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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마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인가?
미리 보는 2007 승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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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최다승, 통산 최다대국, 타이틀전 최다 연패, 최고령 타이틀 획득, 최다관왕, 최단명국 등 바둑에는 수많은 기록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둑을 통해 생성되는 보배와 같은 기록을 활용, 바둑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늘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이해 왔다. 야구를 보면 홈런, 타율, 방어율, 최다안타 등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수많은 기록이 쌓이고 쌓여 재미를 더한다. 축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야구보다 기록 부분은 적지만 최근 무패 경기수, 유효 슈팅, 어시스트 등등 다양한 기록들을 새롭게 발굴하면서 축구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그런데 바둑은 어떤가?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관전의 재미만을 좇다보니 기록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중요한 기록조차도 잊고 넘어가는 때가 많다. 과거에 조훈현 9단의 1천승 기록 달성 때도 그랬고, 얼마 전 유창혁 9단의 1천승 기록 달성 때도 한참을 모르고 지나다가 허겁지겁 뒷북을 친 예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기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늘 가깝게 있고, 그 가깝게 있는 기록이야말로 팬들에게 거리감 없이 바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점에 맞춰 지금까지 바둑계가 그동안 무관심으로 넘겨버린,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승률과 관련된 기록 몇 가지를 살펴볼까 한다. 야구의 ‘3할 타율’=바둑의 ‘70% 승률 기사’  ▲ 9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한 양준혁 선수의 모습. [사진 출처: 한겨례 신문]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관심사 중 하나는 장성호 선수(기아 타이거스)의 9년 연속 ‘3할 타자’ 대기록 작성 여부다. 아직 3할을 밑돌고 있어 대기록 달성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야구 특유의 막판 몰아치기가 나온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야구 얘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야구인들이 얼마나 기록에 민감하고 철저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야구에서 3할 타자는 수치상으로는 열 번 타석에 들어서서 세 번 안타를 치면 된다. 하지만 3할 타자가 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잘 맞은 타구가 운 없게도 야수에게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때론 상승세의 선수를 투수가 고의로 걸러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결과겠지만 KBO 통계를 보면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매년 3할 타자의 영예를 누리는 선수는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야구의 ‘3할 타자’만큼이나 프로기사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 ‘70% 승률’이다. 열 번의 대국에서 일곱 번 이기면 승률 70%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터넷 대국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70% 승률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03년에 7명, 2004 2005년에 각각 9명, 2006년에 6명 등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도 10명을 넘긴 적이 없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변함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9월 18일 현재 7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사는 이세돌 목진석 박영훈 강동윤 안조영 홍성지 한상훈 원성진 허영호 김지석 등 10명에 불과하니까. [표1 참조]  한국 프로야구에서 ‘영원한 3할 타자’로 불리며 ‘야구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 는 선수가 양준혁이다. 양준혁 선수는 이번에 9년 연속 3할 타자에 도전하는 장성호 선수보다 앞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불방망이 쇼’를 펼치며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안타제조기’로 불리며 절정의 타격감각을 과시했던 장효조 선수도 이룩하지 못한 불멸의 대기록 중 하나다. 바둑에도 이와 비견될만한 대기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아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 대기록의 주인공은 이창호 9단이다. 86년 11세의 어린 나이로 입단한 이창호는 입단 첫해부터 9승 3패로 75%의 승률을 올린 이래 2004년까지 무려 19년 동안 70% 이상의 가공할 승률을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이는 양준혁이 세운 한국 야구사에 지금까지 단 한 차례밖에 없다는 9년 연속 3할 타자보다 두 배가 넘는 실로 엄청난 대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는 바둑팬들은 많지 않다. 그것을 기록으로 간주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은 때문이다. 이창호의 기록 중 승률과 관련돼 소개된 것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19년 연속 70% 이상의 승률 대기록 작성 때 포함된 88년의 75승 10패의 승률 88.24%가 한국프로바둑사의 최고 승률 기록에 올라있다. ‘80% 승률’은 마의 벽인가?  ▲ 이세돌 9단과 조한승 9단의 명인전 본선 대국 장면. 두 기사는 명인타이틀을 놓고 5번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승률과 관련해 묻힌 기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야구의 ‘4할 타자’처럼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기록이 ‘80% 승률’이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승률 80%는 마의 벽으로 통할 정도이다. 25년 한국 프로야구사에 ‘4할 타자’의 영예는 백인천 선수가 단 한 차례 기록했고,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4할 타자’는 결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둑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프로기사가 80% 승률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2001년 이후로는 최철한 9단(65승 12패, 승률 84.42%)이 2003년에 딱 한 번 기록했을 뿐 명맥이 뚝 끊긴 상태다. 사정이 이 정도이니 프로기사들이 혀를 절레절레 내두르며 마의 벽으로 부를밖에. 과거 50~80년대에는 조남철 김인 하찬석 조훈현 9단 등 특출한 가사들에 의해 여러 번 작성된 바 있지만 이후 한국바둑의 실력이 평준화되면서부터는 점점 자취를 감춰 이창호가 천하를 주름잡던 시대에도 불과 다섯 번 작성됐을 뿐이다. [표2 참조]  그 마의 벽이 올해 잘 하면 깨질 것 같다. 9월 19일 현재 이세돌 9단이 60승 11패로 승률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2위 목진석 9단과의 격차가 커 승률왕은 거의 굳힌 상태이다). 지금 이세돌의 승률은 84.51%. 이런 추세라면 2003년 최철한에 이어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마의 80% 승률을 넘어선 기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2007년은 3개월이 남는다. 남은 대국은 많아야 20국 내외. 이중 80% 이상 승률을 계속 유지하려면 최소한 7패 이상을 당하면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20국을 가정해 12승 8패를 할 경우 승률은 79.12%로 곤두박질치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80% 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고비로 꼽히는 대국은 LG배 세계기왕전(8강전 상대 장쉬 9단), 삼성화재배(8강전 상대 창하오 9단), 강원랜드배 결승5번기(조한승 9단) 등으로 보여진다. 장쉬와 창하오는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 기사이고, 강원랜드배 명인전에서 우승상금 1억원을 놓고 대결을 펼칠 조한승은 이세돌의 동기로 누구보다 이세돌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연승에 매번 제동을 걸었던 천적이다. 녹록치 않은 상대와의 빅 매치에서 과연 이세돌 9단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자못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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