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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사냥으로 이어진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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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신이 떴다. 농심배 역사에 이창호를 빼놓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오히려 14연승이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어 작년 단 한번의 패배가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최근의 컨디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고, 아무리 슬럼프라고 떠들어도 이창호란 이름 석자는 변함없다. 마주앉은 상대방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위엄을 지니고 있다. 큰 승부면 움츠러드는 콩지에는 그러한 무게 앞에 초중반의 우세를 지켜내지 못했다.  제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3국 백 : 이창호 9단(한국주장) 흑 : 콩지에 7단(중국4장) 장소 :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 날짜 : 2007. 02. 08 결과 : 134수끝, 백불계승 장면 (빛나는 승착)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바둑의 아킬레스건은 포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초반 고전, 후반 역전’의 패턴이 공식마냥 되풀이됐다. 백이 승부를 결정지은 시점은 중후반. 모양 속의 흑을 공격하는 기회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터트린 백1이 빛나는 묘수. 승착이 됐다. 실전진행1 (역전스토리) 백1은 거대한 백집의 지붕을 닫는 한편 우중앙 흑에 대한 공격까지도 내다본 원려한 수. 흑은 어떤 식으로든 보강이 필요하다. 흑2는 타이트한 응전. 백이 받아줄 것으로 기대했다기보다 백집을 깎으면서 얼마든지 살 자신이 있다는 태도였을 것이다. 백3ㆍ5로 급소를 짚으면서 집과 눈을 빼앗았다. 이제 A로 연결하는 정도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흑6에 백7이 길이 남을 맥점! 참고도1 (미세한 승부) 후반이 강하고 침착한 콩지에가 흑1로 지키는 수를 생각지 않았을까. 물론 흑1이면 백2의 잽에이어 8까지 울타리를 친 백모양이 웅대해진다. 이 그림에 대한 형세판단이 확실치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국내검토진도 “그래도 흑”, “백이 해볼 만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으니 대국자가 1분 안에 답을 내리긴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참고도2 (앉아서 진다) 흑의 주문은 백1로 받아달라는 것. 받아주면 흑2부터 힘 안 들이고 편하게 산다. 빤히 지는 줄 알면서 이와 같이 순응해 줄 프로는 없다. 중앙 백집이 완성되는 반면 흑집도 쏠쏠하게 생겨나 백이 못 이긴다. 실전진행2 (잡느냐, 사느냐) △에 끼운 수는 초읽기에 몰린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아래위 흑을 선수로 분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콩지에는 흑1로 응했고, 이창호는 백2를 준비해 두었다. 백6이 버림돌의 묘. 백8ㆍ10은 수읽기를 할 시간을 벌며 공격에 만전을 기하는 벽쌓기. 이윽고 백12로 흑의 연결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참고도3 (공격은 완화시키지만) 흑1로 아래쪽에서 받으면 실전처럼 신랄한 공격은 피할지 몰라도 하변 흑집이 적잖이 쪼그라든다. 장차 백A로 붙이는 끝내기가 남았으며, 그렇다고 중앙 흑이 공격의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도 아니다. 참고도4 (흑집이 거덜난다) △에 들여다봤을 때 흑1로 연결하며 버틸 수는 없을까. 이번에도 하변 흑에 대해 백2부터 6까지 선수 권리를 가동시킨다. 계속해서 백8로 빠지면 흑9는 부득이하고, 백10으로 끊으면 흑11도 필연. 백12로 모는 것이 선수여서 애써 장만했던 하변 흑집이 거덜난다 참고도5 (무책임하다) 키워버리는 맥을 구사하지 않고 성급하게 차단하는 것으로는 뜻한 바를 못 이룬다. 흑은 2로 연결하고 백3으로 끊으면 흑4로 장문을 친다. 이제 백5로 움직여도 때가 늦다. 흑6으로 늘었을 때 백7 이하 수를 내겠다는 생각도 흑14에 이르러 물거품이 된다. 축에 걸리므로 백15에 끊는 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참고도6 (역시 어렵다) 달리 흑1로 늘어서 버티는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이때에도 백은 4에 끊는다. 백8까지 절대일 때 석점이 잡혀선 안 되므로 흑9도 필연. 백10은 흑A를 방비한 수. 여기서 흑은 11로 연결할 겨를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쪽이 백12부터 패에 걸린다(백16 다음 흑B로 나가도 백C로 회돌이축). 백의 팻감이 널려 있어 이 변화 역시 흑이 견딜 수 없다. 실전진행3 (대마를 함몰시키다) 잡으면 이기고, 또 살아도 이기는 쌍방 승부수의 충돌. 형세에 확신이 서지 않은 콩지에는 백모양 쪽으로 발을 뻗었고, 이창호는 집이 깨지는 걸 감수하며 정확한 수읽기로 흑대마를 함몰시켰다. 그 속엔 끼움수라는 멋들어진 묘수가 동반됐다. 참고도7 (살 길이 없다) 여기에 이르러선 흑이 어떻게 변화해도 도저히 살릴 길이 없다. 흑1엔 백2로 궁도를 좁혀가서 그만. 또 흑1로 A에 두면 백B로 역시 잡는다. 콩지에는 맥 빠진 채로 몇 수를 더 두어보다 돌을 거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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斫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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