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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을 기다린다
3연승으로 부산대회 대미를 장식한 박영훈의 상하이 원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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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으로 억눌렸던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진 탓일까. 그의 얼굴 위로 눈에 익은 웃음이 자꾸 떠오른다. '어린 왕자'라고 불리던 시절 자주 보여주었던 바로 그 웃음. '안경 너머 이쁜 초승달 두 개'라고 했던가. 그랬던 거 같다. 맞춤법엔 어긋나지만 어쩐지 '예쁜 초승달'보다는 '이쁜 초승달'로 표현하고 싶었던 그때 그 두 눈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그의 얼굴은 수려하다. 해맑은 웃음은 그대로지만 이제 '천진난만하다'고 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늠름함이 깃들어있다. 당연하다. 검색해보니 벌써 4년 전의 일. 제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 베이징(北京)대회에서 구리(古力), 왕리청(王立誠), 창하오(常昊), 장쉬(張栩)를 연파한 뒤 있었던 인터뷰 기사였으니까. 열일곱 나이보다 앳된 소년의 얼굴을 가졌던 그가 이제는 당당한 스물 한 살의 청년으로 돌아왔다.대부분의 기자들은 박영훈을 좋아한다. 그에게는 승부세계 정상의 프로가 갖기 어려운 미덕이 하나 있다. 프로바둑계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박영훈처럼 웃는 얼굴로 선뜻 응해주는 스타는 흔하지 않다. 이기든 지든 큰 승부를 마친 뒤 온몸을 휘감아오는 피로는 모든 감정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8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 부산대회 마지막대국 대 천야오예(陳耀燁)전을 끝낸 뒤 가진 즉석 인터뷰에서도 ‘뭐, 어제랑 다를 것도 없을 텐데…’라며 머리를 한번 쓱 쓸어 올리고는 금세 취재진이 원하는 대로 포즈를 취해준다. 사실, 박영훈이 부산대회 3연승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베이징대회의 참패가 부산대회로 이어질 무렵 팬들의 기대를 모은 기사는 한발 앞서 출전했다가 초반 구상의 실패로 고배를 삼킨 동갑내기 원성진이었다. ‘국내랭킹은 박영훈보다 낮지만 ‘2006 한국바둑리그의 활약이나 안정감에서는 원성진이 낫다’고 할 만큼 박영훈의 최근 전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의 눈에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부진은 2006 한국바둑리그 6승 7패의 전적. 전체기전 전적 53승 28패(승률 65%)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천하맹독’ 최철한을 기성의 권좌에서 끌어내리며 정상의 구도를 재편하고 2005 한국바둑리그에서 9연승의 파죽지세로 소속팀 신성건설의 우승을 이끌었던 ‘불패왕’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무엇보다 팬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박영훈이 최근 10국 전적에서 3승 7패, 특히 부산대회 직전 3국에서 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원성진마저 무너지면서 팬들의 뇌리에는 자연스럽게 지존 이창호까지 출전해야 했던 6회 부산대회의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는 부산대회 마지막대국에서 ‘속기천재’ 뤄시허(羅世河)를 꺾고 홀로 상하이(上海) 원정에 나선 이창호가 신들린 5연승으로 기적 같은 우승을 끌어냈으나 그 불패의 신화는 지난해 상하이대회에서 일본의 우승과 함께 무너졌다.  ‘역대최강의 멤버이며 우승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팀이 최악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팬들의 마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던 박영훈이 어둠 속에서 홀연히 일어섰다.절정의 리듬을 과시하며 6연승을 노리던 중국의 ‘작은 이창호’ 펑췐(彭筌)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쳐 힘겨운 첫 승리를 끌어내더니 일본의 새로운 ‘체감1인자’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대륙의 샛별’ 천야오예(陳耀燁)마저 연파하며 한국우승을 향한 희망의 횃불을 높이 들어올렸다. 박영훈은 최근의 부진에 대해서 ‘슬럼프’라는 표현을 정중하게 사절했다.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성적이 워낙 좋은 데다 상대적으로 올해 한국바둑리그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두드러지게 비교가 되는 것이지 전체 성적을 보면 그렇게 나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3승 7패, 특히 부산대회 직전까지 기록한 3연패도 별다른 부담이 아니었다는 표정이다. 2007년 2월에 속개될 3라운드 상하이대회에서 격돌할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에 대해서도 ‘후지쯔배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하이대회에서 몇 승을 더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늘어선 중국의 콩제(孔杰), 구리(古力)와의 승부도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 도중 ‘누가 최강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곤란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몸을 비튼다. ‘참고로 말하면 최철한 사범은 이세돌 9단이 최강자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는 힌트(?)도 주어졌지만 끝내 누가 최강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정상의 강자를 다섯 명쯤 꼽는다면 자기 자신은 들어간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는 ‘뭐, 사람들이 (나를)사천왕으로 꼽아주니까….’라는 재치를 보였다. 어쩌면 이 겸손한 청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누구하고 겨뤄도 지지 않는 나’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질문이 끝날 때까지 취재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것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박영훈 특유의 웃음이었다. 이제는 당당한 청년의 얼굴이지만 소년기의 수줍음이 조금은 남겨진 듯한, 안경 너머로 곱게 휘는 이쁜 두 개의 반달을 거느린 바로 그 웃음.  3연승으로 부산대회의 대미를 장식한 박영훈은 ‘상하이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기대가 된다. (내 뒤에는)이창호 9단이 있지만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고 싶다’며 연승의 집념을 보였다.'왕의 귀환'이다. 몰락해가는 왕국 곤도르의 왕위 승계를 외면하고 은자처럼 떠돌던 아라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악의 군주 사우론을 무찌르고 위대한 왕국 곤도르의 왕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영훈은 4년 전 제4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 베이징대회를 몽땅 쓸어 담는 4연승을 기록했다. 그가 자신의 기록을 넘어 후야오위(胡耀宇-4회), 이창호(6회), 펑취엔(8회)이 차례대로 기록한 5연승까지 뛰어넘는 최다연승의 기록으로 스스로 만든 ‘왕의 귀환’ 시리즈를 멋지게 마무리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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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조천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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