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근처에 새로 집을 장만한 장주주 9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이 바둑관계자들을 저녁식사에 초청했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루이 9단과 서툰 한국말로 술과 음식을 계속 권하는 장주주 9단의 모습은 한국기원에서 마주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기분 좋은 자리에서 아부성 멘트를 날리는 기자에게 "뻥치시네~" 라며 한국에서 배운 농담을 던지는 루이 9단 때문에 참석한 사람들은 연신 폭소를 터뜨렸다. 식사가 끝나고 술잔이 오가자 장주주, 루이 부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원래 인터뷰를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으나 장주주,루이 부부의 최근 동정과 다양한 이야기를 바둑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대화의 일부분을 기사화 한다.

평소에 어떻게 지내나? 바둑을 제외한 일상이 궁금하다.

루이: 취미생활이 많은 편이다. 책도 많이 보려고 하고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붓글씨도 쓴다. 50세가 넘으면 그림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 어릴 때 화가가 꿈이었다. 바둑이 너무 좋아서 그림은 배우다가 말았다.

장주주: 인터넷으로 카드게임(본인은 겜블이라고 말함)을 즐겨한다. 요즘은 책 쓰는 일에 몰두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아 자주 못하는 편이다.

음식이 아주 맛있다. 평소에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 같은데?

루이: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다. 요리사이트를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더 맛있겠지만 손님을 초대했으니 부족하더라도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고 싶었다.한국 요리도 많이 배워서 순두부, 김치, 된장찌개도 가끔 해 먹는다. 이사하면서 갖고 싶었던 전자오븐도 장만했다.

장주주: 나는 뒷정리나 도와주는 정도이다. 이런 부분에서 0점짜리 남편인데 아내가 이해해 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어떤 여행이 기억에 남는가?

장주주, 루이: 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미국 , 캐나다, 스위스, 체코, 그리스 모두 아름답다. 한국은 부안이 기억나고 경주도 가봤는데 대국 때문에 관광을 별로 못해 아쉽다. 왕십리(한국기원이 있는 동네)가 최고다 (웃음).

부부사이가 좋은 것 같다. 부부싸움은 안하나?

루이: 예전부터 좋은 친구였다. 이젠 연인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싸움은 별로 안하는 것 같다.

장주주: 아니다. 가끔 싸운다(같이 웃음). 미국에 있을 때 내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다가 늦게 들어올 때 싸움을 많이 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가끔 하는 정도라 이해해 준다.

바둑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루이: 사람들이 바둑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집중력, 예술성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온다. 나는 솔직히 그런 것은 잘 모른다. 바둑이 삶 자체일 뿐이다. 바둑이 없다면 내 인생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살면서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데 일찍 자신의 길을 찾은 계기가 무엇인가?

루이: 솔직히 어릴 때는 그냥 좋다는 생각만 했고 다른 것은 없었다. 약 10년 동안 공식대국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지도 바둑을 두면서 수입은 괜찮아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승부바둑을 두지 못 한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요즘도 지도바둑은 가능하면 정중히 사양하는 편이다. 지금은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하다.

요즘 많은 일을 준비 한다고 하는데?

장주주: 오청원 선생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4~5월 정도에 원고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청원과 이창호를 비교한다면?

장주주: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모두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고 시대가 다르니 비교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약간의 차이는 말할 수 있다.

오청원 선생이 활동할 당시는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고 있었다. 당시 적국이었던 일본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선생에겐 바둑으로 일본에서 성공하는 것이 최선의 애국이었을 것이다.

이창호 국수가 활동한 시기는 조금 다르다. 바둑을 하기는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다른 유혹을 포기하고 바둑에만 매진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어떻게 보면 오청원 선생은 당시 바둑말고 매진할 다른 일이 없었다. 이런 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주주: 이 일이 끝나면 조훈현 선생과 이창호 국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이다. 국적이나 나이를 떠나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오청원 선생 기다니 선생을 포함해 이 분들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부분을 연구하고 발굴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부부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과 함께 상패가 한개 놓여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승을 한 루이 9단이지만 놓여 있는 상패는 준우승 상패였다. "다른 상패는 모두 창고에 있어요" 라며 수줍게 웃는 그녀. 준우승 상패를 보며 와신상담 하려는 승부사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면 과한 생각일까? 40대 중반에 들어서도 여전히 여류 최강의 위치를 지키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창호 9단에 많이 이겼는데?

루이: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 한국에서 그와 바둑을 두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조혜연 7단이 요즘 주춤한데?

루이: 아무리 훌륭한 기사라도 그럴 때가 있다. 요즘 학교생활 때문에 바둑에 조금 소홀했다고 들었다. 이제 휴학도 하고 다시 바둑에 매진한다니 기대된다.

분명한건 혜연이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나한테 많이 이겼지만 그것이 혜연이의 전부가 아니다. 곧 전성기가 오면 많은 남자기사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기사가 될 재목이다.

바둑을 이겼을 때와 졌을 때 기분은 어떤가?

루이: 물론 이기면 좋고 지면 아프다. 그러나 졌을 때의 아픔은 이겼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겨서 좋은 기분은 금방 잊혀지지만 졌을 때 느끼는 아픔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가장 아팠던 대국은?

루이: 삼성화재배에서 야마다 기미오 9단에게 진 바둑이다. 많이 좋았던 바둑인데 마지막에 계속 실수를 했다.

장주주 9단의 바둑을 보면 어떤가?

루이: 남편의 바둑을 잘 안보는 편이다. 두는 내내 가슴이 떨리고 위까지 아프다. 이기면 물론 좋지만 지면 너무 슬프다.

지지옥션배 예상을 한다면?

루이: 여자팀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

장주주: 나는 아직 본선진출이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상관 없이 여자팀이 유리할 것 같다.

가장 기대되는 여자기사는?

루이: 혜민이나 민진이 하진이 모두 강하다. 내가 빠져야 더 강한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장주주: 최근 백지희 초단에게 졌다 (2007년 1월 25일 KBS바둑왕전 예선 2회전). 나는 박지은 6단이나 조혜연 7단보다 백지희 초단이 더 무섭다. 요즘 여자기사들이 굉장히 잘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