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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당신이 남긴 “문화”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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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 가셨습니까. 오신 듯 가셨습니까.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신 그 날 이후,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뜻으로 오셨습니까. 뜻 없이 오셨습니까. 50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이 지리산 자락에 결핵으로 피곤한 몸을 누인 후, 한낮에 불현듯 깨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둑판을 등에 지셨습니다. 그 후 시중으로 나선지 어언 50년이 흘렀습니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여 조국에 돌아오신 선생님은 바둑을 길로 삼았습니다. 바둑판을 그 어깨에 메고, 동분서주 길 없는 길을 잡아 한 길을 걸어 오셨습니다. 앞서 간 길을 따라감에는 그 누군들 어렵겠습니까. 그러나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그 노력은 고행이라고 불러도 오히려 부족할 것입니다. 2. 선생께서는 10대에 일본에서 바둑을 배운 후, 21세에 그리던 우리 땅에 돌아오셨습니다. 고향 땅, 그 흙먼지 날리는 불모의 땅에 푸른 세상 만들려고 돌아 오셨습니다. 그것이 1945년 가을. 바로 그 때였습니다. 바둑을 심고자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선생께서는 바둑보다는 "문화"를 심고자 오셨습니다. 선생께서는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바둑이 불모지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둑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바로 그 점이 문제라고. 그렇습니다. 그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마음으로 선생을 불러봄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가 바둑을 즐기는 애기가에 불과하지만, 오늘 선생을 떠나보내는 그 아쉬움은 선생의 문화에 대한 목마름 때문입니다. 굳이 되새길 필요도 없이 선생이 걸어오신 길은 화려합니다. 1956년 이후 국수전 9연패. 아니, 그보다도 “선생(조남철)이 와도 이 바둑은 못 이겨.” 그 인구에 회자되던 그 말 하나에 선생의 업적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선생은 문화를 만드셨습니다. 문화의 정체성이 단 한 사람에 모아지던 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사건이자 현실이었습니다. 사실, 이점이야말로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형상화하느냐에 대한 답 없는 답일 것입니다. 문화는 삶의 지표인 것. 아니, 삶의 지향점을 이루는 그 길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르는 것. 3. 그렇습니다. 선생께서는 바둑을 두신 게 아닙니다. 선생께서는 문화를 두셨습니다. 바둑이라는 이름을 빌려 선생께서는 해방 이후 문화에 목마른 우리에게 물을 길어주셨습니다. 문화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을 먹고 사는 것. 형식을 살리기 위해서 내용을 살펴 다지는 것. 그렇습니다. 선생께서는 바둑이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가 문화를 어떻게 살려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후인들은 알고자 할 것입니다. 선생이 이루신 것이 무엇이고, 선생이 어떻게 그 일을 성취했는지에 대해서 “선생께” 묻고 싶을 것입니다. 4. 굳이 그들에게 선생의 시간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바둑을 어떻게 향유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어제 우리가 바둑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돌아보면 답이 될 것입니다. 선생은 답할 필요도 아쉬움도 없을 겁니다. 5. 선생이 6.25 격전지에서 입은 부상의 고통과, 1967년 관철동 한국기원 기공식 때 흘리신 남모를 눈물은 시대를 멀리 내다본 선각자의 아픔이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선생을 불러보게 합니다. 선생님, 어디 가셨습니까. 남겨준 문화의 뜻을 우리는 어떻게 새겨야 합니까. 우둔한 우리에게 한 마디라도 더 남겨주시면 아니 되었습니까. 선생님, 가셨습니까. 오신 듯 가셨습니까. 문용직 5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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