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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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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승 7패. 누구의 역대전적일까? 다름 아닌 이창호 9단과 창하오 9단의 역대전적이다. 세계 초일류급 기사들의 대결치고는 한쪽으로 쏠려 버린 두 기사의 역대전적은 보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만물의 진리가 시간이 지난다고 바뀌지 않듯이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보다는 현재의 행동일 게다. 이창호 9단만 만나면 싱겁게 무너져버려 중국팬들에게 수많은 원성(?)을 들었던 창하오 9단. 그 쓰러질 것 같았던 자존심을 고이 지켜내면서 2004년 응씨배 우승, 2007년엔 그렇게 갈망했던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따내면서 평생의 한을 풀었다.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시점을 계기로 창하오는 그 자신의 바둑을 둘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행마와 적극적인 책략으로 이창호 9단을 또다시 무너뜨린 열전보를 재조명해본다.  제9회 농심신라면배 12국 ○창하오 9단 (중국) ●이창호 9단 (한국) 장소: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 날짜: 2008년 2월 20일 결과: 288수 백반집승 장면1 (삭감의 급소) 흑실리와 백두터움이 잘 어울린 한 판이다. 창하오 9단이 백△로 우변 흑진을 삭감해 온 모습. 백△는 실전에서도 흔히 나오는 상용의 삭감책이다. 여기서 흑이 생각할 수 있는 응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받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참고도1 (단순하게 받아주는 것은 흑불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인데 흑1로 그냥 받아주는 것은 백의 장단에 놀아난다. 이하 백2부터 10까지 백은 한 점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다. 흑이 제자리걸음만 한 꼴. 참고도2 (흑 둘만하다) 흑1로 두는 것이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응수. 백2로 붙여준다면 3을 선수 교환한 다음에 5로 두 칸 벌려 안정하는 자세가 나쁘지 않아 흑이 괜찮다. 백은 우변 흑진을 깨뜨렸지만 근거가 없는 들뜬 모양이라 괜히 무거운 짐만 떠안은 격이다. 백도 이렇게 두는 것은 별게 없다. 참고도3 (백 최강) 백은 최강의 수단으로 버텨올 것이다. 참고도2처럼 두지 않고 백2로 응수를 물어보는 것이 기민한 수로 이하 4까지 선수 교환한 다음 6으로 급습하는 것이 최강의 수단이다. 무리 같아 보이지만 중앙 백 두터움이 말을 하고 있어 지금 상황에선 유력한 판단이다. 참고도4 (응수하지 않는 것이 묘미) 백△에 그냥 아무 것도 응수하지 말고 묵묵히 흑1로 전개하는 그림 역시 묘미 있는 발상이다. 백이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다음 응수를 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다시 말해 백에게 또 한 번의 공을 넘긴다는 고차원적인 의미다. 이랬으면 백이 오히려 고민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실전진행1 (마늘모로 응수) 이창호 9단은 실전에서 흑1로 응수했는데 백2의 젖힘에 흑3으로 끊은 수가 언뜻 통렬한 끊음이자 당연해 보이는 기세의 한 수인 줄 알았는데 준패착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실전을 보면 알겠지만 창하오 9단은 이하 백14까지 훌륭한 사석작전을 펼치면서 상변을 멋지게 틀어막는데 성공한다. A의 중앙봉쇄와 B의 전개가 맞보기. 여기서 팽팽했던 균형이 한 쪽으로 쏠렸다. 참고도5 (흑 만족) 이창호 9단의 생각은 이랬을지 모르겠다. 백2로 올라서주면 이하 흑11까지. 이 수순은 백이 애초 의도했던 우변 흑모양을 말끔히 지웠으나 흑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면서 두터움의 효력을 없애는 그림이다. 백보다는 흑의 만족. 장면2 (잡느냐 잡히느냐) 백이 좋은 형세다. 불리함을 느낀 이창호 9단은 중앙 백말이 아직 완생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판을 급속도로 어지럽게 만들어갔다. 흑과 백의 미생마들이 펼치는 중앙 공중전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로 백의 중앙 타개가 초점이다. 타협하기 어려운 장면. 실전진행2 (마지막 패착) 두 기사 모두 이 부근에서는 60초 초읽기에 의지한 채 판을 꾸려가고 있었다. 백1로 단수 몰았을 때 흑2로 뚫은 것은 기세의 진행. 이 때 흑6으로 호구 이은 것이 마지막 패착이라 봐도 무방한 결정적인 실수였다. 흑은 A로 튼튼히 이었어야했다. 참고도5 (패맛) 호구이음이 결정적인 실착이 된 건 실전진행에도 나오지만 이하 수순처럼 백이 패를 내는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읽기에 몰려서일까? 그다지 어려운 수순이 아니었지만 이 수순을 깜빡하면서 이창호 9단의 역전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된다. 실전진행3 (하변이 크게 관통당하다) 실전진행이다. 거대한 백대마가 패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이건 자체 팻감이 무지하게 많이 나와 흑이 감당할 수 없다. 거저 살았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결국 이창호 9단은 팻감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패를 해소하는 동시에 중앙 백대마를 집어삼키는 변화를 구했는데 이 결과는 하변이 크게 관통당한 흑이 손해다. 참고도6 (패를 해소하기 전에) 패를 성급히 해소한 것도 불만족스럽다. 좌상귀 절대팻감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정도 더 받아두고 해소했어도 여유가 있었다. 이랬으면 피해규모가 조금이라도 줄었다. 이 바둑은 창하오 9단의 반집승으로 끝이 난다. 종반 끝내기에선 창하오 9단이 연거푸 실수를 저질러 반집까지 헤아리는 국면이 되기도 했지만 우변과 중앙전투의 확실한 점령은 마지막까지 창하오 9단을 배신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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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ke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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