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장성배 2007 한중 아마바둑 슈퍼대항전 2차전이 열린 8월 24일(8강 대국은 25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정확히 15년을 맞은 날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8월 18일 베이징 개막전(16강전)에 이어 일주일 만에 중국 후베이(湖北)성 성도(省都)인 우한(武漢)시에서 재개된 이번 대회는 이곳을 대표하는 명소인 황학루(黃鶴樓)에서 벌어져 감회가 깊었다.

장강(長江) 중류에 위치한 우한은 2004년 LG정유배 결승1국에 이어 올 3월 국수전 도전3국을 유치하는 등 한국의 도전기를 두번이나 치를 정도로 바둑열기가 뜨거운 도시이다. 한국의 강릉시와 바둑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교류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남방장성배 2007 한중 아마바둑 슈퍼대항전은 9월 1일 창사(長 沙)에서 준결승전을 치러 각국의 결승 진출자 두 명을 선발한 다음 다시 일주일 뒤인 9월 9일 펑황(鳳凰)의 남방장성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양국의 우승자는 남방장성배 메인 이벤트인 이세돌 9단-뤄시허 9단의 대결과 함께 통합 아마챔피언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된다. 통합우승 상금은 8천 위엔(한화 약 960만원)이다.

우한에 와서 강남의 3대 명루(名樓)로 손꼽히는 황학루를 구경하지 않는 것은 베이징에서 천안문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8강전이 벌어진 황학루는 삼국시대 오나라 황무(黃武) 2년(서기 223년)에 처음 건립된 후 1800년을 내려오며 시인묵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처음에는 군사용 망루와 지휘대로 사용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찾았다. 시선(詩仙) 이태백도 두 손을 들고 말았다는 당대(唐代) 최호(崔顥)의 시는 황학루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옛사람은 어느새 황학을 타고 가버리고,
이 땅에는 쓸쓸하게 황학루만 남았네.
황학은 한 번 가고 다시 오지 않는데,
흰 구름만 천년 동안 부질없이 떠 있네.

昔人已乘黃鶴去, 此地空餘黃鶴樓.
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

황학루에서 한 마리 학이 되어 반상을 노닐었던 대회 정경과 유서 깊은 황학루의 광경을 담아 보았다. (관련기사 여기!)

이날 8강전의 기록을 맡은 우한의 꼬마기사들. 우한의 바둑도장에서 선발된 이 꼬마들은 8~9세의 아이들로 아마2~3단의 기력이었다. 바둑을 배운 지는 2~3년 가량 되었다고 한다. 문득 예전에 한 중국기사의 호언이 생각났다. "지금은 우리가 이창호 한명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장차 이창호가 될만한 동량들이 수백명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