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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안주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지역바둑 활성화와 프로입단 문호 확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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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바둑 활성화, 프로입단 문호 확대. 현대 세계바둑의 향도를 자임해온 한국바둑이 그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이 두 개의 숙제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 민감한 현안. 최근 월간 바둑 6월호에 ‘지방 바둑 활성화를 위하여’라는 칼럼을 기고해 프로, 아마 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재윤(李在允) 대구바둑협회 회장(대한바둑협회 수석 부회장)을 만나 10여 년 동안 지속돼온 그의 소신을 들어보았다. 6월 26일 오후 2시 30분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한바둑협회 이사회에 참석차 잠시 서울에 올라온 이재윤 회장은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로 꼽히는 대구 덕영치과병원(德榮齒科病院) 원장. 의사라지만 크레졸 냄새가 배인 하얀 가운보다는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는 최고경영자가 더 어울리는 사람. 대학시절에 매료된 바둑에 이끌려 바둑계 깊숙이 몸을 담게 됐고 이제는 바둑계를 이끌어 가야 할 중책을 맡고 있다. 손종수(이하 손)- 최근, 이 회장님이 월간바둑에 기고한 ‘지방 바둑 활성화를 위하여’라는 칼럼을 읽어보았습니다. ‘지역바둑 활성화’나 ‘프로입단 문호 확대’는 전혀 새로운 논제가 아닌데 이번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재윤(이하 이)- ‘지역바둑 활성화’나 ‘프로입단 문호 확대’에 관한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오기만 했을 뿐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바둑계의 숙제입니다. 새삼스럽게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게 된 이유는 대한바둑협회가 새롭게 발족되고 바둑이 대한체육회에 준 가맹단체로 승인을 받게 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손- 말씀하시다시피 ‘지역바둑 활성화’나 ‘프로입단 문호 확대’는 꾸준히 제기돼오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어려운 숙제입니다. 사실, 원론적인 의미에서 ‘지역바둑 활성화’나 ‘프로입단 문호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 이 숙제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각 프로기전 예산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장애죠. 월간 바둑을 통해 제시하신 방안으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이- 제가 제시한 ‘지역바둑 활성화 방안’이 ‘프로입단 문호 확대’와 맞물려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지역바둑 활성화 방안’을 위한 지역의 프로선발제도는 바둑계 일각에서 제시된 ‘무조건적인 프로입단 문호 확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저는 무작정 프로들의 숫자를 늘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행 프로입단제도는 다 중앙에서 치러지게 돼있어서 지역에서 재능이 뛰어난 어린이가 발굴돼도 다 서울로 보내집니다. 이래서는 프로들의 숫자만 늘어날 뿐 지역바둑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제시한 방안은 매년 6대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각 1명씩 6명의 프로를 선발하자는 겁니다. 지역에서 프로를 선발해야 해당지역에 연구생제도가 도입될 것이고 그런 절차를 밟아 프로를 지망하는 꿈나무들도 해당지역의 바둑교실에 몰려들게 될 것입니다. 간단한 경제 논리입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긴다는 말이죠. 지역과 중앙의 불균형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겁니다. 손- 그렇군요. 지역의 프로선발제도가 지역바둑 활성화에는 분명한 기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각 프로기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꺼리는, 프로 증가에 따른 대국비용 부담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단순한 산술논리로는 지역의 프로들이 늘어나는 만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텐데요. 이- 그 문제는 좀 다릅니다. 프로 증가에 따른 예산증액의 부담은 지역프로 선발 여부에 관계없는 현안입니다. 현행 입단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매년 9명씩 새로운 프로가 선발되기 때문에 프로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예산증액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6명의 프로를 선발하면, 현재 지역프로를 매년 1명씩 선발하고 있으니까 5명을 늘리는 것인데요. 전체 프로기사 211명의 2%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이 정도가 어차피 매년 9명씩 늘어나는 부담에 얼마나 더 큰 부담을 가중시킬까요? 그것은 대단한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문제를 역발상으로 풀고 싶어요. 지역에서 프로를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자연히 지역 연구생이 늘어나 그들을 가르칠 프로들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의 연구생을 거쳐 프로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 현재 뒷걸음질치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바둑교실도 활기를 되찾게 되겠지요. 그렇게 수요가 늘어나면 거기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겁니다. 자연스럽게 지역바둑도 활성화하겠지요. 저는 오히려 지역의 프로선발제도가 프로기사 증가에 따른 한국기원의 여러 고민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손- 이 회장님의 ‘지역바둑 활성화 방안’과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프로입단 문호 확대를 반대하는 분들 중에는 ‘프로의 질적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프로입단 문호를 확대하면 그것은 한동안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토너먼트 프로들의 무대는 어차피 강자만이 살아 남는 냉엄한 세계죠. 전체적으로는 프로가 약해졌다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타이틀을 획득하는 정상의 프로, 국가를 대표해서 세계대회에 출전하게 될 프로들은 현재의 정상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최강의 프로들일 것입니다. 전체 프로들의 총체적 전력이 좀 약해진다는 것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오히려 토너먼트 프로와 레슨 프로를 엄격하게 가름해 각각 전문적인 영역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프로바둑에도 ‘토너먼트’와 ‘레슨’이라는 전문영역이 설정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프로가 가르치는 데도 더 뛰어나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죠. 토너먼트에 실패한 프로가 레슨 프로로서 더 큰 재능을 발휘하고 부와 명예를 얻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미 그런 실례를 보인 프로들도 많지 않습니까. 손- 혹시 지역바둑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에서 선발된 프로는 그 해당지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가 된 이상 거주와 출전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되겠지요.다만, 각 지역에서 선발된 프로들의 활약이 커져 프로바둑에도 한 지역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애향심을 자극하는 지역의 스타들이 겨루는 승부의 무대야말로 팬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볼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월드컵 축구경기가 개최될 때마다 자발적으로 결성되는 ‘붉은 악마’와 같은 지역의 서포터스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이들은 바둑에 기꺼이 돈을 쓸 수 있는 양질의 팬이죠. 그런 팬들로 이루어지는 바둑의 시장이 커져야 합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바둑계의 목소리도 더 큰 권위를 갖게 되고 기업의 후원도 규모가 달라질 것입니다. 손- 주장하시는 ‘지역바둑의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각 지역에서 프로기사를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인데요. 앞에서 열거하신 것 이외의 장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이- 프로,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기전에 대한 기업의 후원을 안정시키는 일은 바둑계의 영원한 과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이 있기 마련인데 지역의 프로 즉, 해당지역의 프렌차이즈 스타가 탄생하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후원을 유도하는 일도 훨씬 쉬워질 겁니다. 대구만 해도, 32년만인가요? 이번에 김형우 초단을 배출했는데 벌써 대구 영남일보에서 후원을 자임하고 나서지 않았습니까? 작은 규모의 드림리그로 출발해 이제는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30억짜리 리그로 성장한 ‘2006 KB 한국바둑리그’를 봐도 이런 일들은 결코 망상이 아닙니다. 손- 어떤 일이든 기획보다는 실행의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실패를 하게 됩니다. 주장하신 방안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프로, 아마 바둑계 전반을 아우르는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떻습니까? 이- 그렇지요. 이런 일은 어느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바둑계 구조에 대한 변화 즉, 시스템 혁신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이 있습니다. ‘위험이 높은 만큼 수익도 높다’는 뜻인데 ‘모험 없는 곳에 이익도 없다’는 말과 같죠. 제가 10년이 넘게 거론해온 방안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이유는, 조훈현 九단의 잉스배 제패와 이창호 九단의 등장으로 맞았던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데 바로 그 기회가 대한바둑협회 창립, 바둑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 인정 등으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찾아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바둑계의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이재윤 회장의 마지막 말은 최근 은퇴한 도요타 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73세)의 ‘변화가 안주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금언을 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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