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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 그 야속함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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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부리부리한 눈매를 자랑하며 팬들에게 사무라이란 애칭을 들었던 요다 노리모토 9단. 1966년생이니 그도 벌써 우리나이 44살이다. 각진 얼굴은 어느 사이 둥글둥글해졌고 알게 모르게 불어난 허리살은 이웃집 아저씨의 친근함을 대변하니 천상 연륜이 붙었단 표현이 잘 어울리는 나이리라.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프로세계에서 불혹의 나이면 정상권 기사로 살아남기가 참 고달프다는 것을. 그런 그가 세월의 무게를 팽하니 비웃고 랭킹 1위 기성전에서 12살 연하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1998년 조치훈 9단에게 4-2로 석패한 후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성전 무대. 세월의 무게를 번쩍 들어올리려 하는 그의 꾸준함과 열정은 팬들의 갈채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비록 시작하자마자 두 판 연속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가 보여준 충실함은 요다 노리모토만의 정갈한 맛이라 칭찬해도 좋을법하다. 필승의 바둑을 만들어 놓고도 말도 안 되는 양보 끝에 반집을 내어준 도전2국. 굳이 패배의 변명을 대자면 세월의 무게가 가져다 준 뛰어난 감각과 무딘 계산력의 이중성 때문이라 해야 하나? 골인 문턱까지 와서 실족한 도전 2국을 집중조명으로 다시 감상해보자.  제33기 일본기성전 도전7번기 2국 ○야마시타 게이고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 장소: 일본 히라츠카 날짜: 2009년 01월 30일 결과: 266수 백반집승 장면1 (무리수의 응징 방법은?) 요다 노리모토 9단의 초반 포석은 상당히 아름답다. 깔끔한 모양을 선호하고 뒷맛을 남기지 않으려 하는 그만의 스타일은 모범 포석의 전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 바둑 역시 요다 노리모토 9단이 판을 잘 짰다. 언뜻 백의 세력과 흑의 실리로 팽팽히 맞서는 형국인 것 같지만 백 모양이 허술해 중앙집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의 이런 조급함은 백7의 무리수를 불러왔고 이 수를 본 요다 노리모토 9단은 판을 단박에 끝장낼 비장의 수를 들고 나온다. 참고도1 (지켰어야)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백은 2로 지켰어야 했다. 백모양의 약점을 지키면 흑은 필연적으로 3자리를 나와 중앙을 견제할 것이다. 3귀를 차지한 흑실리가 워낙 튼실해 백은 이 실리에 대항할만한 집을 중앙에다 마련해야겠는데 눈엣가시와 같은 흑3을 떨쳐낼 재간이 없다. 야미시타 게이고 9단 역시 이 그림은 자신 없다보고 장면1의 모험을 선택한다. 실전진행1 (뛰어난 감각!) 흑1의 붙임이 눈부시다! 중앙 백의 약점을 추궁하기 전 상대의 응수를 보고 다음 수를 결정한다는 일급 무공의 냄새가 폴폴 난다.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죽는 것은 모두 다 똑같은가? 백2는 내친걸음이다. 요다 노리모토 9단은 백2를 보자 이미 다 예상했다는 듯이 도끼로 장작 패듯 흑5를 내리친다. 흑5는 굉장히 통렬했다. 보는바와 같이 흑11까지 거부할 수 없는 수순으로 중앙이 돌파돼선 바둑은 흑이 질 수 없는 필승지국이 돼버렸다. A의 삐져나옴도 남아있어 중앙에다 큰 집을 마련하긴 글러먹었다. 참고도2 (어차피 뚫린다) 흑2의 이단젖힘에 백이 손을 댈 수 없다. 보는 바와 같이 흑3의 되단수가 절묘한 역할을 하면서 중앙이 깔끔하게 돌파된다. 실전진행2 (다 된 밥에 재뿌리기) 그러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실전은 상대방을 그로기까지 몰아넣고 10분 동안 펀치 한 방 날리지 않은 꼴이다. 백1로 패를 들어가겠다는 강경수단에 요다 노리모토 9단은 흑2의 여유를 부리다 쫄딱 망한다. 실전수순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좌변 사활을 추궁하는 백5의 팻감이 부지기수로 나와 이 패는 흑이 절대 이길 수 없다. 흑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패를 굴복했다. 재미있는 건 곧바로 등장한 백15와 흑16이 롤러코스타를 탄 대실수. 두 기사 모두 무아지경이다. 참고도3 (솔직하게) 콜럼버스 달걀깨기의 발상전환이 필요했다. 솔직하게 흑1로 이었다면 백은 이 흑을 차단할 방법이 없다. 빈삼각 모양이라 내키기 않았던 것일까? 흑1로 이으면 백2와 흑3의 찝음이 맞보기 모양이라 쉽게 타개할 수 있다. 어려운 수읽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요다 노리모토 9단이 결행하지 않은 것은 모양에 얽매인 수읽기 착오였는지 아니면 패를 자신한 낙관이었는지 도무지 알 턱이 없다. 참고도4 (중앙을 잡을 수 있을까?) 실전진행2의 백15와 흑16이 완착이었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백3으로 패를 해소했을 때 흑4의 호구 이음을 하면 중앙 흑돌을 잡기가 난감하다. 백5로 나가야 하는데 흑6으로 힘차게 밀면 중앙 흑돌은 굉장한 탄력을 갖춘다. 백3은 결국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한 수였다. 실전진행3 (잔뜩 보태주다) 계속되는 실전진행이다. 참고도4를 놓친 요다노리모토 9단은 궁여지책으로 흑6의 차선책을 들고 나온다. 졸지에 떵떵거릴 중앙 흑돌은 백의 포위망에 꼼짝없이 갇혀버렸고 백은 상중앙 모양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패의 대가로 흑10까지 좌중앙 모양을 삭감했으나 상중앙 피해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굉장히 웃기는 건 이렇게 당하고서도 형세는 아직까지 흑이 나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 장면2 (정밀함도 무너지다) 본격적인 종반 끝내기 싸움이다. 미세한 국면이지만 아직까지도 흑이 앞서가는 형세다. 정확한 끝내기를 한다면 흑 승리는 요지부동이겠다. 그러나 후반 인저리타임에 등장한 흑3의 껴붙임이 자살골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말았으니…. 참고도5 (하중앙을 삭감했어야) 장면2의 흑3은 정밀함이 모자란 끝내기 실착이다. 흑1로 두어 하중앙을 삭감한 다음에 좌상귀를 결행해도 늦지 않았다. 백이 좌상귀를 지킨다면 흑3으로 한 발 더 들어가는 끝내기가 상당히 쏠쏠하다. 실전진행4 (끝내 반집 패배) 참고도5의 끝내기 실수 덕에 형세는 반집을 헤아리는 국면까지 치달았다. 아직까지도 형세가 좋다고 생각한 것일까? 요다 노리모토 9단의 혼미한 계산력은 결국 흑5의 좌상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백14의 역끝내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 수로 상황 끝! 백14를 당하면서 오르락내리락했던 롤러코스터는 백반집승의 종착역에 도착했다. 참고도6 (이랬으면 흑승) 요다와 같은 정상급 프로에게 1분 초읽기는 끝내기의 크고 작음을 판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패배의 마신은 흑1자리마저 보이지 않게 하니 이 요상한 조화를 어찌 설명하리요. 좌상귀 백△를 맞보기로 하고 흑1로 이었다면 A의 선수 끝내기까지 남아 흑이 되레 반집을 이겼을 것이다. 요다, 이 억울한 패배를 무엇에 분풀이해야 할까? 세월의 무게로 돌리기엔 그 진실이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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