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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로 남은 쎈돌의 실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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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3, 중국 3, 일본 2. 두 차례의 대결이 끝나고 8명으로 추려진 중간 성적표는 모처럼 ‘바둑3강’의 짜임새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공교롭게도 세 나라의 랭킹1위에 올라있는 에이스들은 쓴잔을 마셨다. 한국의 이세돌, 중국의 구리,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6명의 기사가 7개의 세계타이틀을 분할점유 중인 춘추전국시대답게 바야흐로 세계무대는 절대강자 없이 상향평준화된 색채를 띠고 있다.  제20회 후지쯔배 16강전 백 : 장쉬 9단(일본) 흑 : 이세돌 9단(한국) 장소 : 일본기원 날짜 : 2007. 04. 16 결과 : 228수끝, 백불계승 장면 (신형정석의 기싸움) 이세돌-장쉬는 올 초 도요타덴소배 결승전 이후의 재격돌. 수를 읽는 능력이 발군인 두 기사가 신형정석을 둘러싸고 초장에 한바탕 기싸움을 벌였다. 백1의 한칸협공에 흑2가 최근 수법. 백은 3으로 치받는 수를 많이 두는데 흑4가 익숙지 않은 노선. 새로운 길을 걷고 싶어하는 이세돌의 욕망과 모험심이 신형을 파생시켰다. 참고도1 (난해한 정석) 눈목자씌움은 두칸협공을 당했을 때 종종 등장한다. 백1에 흑2가 이른바 ‘대사씌움’. 이때에도 ‘꼼수성’의 백3이 간혹 두어진다. 이 다음 수순은 대표적인 변화도 가운데 하나. 백15 다음 흑은 A로 나가는 수, B로 꼬부리는 수 등 난해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참고도2 (간명) 백1로 위쪽을 건너붙이면 비교적 간명하게 매듭지을 수 있다. 흑2로 젖히면 백3으로 끊고 흑4엔 백5ㆍ7로 넘어 백 실리와 흑 세력으로 갈린다. 물론 이 수순 속에서도 흑2로 5에 치받는다든지, 백5로 6의 곳을 나간다든지 하는 변화의 불씨는 얼마든지 숨어 있다. 참고도3 (유사형) 피차 어려운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장쉬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웬만큼 끝마치지 않았나 싶다. 주변 배석이 약간 다르지만 작년 가을 다카오 신지와 겨뤘던 일본명인전 도전3국에서 유사한 형태가 나왔다. 36에 붙이는 묘수와 어우러져 백을 쥔 장쉬가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참고도4 (일형)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는 응수는 흑1. 그럴 경우 백4까지는 외길이나 다름없다. 그 다음부터는 프로기사 사이에서 연구 중인 미완성의 코스. 흑5로 몰고 7에 뻗는 수도 그 하나. 긴 수순을 거쳐 흑 세력, 백 실리로 나뉜다. 참고도5 (연구 대상) 전도의 변화. 좀더 강하게 백6으로 뻗는 수도 연구 대상이다. 이 변화 역시 확정형은 아니지만 흑 세력, 백 실리로 갈리는 데엔 변함 없다. 참고도6 (호각) 단수를 결정짓지 않고 잠자코 흑1로 내려서는 수는 장쉬가 처음 두었다고 한다. 백은 2에 잇고 나서 4에 붙이는 수를 노린다(백2로 A는 장차 흑B가 껄끄럽다). 그 이후의 예상도를 제시해 본다면 백36까지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피차 둘 만한 진행이라는 평판이 많다. 실전진행1 (모양이 나쁘다) ▲에 치받은 수는 1,000페이지가 넘는 정석대사전의 반 페이지만을 차지할 정도로 드문 수. 그나마도 흑에게 호각 이상의 그림은 실려 있지 않다. 당연한 백1에 흑2로 연결을 방해했으나 백3이 호착. 백5 때 흑6이 모양 사납다. 참고도7 (백이 낫다) 흑1로 호구치는 수가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이적행위다. 백2로 나오면 ▲가 다치고, 흑3으로 젖혀도 하변 백의 자세를 도와줄 따름이다. 그에 비해 흑은 여전히 눈모양이 박약하다. 단연 백이 우세한 흐름이다. 참고도8 (타이밍) 흑1로 젖히면 백2로 찌르고 흑5 때 모양이 나쁘지만 백6으로 끊는다. 흑9는 귀의 백과, ▲를 움직여 가운데 백 넉점을 공격하려는 뜻이지만 먼저 백10에 끊어두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 흑15의 장문을 방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전진행2 (백의 흐름) 실전진행 상황은 흑이 즐겁지 않다. 하변이 백의 영향권에 놓였으며, 좌변 아래쪽도 백이 기분을 내고 있다. 언제나 이세돌바둑이 그러하듯 본국 또한 형세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 만큼 복잡한 전투의 연속. 그러나 좌하의 실점이 발목을 잡아 16강 티켓은 결국 멀어져 갔다. 아울러 ▲는 더 많은 연구과제를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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