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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빛낸 명장면 20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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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덴소배, 삼성화재배, 농심배, 정관장배등 굵직한 세계대회로 시작한 2007년. 한국은 지난해의 부진을 씻어내고 남녀 단체전 석권, 올해 시작한 모든 개인전의 우승확정 등의 성과를 올리며 정상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국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명인과 국수를 쟁취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차지한 이세돌 9단과 정상의 일각으로 확실히 자리한 박영훈 9단이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면 이창호 9단은 부진 끝에 부활의 가능성을 남겼고 슬럼프에 빠진 최철한 9단에게 2007년은 최악이었다. 숨가쁘게 지나온 한 해들 정리하는 의미에서 '2007년을 빛낸 명장면'을 추렸다. 독자들이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기보는 시간 순으로 배열했고 지면 관계상 자세한 해설은 생략했다.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은 분들은 생중계 다시보기, 집중조명, 월간바둑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제3회 도요타덴소배 결승3국 ○ 이세돌 9단 ● 장쉬 9단 날짜: 2007년 01월 09일 장소: 됴쿄 뉴오파니 호텔 결과: 188수, 백불계승  2007년을 밝히는 새해 첫 세계대회 결승. 장쉬 9단은 한창 상승세를 타며 기세를 올리던 이세돌 9단을 맞아 1국을 반집으로 승리하며 서전을 장식했다. 막판에 몰린 이세돌 9단은 특유의 전투력을 앞세워 2국을 잡고 승부를 최종국으로 끌고 갔다. 다음날 맞이한 최종국.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은 포석에서 실패하며 고전을 거듭하다 힘겹게 형세를 만회하고 장면도를 맞았다. 장쉬 9단은 좌변 백대마가 쉽게 안정하는 바람에 초반의 우세를 놓쳤지만 하변을 키우며 다시 승부처를 만들었다. 백 1,3의 콤비 블로우가 장쉬 9단을 넉다운 시킨 묘착. 하변을 관통한 이세돌 9단은 중앙 흑을 몰아붙여 항서를 받아냈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던 흑▲의 느슨함을 이세돌 9단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한 해 동안 국제무대에서 스타일을 구겼던 한국의 명예회복을 예고하는 통쾌한 승리였다. 제11회 삼성화재배 결승2국 ○ 이창호 9단 ● 창하오 9단 날짜: 2007년 01월 24일 장소: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 결과: 289수, 흑3집반승  창하오 9단과 이창호 9단이 4년 만에 결승에서 만났다. 한중을 대표하는 정상의 대결이나 사람들은 이창호 9단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7번을 겨룬 두 기사의 전적은 21승 6패(이창호 기준). 마샤오춘 9단이 그랬듯 창하오 9단도 이창호 9단에 밀려 동네북(?) 신세가 되는 듯 했으나 제5회 응씨배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정상을 노크했다. 1국을 이긴 창하오 9단은 초반 백을 잡은 이창호 9단의 이상감각에 기회를 얻었다. 흑▲로 백의 삶(△)을 강요하고 중앙대마에 백 1이하로 거친 포격을 가했다. 백13에 이창호 9단은 백 아홉점을 살리지 못하고 14로 달아나 후일을 기약해야 했다. 이후 끈질긴 추격에 나섰지만 창하오 9단은 이창호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3집반의 승리를 지켰다. 7전 8기의 끈기를 보여준 창하오 9단의 우승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고 중국은 삼성화재배에서 2년 연속 이창호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제8회 농심신라면배 14국 ○ 구리 9단 ● 이창호 9단 날짜: 2007년 02월 09일 장소: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 결과: 277수, 흑1집반승  입단 이래 최악의 슬럼프를 맞은 이창호 9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창하오 9단에 완봉패를 당했던 장소에서 열린 농심배 최종국이었다. 7국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팀은 박영훈 9단의 4연승, 이창호 9단의 1승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철벽수비로 한국팀을 이끌었던 이창호 9단이지만 7회 대회 최종국에서 요다 9단에게 당한 패배와 당시의 부진에 그를 향한 믿음도 예전보다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대륙의 영웅'이라 불리는 구리 9단은 만만치 않았다. 중앙 흑 대마를 공격하며 전판을 압도해 나가는 반면운영은 '돌부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힘겨운 초읽기전쟁 중에 던진 백1이 흑대마의 사활을 노린 회심의 일착. 그러나 이창호 9단에게 마지막 희망을 살려준 패착이기도 했다. 단순히 상변을 제압하느니만 못했다. 백은 2,4를 선수한 뒤 6으로 귀의 맛을 노렸다. 7의 젖힘에 8의 붙임. 동서남북을 오가는 일련의 흔들기에 전성기의 조훈현 9단의 모습이 투영된다. 결국 구리 9단은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가로 우하귀 흑을 제압하는 동안 이창호 9단은 A,B,C의 곳을 모두 차지하며 기적 같은 뒤집기에 성공했다. 제5회 정관장배 12국 ○ 고니시 카즈코 8단 ● 이민진 5단 날짜: 2007년 03월 13일 장소: 중국 광저우 결과: 153수, 흑불계승  지난 3월 이민진 5단은 기적 같은 5연승으로 한국 여자바둑의 단체전 첫 우승을 이끌었다. 매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극을 펼치며 팬들을 흥분 시켰던 이민진 5단은 "끝나기 직전까지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또한 한국의 우승이 결정된 뒤 "이 바둑을 이기고 뭔가 내가 큰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중반전투에서 우위를 점한 이5단은 백의 마지막 승부수에 실수를 범하며 잡을 수 있는 대마를 사실상 살려주었다. 백1에 흑2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둔 수. 돌을 거두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였다. 백3으로 4자리에 두어 한 점을 때렸으면 흑은 응수두절. 초읽기에 몰린 고니시 카즈코 8단은 귀신에 홀린 듯 백3을 두었고 흑이 4로 내려서자 백대마는 모두 잡혔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민진 5단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드라마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국의 우승은 그렇게 결정됐다. 매번 강인한 정신력과 끈기로 초읽기 와중에서도 불리한 바둑을 역전시킨 뒤 흔들림 없이 지켜낸 이5단은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 제50기 국수전 도전4국 ○ 윤준상 4단 ● 이창호 9단 날짜: 2007년 03월 16일 장소: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결과: 224수, 백불계승  연초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기전이 어느 정도 끝나자 팬들의 시선은 국내로 돌아왔다. 상반기 태풍의 눈은 다름아닌 윤준상 4단(당시). '주목 받는 신예'에 불과(?)했던 윤4단은 이창호 9단을 3:1로 무너뜨리며 생애 첫 타이틀을 '국수'로 장식하는 영광을 안았다. 삼성화재배에서 패한 뒤 농심배 선전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던 이창호 9단은 국수를 빼앗기며 훗날 무관의 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같은 상극의 기풍이 아닌 이9단과 많이 닮아있는 윤준상 4단에 당한 패배는 바둑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흑이 ▲로 좌변을 한껏 키우자 윤4단은 백1로 다소 깊은듯한 침입을 감행했다. 5의 젖힘에 끊어간 6은 당연하다. 검토실에서 백이 곤란한 모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무렵 윤4단이 백7을 내려놓았다. 둘 중 한 곳만 살리면 된다는 이야기. 좌변에서 타개에 성공한 윤4단은 시종 빈틈없는 진행으로 우세를 지켜 대망의 국수를 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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