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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의 물결은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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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앞 물결이 뒷 물결에 자리를 내주는 게 대자연의 이치이고, 세월이 흐르면 권력도 사람도 바뀌는 것 또한 승부세계의 섭리. 높은 풍랑이 일 것 같았던 신구(新舊) 대결은 예상 밖으로 싱거웠다. 구리는 현재 중국랭킹 1위. 구리에게 권좌를 내주기 전까지 중국바둑계를 호령했던 창하오. 중국의 춘란배 첫 우승 잔치와 더불어 화제를 모았던 빅매치는 새물결 구리가 2-0 완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제6회 춘란배 결승3번기 제2국 백 : 창하오 9단(중국) 흑 : 구리 9단(중국) 장소 : 중국 난징 날짜 : 2005. 03. 25 결과 : 123수끝, 흑불계승 장면 (패배의 주범) 결승1국은 구리의 반집승. 최종 결과는 극미한 차이였지만 내용 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창하오로선 막판이 될지 모를 2국. 그러나 맹렬한 추격전이 무위로 끝났던 1국의 아픔이 씻기지 않았는지 과잉 의욕으로 말미암아 때이르게 국면을 구겨놓는다. 좌상 공방전에서 2의 곳을 뛰지 않은 백1이 오버 페이스. 흑2의 반격을 맞아 삽시간에 백돌의 연결고리가 끊겼다. 참고도1 (백의 기대) 어깨를 짚어간 △는 다분히 흑1로 받아달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 그럴 경우 백2의 행마에 힘이 실리게 될 터이므로. 확실히 백2는 무덤덤하게 A로 뛰어나간 수보다 박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흑돌에 미치는 영향력도 세다. 실전진행1 (구구도생) 구리는 중국기전 3관왕, 창하오는 국제기전 2관왕. 만일 창하오가 춘란배를 우승했다면 이창호 이후 오랜만의 세계대회 3관왕 탄생에 바둑계가 들썩거렸을 것이다. 진로가 막힌 백. 끊긴 이후 양쪽을 수습해야 하는 바쁜 형국이다. 1부터는 목숨을 부지하려는 몸부림. 통째로 잡히지 않더라도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참고도2 (전체가 위험) <실전진행1> 흑2와 6은 눈모양을 빼앗으면서 좌상귀의 허술함을 방비하기 위한 뜻. 백은 1을 선수하면 5로 연결할 수 있지만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흑8 이후 백A, 흑B, 백C로 좌상귀 흑을 괴롭히려 해도 흑D로 붙이면 간단히 연결된다. 참고도3 (못 견딘다) 좌변 백일단을 포기하며 <실전진행1> 백9로 젖힌 수에는 고뇌가 담겨 있다. 백1ㆍ3으로 잡지 못한 것은 흑6까지 △ 넉점이 크게 잡히기 때문. 게다가 백7 후수삶이 불가피하다. 귀에서 살더라도 오른쪽에 커다란 흑집을 허용하는 이 고통을 백이 감당키 어렵다. 실전진행2 (경솔한 활용) 실전이라고 백이 편할 리 없다. 흑2ㆍ4가 백을 분단하는 맥의 수순. 결국 패싸움을 통해 좌상 백이 잡힌 대신 상변 흑일단을 제압하는 바꿔치기의 양상인데…. 흑A로 받아줄 것으로 지레짐작한 백15가 최후의 패착감. 지나가는 길에 흑집을 견제해 놓으려는 요량이었으나 경솔했다. 흑16으로 임시변통하고 나서 18로 넘어가 버리자 백은 추격할 여력마저 완전히 잃고 말았다. 참고도4 (부담이 따른다) 실전은 패. 패를 내지 않고 깨끗이 잡는 방법은 없었을까. ▲에 끼운 다음 흑1에 껴붙이는 수가 흔히 봐온 맥.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백2가 놓임으로써 귀의 백은 완생. 그런 다음 백4ㆍ6으로 움직여 나가면 흑이 부담스러운 진행(백A로 따내는 수가 있어 흑5는 생략할 수 없다). <참고도3>과 흑집의 규모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참고도5 (온당한 길) 5회 대회를 치른 동안 중국은 주최국이면서도 우승컵과 거리가 멀었다. 준우승만 2번 했고, 한국이 4번 우승했다. 매년 개최되다 4회 대회부터 격년제로 바뀐 데는 중국의 부진이 큰 작용을 했다. 구리는 조금 유리하다고 해서 쉬이 만족하거나 상대의 의도에 좀처럼 순응하지 않는다. 백은 1로 늘어 상변 흑을 제압해 놓고 뒷날을 도모하는 게 순리였다. 흑2에 의해 좌변 흑집이 부풀어오르는 게 보기 싫었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참고도6 (돌파는 불가) 백1로 흑진을 돌파하는 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흑8 때 백9가 필요, 흑10으로 머리를 눌리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백15는 흑A의 방비. 흑18에 이르러 백이 파탄난다. 구리는 작년 LG배에 이어 세계대회 2번째 우승컵, 창하오는 7번째 준우승. 세계대회에서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중국은 ‘형제 결승전’을 관전하는 흥을 누리며 8년 만에 ‘춘란’을 피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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