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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주역으로 솟은 ‘붉은 얼굴의 바둑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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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우쥔쉰이 포효했다. 번쩍, 세계를 들었다. 변방국으로 치부돼 왔던 대만바둑은 활짝 꽃을 피웠다. 통한의 역전패로 국후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결승2국. 반집패를 반집승으로 되갚으며 우승을 결정지은 저우쥔쉰은 북받쳐 오르는 기쁨에 전혀 다른 빛깔의 눈물을 흘렀다. 대만바둑협회가 창설된 지 50여 년. 6살 때부터 바둑을 배워 14살에 프로의 길을 들어선 저우쥔쉰은 세계바둑사의 큰 획을 긋고 당당한 주역으로 솟구쳤다.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3국 백 : 후야오위 8단(중국) 흑 : 저우쥔쉰 9단(대만) 장소 : 서울 서머셋팰리스 호텔 날짜 : 2007. 03. 22 결과 : 196수끝, 흑반집승 장면 (최대의 승부처) 흑이 포석을 잘 짰다. 선착의 이점을 살려 발빠르게 좌하귀와 좌상귀의 집을 차지하고, 우변에도 큼지막한 모양을 건설했다. 백은 실리를 내준 대신에 세력을 쌓았지만 그것을 집으로 만드는 구상으로는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후야오위는 백1로 동태를 살핀 뒤 흑진의 중심에 붙여간 백3에 우승컵의 운명을 걸었다. 흑4에 젖히고 백5로 맞끊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반상! 실전진행1 (흠집내기) 다시 돌을 가린 결과 선택권을 가진 후야오위는 1국과 마찬가지로 백을 택했다. 반면 저우쥔쉰은 ‘7집반의 덤이라도 흑’이라고 밝힐 만큼 흑번을 선호한다. 흑1로 천원의 대세점을 점령, 장만해 놓은 실리가 많아 모양대결을 펼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저우쥔쉰. 좌하귀의 대형정석, 좌상귀의 3ㆍ三침입을 지나 53수째에 해당한다. 흑모양을 좌시할 수 없으므로 백8로 끊고 백10으로 치받아 흠집내기에 분주한 후야오위(수순 중 흑7은 A가 무난한 응수). 참고도1 (공격 불가) 백1은 모양을 깨뜨리기 위한 수라기보다 흑을 공격하겠다는 뜻. 하지만 널을 뛰듯 흑2ㆍ4로 성큼성큼 뛰어오른 다음 6쯤에 자리를 펴면 이미 안정권. 공격은커녕 백세력이 볼품없이 쪼그라든다. 참고도2 (행마가 구겨진다) 실전의 진행은 흑모양의 경계선을 그어준 다음의 폭파 작전. 그런 만큼 고초가 따를 수밖에 없다. 흑진을 에워싸고 있는 라인의 허술한 부분이라면 백1의 곳. 그러나 흑2ㆍ4를 눌리면 백의 행마가 구겨진다. 그렇다고 백1로 A는 흑3으로 지키는 수가 안성맞춤. 실전진행2 (기분 내는 흑) 저우쥔쉰은 LG배 단골멤버. 11회 연속 출장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엔 실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 ‘대만 1인자’의 명패로써 세계대회 ‘구색’을 맞추기 위한 주최측의 배려가 많이 작용했다. 현재 대만기전 4관왕이며 총 28회의 우승기록을 세웠다. 중앙에 중점을 두고 백4ㆍ6으로 움직인 수가 어땠을까. 흑9가 호착. 백10을 강요하고 흑11로 머리를 두드리자 백이 곤란해졌다. 백16은 시빗거리 찾기, 흑21은 타협책. 참고도3 (백의 대안) 우변 공방에서 뚜렷한 실마리를 잡지 못한 백은 시종 끌려다니는 입장에 처했다. 공격과 타개를 둘러싼 공방이 워낙 복잡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들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백1로 끊고 백3ㆍ5로 움직이지 않은 것을 패인으로 거론했다. 예컨대 15까지는 흑이 걸려드는 코스. 따라서 도중에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그것이 흑에게도 어렵지만 백도 어렵다. 참고도4 (수싸움은 백이 무리) 형제기사이기도 한 저우쥔쉰은 발빠르게 실리를 챙기고 타개하는 기풍. 수읽기 솜씨도 빼어나다. 종전까지 세계대회 최고성적은 6년 전 후지쯔배에서 이룬 4강. 단도직입적으로 수싸움을 시도하는 것은 백이 잘 안 된다. 참고도5 (낙승의 그림) 반집패를 되갚기 위한 각본이라도 짰던 것일까. 백에게 추격을 당해 반집승부까지 좁혀진 것은 저우쥔쉰의 ‘포만감’ 때문. 진작부터 타협점을 품고 있었던 듯 실전진행에 선뜻 만족을 표한 모양이다. <실전진행2> 흑21을 본도 1에 두었으면 좀더 멀찌감치 달아날 수 있었다. 백4 때 흑5로 손질하거나 흑A. 우변을 웬만큼 사수한 데다 좌반부 백모양도 지워 낙승의 국면이다. 결승2국의 아픔을 과연 하루 만에 떨쳐낼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저우쥔쉰은 놀라운 승부근성으로 염원의 첫우승을 달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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