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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자유인 영고수 7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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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나 간판스타가 있다. 인터넷바둑사이트의 간판스타는 관전객을 구름처럼 몰고다니는 소문난 고수이다. 이 고수는 물론 정상급 실력을 지닌 기사이지만 반드시 최고(일인자)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실력 외 정서라든가 재미 부여, 한결같은 꾸준함, 세월 등 이른바 이야기와 전통을 쌓은 자라야 진정한 간판스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바둑팬들에게 조훈현이나 이창호는 너무 먼 존재이지만 컴퓨터만 켜면 열광할 수 있는 인터넷바둑사이트의 간판스타는 언제나 상주하고 있는 단골기원의 최고수 같이 친근하다. 대한민국 간판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의 간판스타는 누구일까? 설립 초창기부터 대국실에 등장하면 대화창을 순식간에 왁자한 시골장터로 만들어버리는 뉴스메이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다 베팅대국수를 자랑하는 왕별고수가 있다. 사이버오로의 골수회원이라면 바로 떠올릴 인물. 날이면 날마다 사이버오로의 밤을 책임지며(?) 뭇 고수들이 취침하러 떠나간 심야에도 나홀로 구름관중을 몰고다니며 빅 대국을 펼치는 ‘밤의 전사’ 영고수 7단★. 시쳇말로 사이버오로에서 영고수를 모르면 간첩이다. 승패는 두 번째다. 영고수 7단★은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싸움의 화신으로 절벽 끝자락을 걷는 듯한 아찔아찔한 대마수상전이나 패싸움으로 항상 관전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워낙 속기 신공인 데다 대국을 벌였다 하면 ‘산소탱크’ 박지성같이 지칠 줄 모르는 판수로 승패 예측을 일관되게 할 수가 없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승부 사이클 때문에 가장 많은 사이버오로 베터를 거지로 전락시켰고, 또 가장 많은 벼락부자를 만든 존재란 소리를 듣는다. 어렵사리 모아놓은 베팅머니를 순식간에 증발시키기도 하지만 가끔 절정고수들을 날려버리는 대박제조기이기도 한 애증의 고수이다. 마치 천일야화처럼 매일 밤 새벽까지 스트레이트로 이어지기 예사고 승패를 떠나 그가 두는 바둑내용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영고수의 대국은 출근을 생각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제발 주말 밤에만 대국해 달라는 간청이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2009년 5월 17일 현재 영고수의 총 전적은 6121승 4286패. 사이버오로 초창기인 2000년부터 둔 판수에 한때 일괄 삭제한 전적 데이터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대략 1만 판으로 잡아도 연평균 1천 판을 한참 웃도는 대국수다. 접속했다 하면 하루 최소 5판, 많게는 15판 안팎을 내리 두기 예사다.) 영고수는 프로? 아마추어? 뉴스메이커답게 심심하면 게시판에 그의 대화명이 오르내렸기에 사이버오로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는 분들은 영고수의 신상정보를 대략 알고 있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바둑사이트이지만 영고수쯤되는 간판스타에 대해선 어떻게 알아내는지 족집게처럼 추적하고 집어낸다. 본인도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영고수는 압구정에서 기원을 운영하는 50대의 아마강자이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나와 대형음식점들이 즐비한 골목을 30m가량 지나가면 가톨릭성당 옆의 깔끔한 건물이 드러나고 그 건물 4층에 한국기원 압구정지부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예전에는 압구정에만도 기원이 아홉 군데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고즈넉한 기원내의 한쪽 구석에서는 대국이 한창이고 그 옆에서는 40대 중년의 신사 두 분이 바둑판을 앞에 두고 무엇인가 진지하게 이야기 중이다. 카운터에 아가씨가 가져다준 커피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니 컴퓨터가 있는 별실에서 영고수 7단★이 나오면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준다. 털털한 인간미가 물씬 묻어난다. 우선 지나온 바둑 인생에 대하여 물어봤다. “내 고향이 전주여. 어린시절부터 길거리에서 판을 펴놓고 바둑 두시는 분들의 대국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언젠가 가만히 옆에서 구경하니 오묘한 매력이 있더란 말이지. 친구에게 부탁해 배우기 시작해서 일년 만에 1급이 되었어. 그때가 70년대 초로 기억하는데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열일곱 살이었으니 많이 늦었지.” 바둑공부는 기원에서 대국도 하긴 했지만 주로 책을 보며 홀로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바둑에 빠져 지금까지 바둑 인생이 이어지고 있지만 바둑을 둔다고 해서 학교공부나 생활에 지장은 있었던 적은 없다고 한다. 그 나이의 다른 20대처럼 평범하게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 졸업 후에는 전주 전매청(현 담배인삼공사)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였고 은퇴 후에 좋아하는 바둑을 맘껏 두고자 기원을 운영하게 되었다며 간단히 인생역정을 밝힌다. “직장에 다닐 당시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아마국수전에 출전하였는데, 당시 무명이었던 내가 강자들을 물리치고 8강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상관이었던 국장님이 이 사실을 아시고 불러서는 ‘이런 인재가 우리 회사에 있었다니’ 하시면서 반색을 하는 거야. 그분도 워낙 바둑광이라 그 뒤로는 입단대회는 물론 전국의 바둑대회가 있으면 무조건 출장을 보내주시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지. 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생활과 바둑공부를 병행하며 입단관문을 통과하기는 힘들더군.  그즈음 하도 바둑이 안 늘어서 당시 가끔 대국하던 고(故) 전영선 7단에게 방법을 물었더니 바둑연감을 권하며 해설은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놓아보라고 하더군. 그래서 한때 6개월간 절에 들어가 일본위기연감을 다 놓아 보기도 했어. 그때는 일본바둑을 더 쳐주었으니 말야. 사카다와 린하이펑 같은 거장의 바둑을 두툼한 기보집 한 장 한장을 연필로 체크해가며 놓아보았어. 그렇게 공부하고 나니 바둑이 확연히 달라지더군.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기보를 많이 놓아보면 바둑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많은 모양을 접해볼 수 있어 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여간 그때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 당시 동아일보에서 여는 아마국수전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마대회였다. 월간바둑을 찾아보니 그때 아마국수전 본선에서 8강에도 오르지 못한 이 가운데 유창혁(현 프로9단), 양재호(현 프로9단)가 있었고 8강 멤버의 절반이 현재 프로기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 해 우승은 영고수를 8강에서 물리친 고(故) 임선근(프로9단)이 차지하였다. 고향이 전주시라면 혹시 어렸을 적 이창호 9단도 보셨나요? “그럼, 잘 알지. 이창호 소년이 아주 어렸을 때 기원에서 자주 지도해 주었어. 이창호 9단의 부친 부탁으로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대회가 있을 때마다 보호자 겸 가이드로 호텔방에 같이 묵으며 보살펴 주기도 했는걸. 그 시절 이창호에게 인상 깊은 점이 있다면 아무리 두어도 전혀 바둑에 질리지 않는다는 거였어. 한번 두기 시작하면 앉은 그 자리에서 9판이고 10판이고 계속 두니까 말이야. 지금 나처럼 말이지. 허허허.” 소년 이창호가 조훈현 9단의 내제자로 입문하던 때의 실력이 당시의 영고수와 호선바둑이었다고 한다. 바둑팬들이라면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이창호 9단의 어릴 적 실전스승은 전주의 아마고수 이정옥, 전주출신 프로기사 전영선 7단이다. 이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지도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바둑신동을 아끼는 수많은 전주 기객들의 애틋한 보살핌도 있었던 것이다. 영고수 7단★은 전영선 7단과 각별했다. 전7단은 강남성모병원에서 투병하던 와중에도 영고수의 기원에 들러 두 대의 컴퓨터를 나란히 놓고 인터넷대국 벌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다. 부축해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힘겨워 하면서도 영고수가 운영하는 기원 외에는 가기 싫다는 전영선 7단의 의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영고수는 꺼져가는 생의 등불을 옆에서 지켜 준 그야말로 마지막 친구였던 셈이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잡지 '월간『바둑』'과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 동시 게재(2009년 6월호)하고 있는 연재물입니다. 월간바둑 6월호에서는 상,하 두편을 먼저 보실 수 있습니다. ■ 반상의 자유인 영고수 (하)편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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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쫓던소
하로동선99
특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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