세를 꾸짖고 있는지 모른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망설이는 우리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이 갈등의 현실을 어떻게 타계해 나가야하는지를 그는 거리낌 없는 그의 바둑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음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고수에게 미치는 이유일 것이다.> 밤마다 그의 바둑세계를 함께 하는 갤러리(관전객)이 있다는 것, 고군분투하는 영고수 7단★에게는 언제나 힘이 된다. 그 팬들을 위해 앞으로도 통쾌함과 짜릿한 마력을 선사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영고수 7단★은 눈 수술로 3개월여 바둑을 자주 못 두었다며 완치까지는 대국수를 줄이려고 한다 말한다. 그러나 이 기사를 쓰면서 어제의 기보를 검색해보니 여전히 새벽 4시까지 스트레이트 대국을 벌인 기보가 주르륵 뜬다. 못 말리는 영고수! 말릴 수 있는 존재였더라면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영고수가 아니리. 오직 바둑만을 사랑하는 순수하고 선한 영고수 7단★. 그의 대국모습을 직접 보고 싶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한국기원 압구정지부에 한번 들르시길 권한다.  이런 깜짝 오프라인 만남을 인터넷용어로 ‘번개팅’이라고 하던가. 번개바둑 같은 손놀림의 영고수 7단★이야말로 ‘번개팅’이 가장 어울릴 고수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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