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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빈삼각 한방에 넉다운 된 창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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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보다 더 부러운 일이 있을까? 승부의 세계에선 냉정한 라이벌. 일상으로 돌아오면 더 없는 친구 사이. 이창호와 창 하오(常昊)가 바로 그런 관계다. 이들은 국적이 다르고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바둑을 통해 무한한 얘기를 나눠왔다. 비록 반상에서는 승부를 다퉈야 하지만 반외에서는 서로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는 그들이다. 그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 바둑을 대표하는 창하오가 이창호 앞에만 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이창호를 상대로 얻은 성적은 겨우 7승 20패. 그나마 창 하오는 올초 삼성화재배 결승을 이겨 그동안 따라다니던 ‘이창호 징크스’를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난 4월 16일, 도쿄에서 두 선수는 다시 마주 앉았다. 후지쯔배 8강의 길목에서.  제20회 후지쯔배 본선2회전 백 : 창 하오 9단(중국) 흑 : 이창호 9단(한국) 장소 : 일본기원 날짜 : 2007. 04. 16 결과 : 105수 끝, 흑불계승 장면 (묘수를 깜빡한 탓) 창 하오는 언젠가 “이창호를 꺾지 못하고 우승을 하는 것은 진정한 우승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이창호를 단연 최강으로 인정했다. 이 말에는 '이창호에 대한 설욕'의 의지가 물씬 배어 있었다. 여하튼 올초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그 숙원을 풀기는 했다. 하지만 승부는 과거종결형이 아니라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것. 서로 큰 모양을 펼친 바둑은 어느새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창호 9단이 흑1 어깨짚어 하변 삭감에 나섰을 때, 문제수가 등장한다. 백2, 4. 창 하오는 흑5라는 기발한 묘수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이 한방을 얻어맞는 바람에 국면은 삽시간에 극단으로 치달아버린다. 참고도1 (창 하오 바람) 창 하오 9단이 바란 그림이다. 흑3에서 백이 곤란해 보이지만 흑A가 자충이라 백은 몽땅 연결하고 살 수 있다. 오히려 흑은 귀에서 살아야 한다. 선수로 이곳을 몽땅 살렸으니 백으로선 최상이다. 그런 다음 하변에 손을 돌리면 백이 유망한 흐름. 참고도2 (빈삼각의 묘수) 허나 ‘빈삼각의 묘수’ 흑▲가 반상에 떨어지는 순간,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 버린다. 백1 정도면 둘 다 사는 데 걱정 없다. 문제는 선수가 흑한테 넘어간다는 점. 어깨짚은 흑●에 손을 뺀 상황에서 흑2로 뚫어버리면 백은 회복 불능상태다. 참고도3 (꽃놀이 패) 백은 하변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하지만 흑2 붙임으로 이 일대 백의 숨통을 조여오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흑7까지 패 맛은 있으나 백 대마가 일방적으로 걸린 그야말로 흑의 꽃놀이 패. 누가 보더라도 흑이 무난히 승리하는 코스다. 참고도4 (백 최악) 패를 피하려면 더욱 곤란해진다. 흑6 꼬부림을 당하는 순간, 거대한 이 일대 대마는 ‘찍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가랑비를 피하려다가 소나기를 만나는 꼴이다. 패가 나도 곤란한 판에 이것이야말로 그대로 승부가 끝나는 변화다. 참고도5 (조급함이 화를 불러) 애초 우상귀 쪽 백을 바로 살리려는 생각이 잘못이었다. 실전은 창 하오의 조급함이 부른 자충이었다. 백A로 몰고 꼬리를 살리는 맛을 남겨둔 채 하변 처리를 먼저 했으면 긴 승부였을 터. 상변 흑집도 크지만 좌하귀 일대를 중심으로 한 모양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실전진행 (멋진 설욕전) 장면에 이은 실전 수순. 실전에서도 흑2를 당해 백이 곤란한 상황이다. 백3 이하는 돌 던질 기회를 마련한 수순에 불과하다. 이창호 9단으로서는 지난 삼성화재배 패배에 대한 설욕전을 치른 셈. 게다가 전통의 국수 타이틀을 잃는 등 올해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창호 9단에게 후지쯔배 8강 진출이 분위기 반환점이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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