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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에 녹아버린 ‘킬러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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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無冠)으로 떨어지느냐, 무관에서 벗어나느냐―. 기성은 박영훈의 유일한 타이틀. 한편 최철한은 1년째 타이틀이 감감무소식이다. 기성을 놓고 이마를 맞댄 라이벌전에서 박영훈이 다시 이겼다. 2년 전 최철한으로부터 기성을 빼앗고 이번엔 방어에 성공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박영훈은 아홉 번째 왕관. 상대전적 간격도 12승 9패로 약간 더 벌렸다.  제17기 기성전 도전5번기 2국 백 : 박영훈 9단 흑 : 최철한 9단 장소 : 전남 광양 날짜 : 2007. 04. 07 결과 : 261수끝, 백3집반승 장면 (사느냐, 잡느냐) 도전2국은 3연성을 펼친 최철한의 세력에 박영훈이 실리로 대항, 공격과 타개에 주안점이 맞춰졌다. 공격이 매서운 최철한, 타개가 능한 박영훈. 창과 방패가 싸운 결말은 박영훈이 웃었다. 타개 솜씨가 나았다기보다 공격 착오를 일으킨 최철한이 빌미를 주었다. 잇달아 집을 챙긴 백에게 창끝을 들이댄 흑1이 독수. 후반의 반상은 사느냐 잡느냐의 극단적인 형태를 띠었다. 참고도1 (못 산다) 일찌감치 흑백이 서로 끊고 끊기며 달아오르기 시작한 국면은 결국 대마사활로 치달으며 흥미만점. 자체삶을 확보하기 어렵다. 백1로 몰아봐도 그 다음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백3은 흑4로 붙임당해 눈을 만들지 못한다. 실전진행1 (이해 불능) 철강 산업의 전초기지인 광양은 바둑과도 인연이 깊어 예부터 여러 타이틀전을 유치해 왔다. 사정상 수년 간 중단돼 아쉬움을 자아냈으나 이번에 기성전 도전기를 유치하며 바둑가에 힘을 보탰다. 출구를 찾는 백1ㆍ3엔 힘이 빠졌다. 이때 흑4가 이해 불능의 실착. 눈을 만들기 힘든 백에게 패의 수단을 허락한 것이다. 백대마가 빠져나갈 틈이 안 보인다던 검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고도2 (대마 포획) 안전하게 흑1로 못질했으면 대마를 수중에 넣었을 것이다. 또한 흑1은 잡지 못했을 경우에도 흑진을 지킨 수이므로 피해가 작다. 위쪽으로는 백2ㆍ4로 두어봐도 흑5까지 아무런 수가 안 난다. 그렇다고 다른 쪽 출구도 띄지 않는다. “진 바둑었는데 운이 좋았다”는 박영훈의 국후 인터뷰. 실전진행2 (알 수 없는 후퇴) 기성전은 초창기 최대기전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최근 대형기전이 속속 생겨나고 기존 기전들도 규모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위상이 꺾였다. 패가 걸린 백대마. 절망적인 파국은 모면했으나 여전히 괴롭다. 그런데 패를 다투다 말고 뒷걸음친 흑11은 무슨 영문일까. 백12가 좋은 수. 흑이 패를 따내는 건 백13으로 잡히므로 부득이한 흑13. 그때 백14로 따내자 이 백은 완생형에 가깝다. 참고도3 (큰 차이) 랭킹3위 최철한이 무관이라는 사실이 의아스럽고, 이해되지 않은 두 번의 문제수도 몹시 의문스럽다. <실전진행2> 흑11로 후퇴할 바에야 패를 건 면목이 없다. 애시당초 흑1로 고분고분히 지켜두느니만 못하다. 실전은 <참고도1>의 백1~3 때 흑4가 아니라 흑A로 집어넣은 격. 또 본도 흑1에 백2로 응할 경우 흑3ㆍ5로 공격하는 그림과 큰 차이가 난다(2의 왼쪽이 후수한눈이므로). 참고도4 (무리가 따른다) 잡으러 가기 위해선 흑1뿐이다. 그러나 백2가 놓이면 흑3에 두어도 A의 곳이 완전한 한눈이어서 공격하는 데 커다란 제약을 받는다. 백10까지 패의 형태. 이 패는 흑의 팻감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부담도 크다. 이런 난점 때문에 실전은 이 코스를 택하지 못했다. 참고도5 (패싸움 지속) 또 하나는 흑이 패싸움을 지속하는 길. 흑의 팻감은 1과 7, 그리고 A 등이 보인다. 백10 부근의 팻감은 흑이 강한 곳이므로 불청할 수 있다. 11에 잇고 나면 B로 끊어잡는 이득이 남는다. 백보다 흑이 이길 가능성이 컸다는 중론. 수읽기가 세고 공격성향이 강한 최철한이기에 갑자기 고삐를 늦춘 태도가 믿기지 않는다. 흥미로웠지만 내용이 좋지 않은 패배. 라이벌전의 기상도가 맑아진 박영훈은 3연패를 달성하며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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