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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맞은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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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바둑’의 대명사 서봉수가 삼성화재배를 통해 ‘화려한 외출’을 하고 있다. 지천명을 훌쩍 넘긴 얼굴이 여간 반갑지 않다. 세계무대는 93년 응씨배, 국내무대는 99년 LG정유배를 마지막으로 우승자 명부에서 사라졌지만 팬들은 변함없이 그의 승부욕을 갈망한다. 와일드카드로 줄어든 입지를 장웨이 천야오예 왕야오, 중국의 신진 정예들을 떠밀고 보란듯이 4강에 이름을 올렸다.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번기 제1국 ○서봉수 9단(한국) ●창하오 9단(중국) - 장소 :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 날짜 : 2006. 12. 05 - 결과 : 207수끝, 흑불계승 장면 (침입과 공격) 네 귀를 차지한 흑의 실리, 좌변과 하변에 걸친 백의 세력이 대치한 국면. 서봉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기풍은 아니지만 요사이 세력작전을 심심찮게 구사해 재미를 보고 있다. 중반 작전의 기로에서 창하오는 흑1에 뛰어드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허술한 부분을 찌르는 침입의 급소. 백2의 강인한 압박부터 이 바둑의 희비를 갈라놓은 중대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참고도1 (실속이 없다) <장면> 백2는 첫 느낌에 떠오르는 수. 검토실 한편에선 잠시 동안 백1ㆍ3으로 붙이고 끊는 변화가 연구됐지만 내실이 없다는 평. 흑A, 백9, 흑B를 방비해서 백9가 필요할 때 흑14까지 자리를 잡고 안정하면 백집이 날 곳이 전부 지워진 꼴이다. 백1로 5에 씌우면 흑A가 맥. 참고도2 (불만이 크다) 하변에서 흑에게 수단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백1쪽을 뻗어야 하지만 흑2로 밀어올 때 당장 곤란해진다. 백3은 절대. 그러나 흑4로 시원스럽게 뛰쳐나가버리면 백모양의 일부분이 깨졌을 뿐만 아니라 오른쪽 백일단이 허약해진다. 어느 쪽이 쫓기는 돌인지 알 수 없어 백이 크게 불만스럽다. 실전진행1 (사실상의 승착) 서봉수는 8강 관문을 통과한 다음 대진 추첨에 앞서 창하오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상대전적(3승 1패) 우세를 의식한 발언이라기보다 한국기사를 피해서 불타는 승부를 펼쳐보고 싶었으리라. 흑1ㆍ3으로 두어 놓고 흑5에 들여다본 수가 적시타. 사실상의 승착이 됐다. 서봉수는 이 수를 읽지 않은 반면 창하오는 진작부터 봐 두었다. 참고도3 (맞보기로 흑이 걸려든다) “흑이 무리하는 게 아닌가.”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 같은데….” 하변의 공방은 처음엔 흑이 곤란한 것으로 비쳐졌다. 그냥 1에 이을 경우 백2부터 6이라는 좋은 수순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백A부터 축으로 석점을 잡는 수와 백B로 두점을 잡는 수가 맞보기가 되어 흑이 못 견딘다. 참고도4 (잇다간 낭패 본다) 끊자고 들여다봤는데 백1로 이을 수 없다. 이으면 흑도 2로 한점을 살린다. 이번엔 <참고도3>과 사정이 달라져 흑8이 축을 방비하고 백9로 조여오는 수에 대한 방비도 겸한다. 수순 중 백5로 단순히 7에 뻗으면 흑5. 계속해서 백10으로 흑 두점을 잡아야 할 때 흑A로 △ 두점이 장문으로 잡힌다. 백의 파탄. 실전진행2 (타협은 부득이하지만) 오랜 고민을 했지만 별다른 묘안이 없다. 타협은 부득이하다. 그러나 이 바꿔치기는 오른쪽의 백이 두터워지긴 했어도 상대 진영에서 넉점을 잡아들인 흑의 성공작. ▲가 A 또는 B로 움직이는 뒷맛도 백으로선 신경 쓰인다. 이 전투에서 잃은 점수는 결정적일 만큼 크지는 않지만 창하오는 정밀한 형세판단과 함께 끝까지 우세를 지켰고, 서봉수는 미세한 차이로 뒤를 따라다녔다. 쾌청하던 여정에 처음으로 비바람이 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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