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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이창호의 부진! ①
부진원인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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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이 벌써 1월을 넘겨 2월의 중반에 다다르고 있다. 연초부터 굵직굵직한 세계대회 결승전이 연달아 벌어져 바둑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 9단이 전례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다. 이런 걸 유명세라고 하나. 거목은 당당하게 서 있을 때도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우뚝하고 쓰러질 때도 요란한 법이기 때문일까. 프로 22년차의 이창호, 정말 하락세에 접어들었을까? 삼성화재배 결승 패퇴와 국수전 도전기에서 2연패를 당하며 기록한 1월의 성적이 1승 4패. 이창호 9단이 2007년 들어와서 거둔 성적은 팬들에게 충격의 결과였다. 김성룡 9단은 “창호형의 1패는 다른 기사가 5연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창호형이 어쩌다 지는 것은 뭐 질 수도 있구나 생각하겠는데 연패하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거든요”라고 말한다. 일인자가 간혹 질 때 가십성 기사로 다뤄지기는 하나 이번처럼 대대적인 뉴스가 된 적은 없었다. 이창호 9단의 저조한 성적은 올해 들어서만 아니다. 길게 보면 1년 가까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혹자는 ‘이창호 9단이 작년까지 국내기전 4관왕이었는데 어떻게 부진하다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본인도 슬럼프라는 지적에 “지난 한해 성적이 그렇게 나빴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끝을 흐리는 걸로 미뤄 흔쾌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두었던 성적과 비교해볼 때 근래 성적이 예전만큼, 그것도 눈에 띄게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2005년 3월 제5회 춘란배에서 저우허양 9단을 물리치고 대회 2연패(覇)에 성공한 뒤로 이창호 9단은 2년이 다되도록 세계대회 무관이다. 작년 1월 안방에서 벌어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뤄시허 9단에게 2:1로 져 준우승에 그쳤을 때 팬들은 이창호 9단의 슬럼프를 논하기 시작했다. 뤄시허 9단은 4번을 만나 모두 이겼던 상대였고 외국인 기사를 상대로 결승무대에서 절대 패하지 않는 ‘무적 신화’를 써왔기에 파장이 컸다. 올초 상하이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성적표는 클라이맥스였다. 그동안 천적으로 군림했던 창하오 9단에게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물러나 충격을 줬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전혀 ‘이창호답지 않은’ 바둑을 보여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두텁게 두며 중후반에 힘을 내는 전형적인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초반부터 급전으로 승부를 시종 숨가쁘게 만드는 격렬한 스타일이 언제부터인가 이창호 9단의 바둑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창호 왕국은 보병부대를 앞세워 건설했다. 검증된 자기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이 보병부대를 뒤로 빼고 기마부대를 주력으로 삼는 것과 같다. 상당한 모험이다. 모험에는 당연히 진통과 위험이 따른다. 기풍의 변화, 주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창호 9단의 기풍은 잘 알다시피 두터운 바둑을 잘 두며 종반 끝내기와 형세판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7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한국바둑의 일인자로 군림했던 스승 조훈현 9단과 90년대 중반부터 중원의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사제대결’에 들어갔을 때 대부분의 바둑이 초반 조훈현 9단이 앞서나가고 이창호 9단이 조금씩 추격전을 펼치다 결국 종반에서 이창호 9단이 미세한 차이로 뒤집는 스토리를 보였다. 아래 기보는 기자가 본 바둑 중 이창호 9단의 장점을 잘 설명해주는 기보다. 94년 기성전 도전7번기 4국으로 이창호 9단의 흑번. 초반 발빠르게 요소를 선점하면서 조훈현 9단이 실리에서 앞서나간다. 이창호 9단은 실리에 조금 뒤지더라도 두터움을 유지하면서 중후반을 대비한다. 이 바둑은 때이르게 중반전에서 조훈현 9단이 완착을 범해 실리의 균형이 뒤바뀌자 여기서부터 이창호 9단의 속칭 ‘판닦기’가 등장한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갑갑함이 엄습한다. 한 칸, 날일자, 마늘모…. 상대방의 명맥을 끊거나 급소를 향해 날카롭게 찔러가는 현란한 검무를 구경할 수 없고 바둑 내용이 어딘가 감칠맛(?)이 없다.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로운 강자로 등극한 이세돌 9단이 상대방의 돌에 붙이고 끊는 접근전에 엄청난 실력발휘를 했다면 그 당시 이창호 9단은 유유하게 이겨나가는 그런 바둑이었다. 한 관전필자는 이창호 9단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 수많은 고수들이 이창호 9단을 만나면 맥없이 쓰러져나갔다. 초반에는 확실히 유리한 것 같았는데 중반 이후 알게 모르게 형세가 근접하더니 결국 종반에 와서는 어떻게 졌는지 무엇 때문에 졌는지 알지도 못한 채 패배의 쓴맛을 본다.”며 이창호 9단의 바둑을 흑도(黑道)에 비유하기도 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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