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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반세기 새 주인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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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의 얼굴이 바뀌었다. 약관의 국수가 탄생했다. 반세기를 맞은 상징적인 해에 의미 있는 새 국수를 맞았다. 10번째 국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윤준상은 1987년 11월생. 19세 4개월의 젊은 나이에 생애 첫 왕관을 최고 권위의 타이틀로 장식했다. 어릴 적부터 목표였고, 국수전 통산 10회 우승에 나섰던 ‘바둑영웅’ 이창호를 격침시켰다. 윤준상에 의해 현대바둑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3국에서 역전승하며 반격의 물꼬를 텄던 이창호는 초반의 우세를 지켜내지 못하고 12년 후배에게 국수위를 이양했다. 보유타이틀도 전자랜드배와 왕위전, 2관으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제50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4국 백 : 윤준상 4단(도전자) 흑 : 이창호 9단(국수) 장소 : 한국기원 날짜 : 2007. 03. 16 결과 : 224수끝, 백불계승 장면 (타개를 위한 우회전법) 짧지 않은 침묵이 흐른 뒤 승부처를 중심으로 복기가 이뤄졌다. 집중적으로 검토한 곳은 좌변. 조금 깊은 느낌이 드는 백2 삭감을 둘러싼 공방전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백6에 흑7은 당연한 끊음. 여기서 윤준상은 한참 숙고한 끝에 백8로 재차 뛰어드는 우회전법을 구사했다. 위든 아래든 한쪽만 살리면 된다는 계산. 참고도1 (빈삼각은 괴롭다) 백1은 빈삼각의 우형일뿐더러 흑2 활용에 이어 흑4로 씌움당하면 쌈지를 뜨고서라도 산다는 보장이 희박하다. 그래서 윤준상은 응당 끊길 줄 알면서도 강하게 젖혀갔다. 끊고 있는 흑도 약점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며. 참고도2 (이 다음이 어렵다) 좌변 흑집의 규모에 따라 우열이 결정된다. 아래위를 합해 30집 정도의 실리를 확보할 경우 흑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 윤준상은 직접적인 타개책이 여의치 않다고 봤다. 백1ㆍ3은 흑이 5의 곳을 나가지 않고 4ㆍ6으로 봉쇄해 올 때가 어렵다. 실전진행1 (타개가 잘됐다) 국수 타이틀이 갖는 영예는 상당하다. 당장 칭호부터 바뀐다. 지금껏 정상에 서고도 국수로 불리지 못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 흑5는 백을 포획하겠다는 다그침. 그러나 백8 때 빵따냄을 허용하며 저위로 넘어간 흑9와 11은 처음부터 그려놓았던 노선일까. 12까지 검토실의 중간 평가는 백의 타개가 잘됐다는 중론. <장면>의 시점과 비교해 보면 수긍이 간다(이후 20여수 지나 백△가 A로 움직였을 때 흑B, 백C로 진행돼 백이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참고도3 (타협안은 불만?) 이창호는 유리한 변화라고 판단되면 반집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 할 만큼 치열하진 않다. 악착같은 맛이 덜하다. 완전무결한 수읽기를 자랑했던 전성기 시절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이따금 미세한 오류를 범하는 요즘엔 역전의 빌미를 주곤 한다. 실전진행을 두고 이쯤이면 만족이라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착오를 깨닫고 방침을 바꾼 걸까. △로 달렸을 때 흑1로 막아 좌하귀에서 살려주는 대신 위쪽 백을 제압하는 변화는 타협안. 검토진은 “백이 만족” “흑도 둘 만하다”며 평가가 분분했다. 참고도4 (수가 난다) 도전4국 전까지 이창호는 7연승 오름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다섯 번의 패배를 전부 중요한 대국에서 당했다. 삼성화재배 결승전(2패)과 국수전 도전기(3패)에서다. 백이 공작해 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참고도2>와 같이 흑1ㆍ3으로 가두기 힘들다. 백4에 붙이면 어렵지 않게 수가 난다. 백10까지는 여러 변화 가운데 일례. 참고도5 (크게 산다) 3년 전 상반된 기풍의 최철한에게 국수를 빼앗겼던 이창호는 이번엔 자신과 꼭 빼닮은 윤준상에게 국수를 내주었다. 바둑가는 윤준상의 국수 등극을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이창호의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흑1로 나갈 때도 백은 2에 붙여간다. 이곳에 백돌이 놓이면 위아래 어느 한쪽은 삶을 확보할 수 있다. 가령 흑3으로 막으면 백4부터 8까지 제법 크게 산다. 참고도6 (뻗고 싸워야 했다) 몸을 숙여 2선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흑1로 뻗어야 했다. 백2엔 흑3으로 힘차게 두점머리를 두드린다. 백6으로 호구치는 수가 좋아보이는 듯하나 흑7에 백은 A의 곳을 이어야 하므로 이보다 나쁜 모양이 또 있을까. 참고도7 (흑이 충분하다) 전도의 변화. 흑3 때 백4로 끊는 수는 겁나지 않는다. 흑9까지가 기분 좋은 선수. 공배연결을 강요한 다음 11로 건너면 백이 얻은 게 없다. 계속해서 백A는 흑B로 받아주어도 1집짜리에 불과하다. 반면 실전은 1의 곳을 백에게 얻어맞은 탓에 좌하 백을 놓고따내야 하는 뒷맛을 남겼고, 중앙의 두터움을 허용해 흑이 뒤처지게 됐다. 검토진은 흑1로 뻗지 않은 <실전진행1> 흑11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실전진행2 (국수 등극 자축한 호착) 국면이 진척되며 이창호는 더더욱 좌변쪽을 쳐다보기 싫지 않았을까. 그러나 흑이 실패했음에도 관전기사들은 쉽사리 백승을 주장하지 못했다. “상대가 이창호이기에 더 두고봐야 한다”며. 그런 기류에 백1이 확실한 답을 던져주었다. 돋보이는 감각의 한수. 중앙집을 키우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흑의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당장 백A로 차단당하므로 흑2부터 손질할 때 윤준상은 13까지 중앙을 백의 옥토로 경영했다. ‘미완의 대기’로 주목받아 왔던 윤준상은 이창호에게 따낸 3승 모두를 국수전에서 장식하며 영원히 기억될 업적을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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