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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 착각 그리고 해프닝
잠시 꺼진 조명이 다시 켜지는 4월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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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드라마 속에 흠뻑 빠진 8개월이었다. 4월 20일 신성건설-제일화재의 개막전부터 12월 17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까지 총 60경기, 262국이 바둑판 위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하나둘씩 망울을 터트리던 봄꽃은 계절이 세 번 옷을 갈아입은 사이 새하얀 눈꽃으로 단장했다.  42.195Km를 내달린 마라톤 레이스. 곳곳에서 펼쳐진 반전의 파노라마. 이보다 드라마틱한 승부는 없었다. 숨가쁜 선두 다툼과 자고 나면 요동치는 4위 쟁탈전. 최종라운드에 이르러 정규시즌 우승팀과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비로소 형체를 드러냈고, 혼돈에 빠진 순위 싸움은 맨 마지막 뚜껑이 닫힌 다음에야 가려졌다. 꼬리에 꼬리를 문 백지 한 장의 차이. 그것이 곧 승부였다. 60경기, 262국의 대장정 첫날부터 자정을 넘기는 반집승부로 출발, 뜨거운 전장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짜릿한 반집으로 최종국의 명암을 갈라놓았다. 리그 초반 호랑이 등에 올라탄 한게임이 4연승을 독주할 때만 해도 싱거운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움텄다. 빈번한 무승부 경기는 관객들로부터 적잖은 화살을 받았다. 그러한 기우는 반환점을 돌면서 사라졌다. 무승에 허덕이던 하위팀들이 집념의 첫승을 따내며 순위 경쟁에 불을 지피자 바둑판 위는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여기저기서 명승부를 연출했고 파란과 이변은 또다른 색깔로 361로의 용광로를 달궜다. 간간이 튀어나온 착각과 실수도 관객들의 눈을 붙들어매는 양념거리가 됐다. 승점 3점의 위력은 컸다. 어느 팀이든지 연승하면 곧바로 치고 올라왔고, 연패하면 곤두박질쳤다. 상위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고, 하위팀엔 포기는 이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적은 밑바닥부터 생기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막판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파크랜드의 분전은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팀의 진로와 무관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파크랜드의 4강길을 가로막은 김형우와 한게임의 2위 탈환을 저지시킨 고근태는 냉엄한 승부세계와 아름다운 승부사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부득불 팀순위가 매겨졌지만 그 차이는 반 뼘에 불과했다. 꼬리를 문 반뼘차 순위 갖가지 기록도 얼버무려졌다. 다승왕으로 날아오른 이창호와 최철한, 8연승의 강동윤, 서른아홉 개의 대마를 잡아들인 조한승. 공식 기록 외에도 목진석은 4연속 반집승부를 빚어내어 ‘반집 마술사’의 새 별명을 얻었고 서건우는 칠전팔기를 실천했다. 지난날을 회상하듯 조훈현-이창호 사제는 354수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 최장수수의 기록을 썼다. 팀원 간의 조화와 부조화는 ‘따로국밥’과 ‘찰떡궁합’으로 희비가 갈라지며 팀플레이의 쌍곡선을 긋기도 했다. 예측을 불허하는 승부는 포스트시즌에도 계속됐다. 쓰러지지 않는 끈끈한 생명력. 무한한 잠재력의 발산. 수치로 드러난 전력 이외의 변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기적 같은 역전드라마. 361로의 열기는 극에 달했다. 갖가지 신선한 시도들은 한국바둑의 새 지평을 열었다. 반외의 머리싸움을 펼친 오더제는 색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했으며 지방 투어는 사각의 틀에 갇혀 있던 바둑이 세상으로 나와 바둑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승화됐다. 그 밖에 지역연고제, 감독관제 등도 한국바둑의 미래를 밝혔다.  숙제거리도 생겼다 한국바둑리그가 출범한 지 3년. 막 걸음마를 뗀 아이지만, 알알이 열매가 익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물도 안겼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줄어들긴 했으나 입방아에 오르내린 무승부 경기는 흥미를 반감시킨 요인. 실력 편차가 크지 않은 4명이 겨루는 현행 시스템에선 무승부가 생길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포스트시즌처럼 5-5의 대결을 갖기로 중지를 모은 것은 다행스럽다. 승률만 50%인 8무승부보다 승률이 38%인 3승 5패가 나았던 2006한국바둑리그였다. 천편일률적인 대결방식도 연구해 봄 직한 사항이다. 제한시간의 다양화라든지 선수층의 다변화 등도 한 가지 방편이 될 것이다. 또한 ‘의미가 담긴’ 지역연고제의 토착화, 그에 따른 지방 투어의 활성화도 팬들이 요구하는 대목이다. 나아가 조급한 욕심일지는 몰라도 2부리그의 시행 등 점진적으로 공을 쏟아부어야 할 일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무대 위의 불이 잠시 꺼졌을 뿐인데 벌써부터 내년 4월이 기다려지는 건 바둑팬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터. 4개월 남짓한 ‘스토브리그’ 동안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찬란한 조명이 다시 켜지질 기대한다. ◇ 바둑리그를 물들인 묘수ㆍ착각ㆍ해프닝 한 판이라도 한쪽으로 제쳐두기엔 아까운 내용들이지만 특히 흥미를 끈 몇 장면을 모아봤다. 등수를 매길 만큼의 절대적인 장면이 아님을 먼저 밝혀둔다. <묘수 하나, 속수 같은 묘수>  홍성지(백) - 김형우, 1R 2경기 좌상 백대마의 수습이 당면의 과제. 속수 같은 백1이 흑에게 틈을 주지 않는 상당한 묘수였다. 백7 또한 좋은 수순(흑8로 9는 백A). 압박을 받던 백대마가 선수로 안정, 절대 우세를 구축했다. 단수를 먼저 결정짓는 것은 악수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주 적절했다.  △와 ▲를 교환시킨 효과는 흑1ㆍ3의 반발을 없앴다는 데 있다. 백4로 돌려치는 순간 흑이 두점을 이을 수 없는 것. 수순 중 흑3으로 4에 나가면 즉각 백A로 패를 건다. 계속해서 흑3으로 따내더라도 백에겐 B의 곳 절호의 팻감이 대기하고 있다. <묘수 둘, 분란 잠재운 1선의 묘>  박영훈(백) - 김지석, 11R 3경기 형세 불리를 의식한 백이 좌변의 시빗거리 깨기에 온몸을 던진 장면. 얼핏 백3으로 붙여 수가 됐구나 싶은 순간 흑4가 단꿈을 깨워버린다. 자충을 이용한 1선젖힘의 묘수. 백5로 막았으나 흑6 때 응수가 없다(백8은 흑A로 촉촉수). 도리어 피해를 가중시킨 백은 몇 발자국 못 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1선의 묘수를 당하고선 더 이상 버틸 면목이 사라졌다. 백1은 흑2~6으로 촉촉수. 또 백1로 A의 곳을 바짝 메우는 것도 흑이 B에 뛴다.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백이 이기지 못하는 수싸움이다. <착각 하나, 수읽기 귀재의 헛팻감>  이세돌(백) - 이영구, 7R 1경기 ‘1수 30초’는 전광석화 같은 수읽기 솜씨를 지닌 이세돌에게도 부담스러운 압박일까. 상변 패싸움을 둘러싼 공방에서 팻감이랍시고 행사한 백2가 헛발질. 실수를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흑3으로 따내자 이내 돌을 거두었다. “세돌 형이 두었기에 처음엔 팻감이 되는 줄 알았다”는 이영구. 백2로는 A나 B로 공배를 메우는 것이 올바른 팻감 사용법.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 백1ㆍ3으로 메워 봤자 흑2ㆍ4에 응수가 끊긴다. 자충 때문에 백A로 두지 못하는 것. 그렇다고 백3으로 A에 두면 흑B로 그만이다. <착각 둘, 버그 걸린 신산의 수읽기>  이창호(백) - 김만수, 12R 3경기 대마사냥을 시도해 봄 직한 타이밍을 여러 차례 흘러보냈던 백이 난데없는 장면에서 욕심이 동했다. 백1이 엉뚱한 상상력. 흑2로 버틸 경우, 백1과 관련된 활용수단이 많아 흑을 잡을 수 있다고 여겼으나 흑4가 놓이자마자 고개를 떨구었다. “형세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는 이창호의 국후 고백이 있었는데 백1로 2에 이었더라면 백이 우세했다.  가운데 흑대마는 4의 곳이 선수여서 이미 살아있는 돌. △와는 전혀 무관하다. 7연승을 달리던 이창호는 이 바둑을 패해 연승상 꿈이 깨졌고 팀의 포스트시즌행은 난관에 부딪혔다. <해프닝 하나, 멈칫대다 한수 놀았다>  조한승(백) - 박정상, 2R 3경기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하 방면의 백대마가 두 눈이 확실치 않은 형태. 계가바둑으로 갈까, 아예 잡아버릴까. 망설이던 박정상의 손길이 떨어진 흑1은 이도 저도 아닌 헛손질이었다. 9까지 △ 여섯점을 2수를 들여서 잡은 모습. 흑1로 9에 두었더라도(그것이면 한번에 잡는다) 백은 2ㆍ4로 살아야 하므로 흑은 괜스레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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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s34
이긴도리
단야
황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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