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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로 넘은 7전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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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서 몰아치는 광풍 속에서도 후지쯔배는 한국의 아성.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은 올해도 5명을 8강에 올려놓아 9연패 위업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2번 우승한 이창호와 3번 우승한 이세돌, 강력한 우승 후보끼리 8강에서 맞닥뜨린 건 애석하다. 한국 득세로 빚어진 상황. 그 대신 난관을 통과한 쪽은 우승길에 가속을 당긴다. 형제대결임에도 최대의 흥행 카드다.  제19회 후지쯔배 8강전 ○이세돌 9단(한국)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중국기원 - 날짜 : 2006. 06. 03 - 결과 : 300수끝, 백4집반승 장면 (기름 부은 과속) 최고봉을 놓고 숨가쁜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양웅이 모처럼 세계무대에서 마주앉았다. 20개월 만. 오랜만의 만남을 화끈한 싸움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포석의 골격을 짜기 전에 점화된 공방. 그 결말의 형체가 드러날 즈음 흑1이 재차 기름을 부었다. 쏜살같이 날아든 백2의 끼움. 다시금 풍운에 휩싸인다. 참고도1 (안전한 한칸) 하변쪽은 흑이 1수를 들이고 싶은 곳. 손을 빼더라도 흑대마가 죽을 일은 없지만 백에게 1의 자리를 선수로 당해서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 건 비참하다. 흑1의 한칸이면 안전하다. 이랬으면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팽팽한 가운데 중반 이후의 힘겨루기에 돌입했을 것이다. 참고도2 (흑의 의도) 흑이 그린 구상 가운데 가장 달콤한 변화. 이와 같이 된다면야 근거를 갖출 뿐만 아니라 백집보다 큰 흑집이 형성된다. 일방적 진행. 특히 상대가 이세돌이라면 일언지하에 외면당할 터. 실전진행1 (사려 깊은 저항) △를 본 이창호는 흑1로 젖혔다. 귀의 백에 대해 선수가 아니냐는 생각. 그러나 이세돌은 백2로 외면했다. 이 수에 의해 ▲는 길 잃은 외기러기. 그렇다면 좌하 백의 생사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보통 날일자로 달리면 잡는다는 것인데 호락호락하지 않다. 둘러싼 흑이 불완전하기 때문. 그러한 사정을 파악한 백2였다. 참고도3 (확실한 연결) 첫눈에 엷어 보이는 ▲는 흑1이 선수인 점을 의식한 발상. 선수일지라도 섣불리 결정지어 버리는 것은 악수가 된다. 백2가 놓임으로써 위쪽 흑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 그렇더라도 이후의 파장을 짐작했다면 흑1, 3으로 연결하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에는 흑1을 강요한 주문이 담겼다(수순 중 흑1로 3은 백A로 좌우가 분단된다). 참고도4 (산뜻한 연결) 이창호는 응당 백1로 받아줄 것으로 믿었다. 그럴 경우 흑2로 넘는 자세가 산뜻하다. 요컨대 백A가 듣지 않으므로 흑B의 악수를 둘 필요 없이 흑2로써 좌우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전진행2 (일촉즉발의 상황) 강한 힘으로 이창호의 가슴을 누차 울렸던 이세돌은 최근엔 7연패를 당하며 균형이 무너졌다. 기나긴 연패 사슬에 묶여 있다. 주문대로 따르는 건 당한 꼴이라 판단, 서로 반발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백8로써 ▲는 무용지물. 다른 카드가 없는 흑은 9부터 불가피한 공세다. 실전진행3 (구구도생하는 흑) 우하에서 크게 손해를 입은 흑으로서는 좌하 백을 꼭 잡아야 타산이 맞는데 뒤탈 없이 접수할 여건이 안 된다. 백3이 좋은 수. 흑4부터 간신히 끝선을 타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흑이 구구도생을 꾀하는 거나 다름없다. 결국 대마가 얽힌 복잡한 싸움은 패. 그 과정에서 흑은 상하를 연결시켰지만 좌하 백을 살려줄 수밖에 없어 백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참고도5 (소화가 안 된다) 곧장 막는 흑1은 수상전을 해보자는 태도. 하지만 백2와 백6, 두 번의 먹여침으로 수수를 줄이고 백8로 1선에 뛰게 되면 흑이 귀의 백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수상전은 패가 나는 형태이다. 참고도6 (양패로 포획) ▲가 위쪽으로의 연결과 양패를 맞보기로 삼으려는 뜻이었다면 <실전진행3>의 백3은 그것을 능가하는 호착. 단순히 백1로 연결을 방해하는 것은 이하의 수순으로 양패를 내준다. 양패는 무한정의 팻감 재료는 되지만 이 부분만으로는 무조건 잡힌 것과 같다. 참고도7 (건넘은 불가) 마지막 의문점은 흑1. 눈목자로 달리면 위쪽과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흑의 형태에도 약점이 존재한다. 흑을 자충으로 이끈 다음 백8로 먹여치면 비명을 질러야 하는 흑. 이세돌은 화끈한 승부로 7연패 굴레를 벗어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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