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각 팀들은 확정된 연고지와 감독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팀 감독과 관계자들 30여명이 모여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치며 선수선발식이 진행됐다.

먼저 기존의 6팀은 우선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신생팀 대방노블랜드와 울산 디아채를 제외한 나머지 6팀은 모두 우선지명권을 사용해 전년도에 팀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했다(파란색 글씨). 우선지명 선수가 모두 발표되자 팀들은 추첨을 통해 선수 선발 순번을 결정했다. 1지명 선수인 이세돌 9단을 우선지명한 제일화재는 내심 순번 8번을 기대했으나 1번을 뽑아 낭패를 보았다. 1번은 1지명을 첫번째로 선발할 권리가 있어 이세돌 9단을 우선지명으로 잡아놓은 의미가 퇴색된다.

선수선발 순번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이중추첨으로 진행됐다. 각 팀의 대표는 1번부터 8번까지 번호표를 뽑은 뒤 순서대로 선수 지명 순번이 적힌 부채를 선택했다. 순번 1번을 뽑은 팀은 ‘제일화재’이고 마지막 순번인 8번을 뽑은 팀은 ‘울산 디아채’다(순번 추첨 결과는 아래 표 왼쪽부터 순서대로 게시함). 선발 방식은 1번을 뽑은 팀이 1장, 4장, 5장을 1순위로 지명하고 2장, 3장, 6장은 역순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선수지명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신예기사들이 우선적으로 지명되며 기존의 강자들의 지명순서가 대거 늦춰졌다. 결정된 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파란 글씨는 우선지명

우선지명이란? 연속해서 참여하는 팀에게 주는 권한으로 전년도 팀 선수중 마음에 드는 선수를 우선 지명해 선발하는 것이다. 2지명자 박정상 9단, 목진석 9단과 3지명자 윤준상 6단 등은 2006년에 지명된 위치로 우선지명 되었다.

전년도에 지명 순위가 낮았던 팀 선수가 지명도가 올라갔을 경우 낮은 지명 순위에 좋은 선수를 선점하여 배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지명
이세돌 9단을 제일화재가 우선지명해 2번째 순번인 Kixx부터 지명이 시작됐다. 이창호 - 최철한 - 박영훈 - 조한승 - 이영구 - 원성진의 순서는 대략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마지막 1지명 선수로 울산디아채 팀이 백홍석 5단을 부르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귀를 의심한 진행자가 다시 물었으나 김영환 감독의 목소리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2004년 4장으로 출전한 이후 2년 만에 바둑리그에 참가한 백홍석 5단은 1순위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2지명
2지명은 선발은 더욱 이변의 연속이었다. 강동윤 5단을 선택한 울산디아채팀이 2지명 선발을 시작했다. 세번째 2지명 선수로 김지석 3단의 이름이 호명될 때만해도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신성건설은 이미 우선지명으로 목진석 9단을 뽑아 다음 차례는 신생팀 대방 노블랜드. 윤기현 감독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한상훈 초단의 이름을 불렀다. 한상훈 초단은 공식대국을 시작한지 불과 1달이 조금 넘었다. 의외의 선발에 참석자들은 (한초단을 축하하는 의미의)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어 월드메르디앙은 다시 유창혁 9단을 지명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제일화재는 배준희 초단을 선택했다. 배준희 초단은 한국바둑리그와 국내 최대기전 명인전 리그에 모두 올라있는 신예기사이다. 바둑리그 2지명에 초단이 선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3지명
왕년의 주장, 2장급 강자들이 신예들의 기세에 밀려 3지명으로 밀려났다. 선발 순서는 고근태 - 송태곤 - 홍민표 - 홍성지 - 루이나이웨이 - 윤준상 - 이희성 - 조훈현이다. 조훈현 9단은 처음으로 주장에서 밀려나 3장에도 마지막으로 턱걸이 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조훈현 9단의 2007년 전적은 9승 4패이고 랭킹 13위(2007년 4월)에 올라있다.

4, 5지명
4지명과 5지명은 모두 제일화재에서 먼저 선발했다.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성재 8단은 4번째 4지명에 선발됐고, 첫 출전하는 여전사 조혜연 7단은 3번째 5장으로 뽑혔다. 마지막으로 김수장 9단과 나종훈 6단이 지명되어 와일드 카드를 제외한 모든 지명이 끝났다.

6지명
규정상 와일드 카드는 언제든지 지명할 수 있었다. 4지명이나 5지명시에 와일드 카드를 지명하는 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모든팀이 와일드 카드를 6지명에 선발해 랭킹시드와 예선통과자들의 기량이 인정되었음을 증명했다. 와일드 카드는 박승화 - 김성룡 - 김형우 - 윤찬희 - 윤성현 - 박정환 - 김기용 - 안달훈 순으로 선발됐다.

와일드 카드에는 세 명의 초단이 선발됐다. 윤찬희 초단은 한상훈 초단과 함께 왕위전 8강에 진출해 주목을 모은 초단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이다. 박정환 초단은 아직 좋은 성적은 보이지 못했지만 많은 프로기사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유망주이다. 박승화 초단은 비씨카드배 4강에 올라 이름을 알렸다. 바둑리그를 통해 강동윤 5단, 김지석 3단을 잇는 거대 신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