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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돌부처, 대마를 휘어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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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스타워즈. 삼성화재배 본선무대가 열리는 매년 9월의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은 반상의 별들로 빛난다. 사방으로 초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늑한 무대. 그 속에서 대회통산 가장 치열했던 정글을 헤쳐나온 예선통과자와 각국의 시드, 그리고 역대성적 상위자가 초청을 받아 우승을 향한 꿈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내딛는 출발선에 선 11번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제11회 삼성화재배 32강전 ○후야오위 7단(중국) ●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 날짜 : 2006. 09. 06 - 결과 : 121수끝, 흑불계승 장면 (클린 히트) 이창호와 후야오위는 삼성화재배에서 밀접한 끈을 맺어왔다. 세계대회에서 8번씩이나 맞닥뜨리는 일이 흔치 않거니와 그중 6번은 삼성화재배를 통한 만남이었다. 좌변과 좌하 일대를 거대한 백집으로 만드려는 후야오위의 야심찬 포부. 우상 방면에 널브러져 있는 대마의 안위는 개의치 않는 듯 △들로 말뚝박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격하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려 본 걸까. 정도(正道)를 걸어서는 승산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걸까. 공격하던 손길을 멎은 채 흑1로 붙여간 것이 클린 히트. 흑5가 항상 선수인 점에 착안한 수이다. 몇 번에 걸쳐 울타리를 쌓은 곳을 7까지 산뜻하게 도려내자 흑 우세가 형체를 드러냈다. 참고도1 (자체 안정) 이창호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적시적지에 찔러가는 능수능란한 응수타진. 참으로 알맞은 때에 ▲로 붙여갔다. 백1로 타이트하게 치받으면 건너가는 수는 막지만 흑2로 되젖혔을 때 응수가 궁해진다. 백3으로 에워싸려 하는 건 흑4로 안에서 사는 여지를 제공한다. 계속해서 백A는 흑B로 패. 흑에겐 우상 백대마를 공격하는 팻감이 무진장 널려 있는 상황이다. 참고도2 (논외) 지금까지 상대전적은 이창호의 4승 3패. 삼성화재배만 따로 떼어내면 후야오위가 3승 2패로 앞선다. 이창호가 초창기 3연속 우승 이후 더 이상 실적을 보태지 못한 건 후야오위에게 거푸 발목을 잡힌 탓이기도 하다. 백1로 차단하는 것은 논외.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흑2면 △들은 죽은 목숨. 이 넉점을 뜯기고선 승부를 다투지 못한다. 실전진행 (더는 못 참는다) 백1의 수비가 필요, 결국 백진이라고 주장했던 일각을 선수로 허물었다. 그러고 보니 △의 위치도 조금 수상쩍다. 흑2는 우상 백대마를 볼모로 한 성동격서의 전법. 중앙쪽에 무게를 둔 백3은 대마를 염려한 대응책이다. 두텁게 정리하려는 흑6에 대해 백7로 버티자 이창호는 더는 참지 않고 직격탄을 날려 대마를 격침시켰다. 참고도3 (풍전등화) 백1에서 3은 좌변의 집을 고수하려 할 경우의 수법. 그 대신 백을 두텁게 만들어준다. 흑8에 백9로 잡아야 하고, 흑10에 백11이 불가피하다. 흑10에 꼬부린 두터움은 막강 그 자체. 그렇지 않아도 생사가 불투명했던 백대마가 이와 같은 강력한 배경이 쌓인 뒤라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나 다름없다. 참고도4 (대마 함몰) 백대마가 허우적거리다 끝내 함몰된 종국의 상황. 백1로 이쪽 한점을 움직이려 해도 흑2에 길이 막힌다. 또 우변쪽도 흑6 다음 응수 두절. 백A로 움직여도 흑B, 백C, 흑D로 몇 발짝 못 나간다. 후야오위는 흑6에서 고개를 떨궜다. 불과 121수만이었다. 참고도5 (중앙의 변화) 중앙쪽은 백1로 나가도 흑2가 길을 막는다. 백3으로 끊으면 흑4로 회돌이. 백3으로 4에 두면 흑A부터의 환격이 대기하고 있다. 백이 ▲를 잡는 방안은 전혀 없다. 이창호에게 집바둑으로 이긴 기사가 몇일까마는 후야오위는 실리노선으로 판을 짰다. 집을 잔뜩 챙기고 공격을 해볼 테면 해보라는 극단적인 태도. 그에 맞서 이창호는 두터움으로 발빠른 상대를 따라잡고, 가당치 않은 버티기엔 화를 내서 대마를 휘어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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