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국 93승 29패 승률 76%!
연간 최다대국 최다승 신기록!
2007년 승률부문 2위 기록!

한마디로 화려함 그 자체다.
1994년 입단해 올해로 기사생활 13년차를 맞고 있는 목진석 9단.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던 연간 최다승과 최다대국 기록을 한꺼번에 바꿔버린 목진석 9단이 2007년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2008년의 신화를 쓰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

12월 27일 한국기원 근처 식당에서 목진석 9단을 만나 보았다. 2007년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냈던 그에게 2008년의 각오와 다짐들, 그동안 기사로서 느껴왔던 진솔한 감정들을 구수하게 들어보다 혼자만 담아두기에는 아까운 맘에 지면을 빌어 팬 여러분들에게 활짝 펼쳐보인다. 

기자의 수고를 생각하는 센스있는 독자들이라면 목진석 9단에게 응원의 댓글들을 마음껏 날려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간 최다승과 최대대국 신기록, 그 속마음이 궁금하다!

연간 최다승과 최다대국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어땠나요? 신기록을 세웠을 때의 그 기분이. 본인도 많이 의식하고 있었을 건데요?

후련합니다. 솔직히 연간 최다승과 최다대국 기록은 올 상반기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내가 과연 이런 대기록에 근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좋은 승률을 계속 유지한다는 자체가 워낙 벅찬 일이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수근수근 거리는 것 있죠.
‘진석이 이러다 신기록 세우는 거 아냐? 오늘까지 ○○승인데?’
저야 뭐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마다 그냥 웃어넘기곤 했는데 그것도 여러 번 듣다 보니 의식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더군요. 바둑 뉴스에서도 제 얘기가 종종 실리는 걸 보니 부담감도 느껴졌고.

언제는 7연패 한 적도 있었는데 연패를 당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군요.
‘에이, 기록은 무슨 기록이냐. 쓸데없는데 의식하지 말자.’
제 자신에게 마음을 비우라 주문하기도 했었는데 아무튼 무척 기쁘기도 하면서 홀가분한 맘입니다.

올해 여러모로 맹활약 했는데 상금액수가 1억원은 가뿐히 넘었겠어요?

아직 확실한 액수는 잘 모르겠어요. 지레짐작은 1억원이 넘을 것 같은데 나중에 한국기원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해주면 자세하게 나오겠죠.

상금 액수가 가장 많았던 년도는 언제였죠? 2004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준우승했을 때인가요?

아니요. 그때는 1억원도 못 넘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LG배 준우승 상금이 8천만원이였는데 그 해 상금 액수 총 합계가 9천 얼마 정도더군요. LG배 말고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는 거죠.

가장 크게 벌어들였던 때는 2002년입니다.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했을 때요. 여러 기전에서 골고루 성적을 내는 바람에 상금 수입이 1억원을 넘겼습니다. 그때랑 올해랑 차이가 얼마나 날지는 모르겠네요.

-2007년의 화려한 재기, 그러나 그 한편의 아쉬움은…

어때요? 올한해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한해였나요? 아쉬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는 정말 정신없었어요.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둑만 두다 시간이 후딱 가버린 한 해였어요. 좋게 보면 많이 바빴다는 건데 내년에도 이만큼 바빠졌으면 좋겠어요(웃음).

크게 아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한 해였는데 주변에서 타이틀을 못 따낸 게 맘에 걸리진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군요. 그건 당연한 얘기겠죠. 저라고 타이틀 욕심이 없겠어요(웃음). 하지만 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2008년에 잘하면 되는 거죠.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신년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을 할 시기인데 2008년에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어요?

일단 맥심커피배 결승에 올랐으니 우승 욕심은 당연하고요, 원익배도 4강까지 들었으니 내친 김에 결승까지 올라야죠. 기사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자연스레 최우선으로 정해지네요.

2004년 LG배 결승에 올랐었죠? 이창호 9단에게 3-1로 지면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는데 그 후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세요? 단적으로 말한다면 그 시기가 슬럼프에 빠졌던 기간인가요? 아니면 바둑 말고 다른 곳에 눈을 돌려서 하향세를 그린 것인지?

그 시기가 슬럼프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2005년 이후부터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팬들에겐 그렇게 보일는지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바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핑계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그만큼 나오질 않았죠.

밖으로 눈을 돌린 일이라면…. 글쎄요?
있다면 추두엽씨와 함께 한 음반작업이 유일한데 그건 호기심에 잠깐 한 것이라서 성적과는 무관하다 봐요.

성적 부진이 오래가면 맘고생이 심할 것 같은데 그 기간이 많이 힘들진 않았나요?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고 제 자신에게 더 독해져야겠다고 암시를 걸기도 하고…. 근데 제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다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은 것 같네요.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보상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죠. 덕분에 올해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강동윤 7단을 물리치고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던 장면.

-잊을 수 없었던 대국, 그리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열망은?

입단한지 이제 13년차가 됐어요. 초단때 녜웨이핑 9단을 물리치면서 입단하자마자 유명세를 탔었죠? 지금까지 숱한 바둑을 둬 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나만 꼽기는 뭣하고요(웃음). 가장 아쉬웠던 바둑은 2002년 창호형과 두었던 기성전 도전5번기 최종국입니다. 어찌 하다보니 제가 나쁘지 않았던 바둑이었는데 막상 이길지도 모른다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헤까닥(?)해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종반 마무리만 잘 해결했으면 무난했을 텐데 타이틀이 보이려니까 심장이 벌컥벌컥 뒤집어 진거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많이 아쉽네요.

기억에 남는 대국은 2002년 KBS바둑왕전 결승입니다. 저한테는 첫 타이틀이라서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가는 바둑이에요. 그러고 보니 창호형과 둔 바둑만 나오네요(웃음).

예전에 KBS바둑왕전이었죠? 흑을 잡았을 때 첫 수를 천원에 두면서 연승행진을 달려 화제가 됐었는데요. 요즘에는 그런 시도가 뜸한 것 같아요. 색다른 포석을 시도하면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었는데 그런 신포석을 다시 둬보고 싶은 맘은 없는지요?

그때는 자신감이 철철 끓어 넘치던 시기였죠(웃음). 예전부터 한 번 정도는 꼭 둬보고 싶었던 맘도 강렬했고요. 하지만 이런 시도가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이기기가 꽤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무리 멋들어진 발상이라 할지라도 프로의 세계에선 이기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잖아요.

시간이 넉넉한 바둑이라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서로 실수가 많은 속기전이라면 한 번 정도 둬볼만하지만 제한 시간이 긴 바둑에선 작은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때문에 모험을 각오해야죠. 마음 한편으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가고도 싶은데 아직까진 현실이 앞서네요.

아쉽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다케미야 9단 같은 낭만파 기사들이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엔 이런 기사들이 잘 안 보여서 팬의 한사람으로 조금 안타까워요.

다케미야 9단은 정말 대단한 기사죠. 그렇게 둬서 그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기사가 앞으로도 다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 저도 3연성 포석은 자주 뒀습니다(웃음).

-이세돌 시대의 개막과 이창호의 부진, 앞으로의 1인자는 누구?

2007년은 이세돌 9단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랫동안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이창호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