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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깨뜨린 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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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의 지구전. 한수를 놓는 데 26분이 걸리기도 했으며, 오전대국 3시간 동안 고작 34개의 돌만 놓여졌다. 초읽기는 90수도 못 돼서 들어갔고, 100수가 안 돼서 끝내기 국면을 맞았다. 이창호와 이영구, 닮은꼴의 두 기사는 마치 탐색전에 임하는 듯 느림과 유장함으로 도전1국을 전개해 나갔다.  제40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1국 ○이창호 9단 ●이영구 5단 장소 : 한국기원 날짜 : 2006. 06. 23 결과 : 206수끝, 백1.5집승 장면 (기백의 가르기) 집바둑 양상. 서로 상대방의 모양을 견제하는 흐름 속에서 불꽃이 반짝 튀겼다. 수습하는 백1에 대해 흑2는 우변을 도모하려는 뜻. 흑4도 같은 맥락이다. 이때 오전의 마지막 수 백5가 떨어졌다. 일방적인 수세에 몰릴 수 없다는 기백 실린 가르기. 암중모색에 갇혀 있던 정적을 깨뜨렸다. 참고도1 (기대) ▲에는 백1 쪽의 퇴로를 통해 달아나라는 강요가 담겨 있다. 흑2로 우변을 확보하고 흑4 또한 호처. 추격의 리듬을 타면서 좌하 백모양을 지우는 구실도 겸한다. 이창호는 이 진행을 마땅찮게 여겼다. 참고도2 (활용) 백의 반격을 미연에 방지할 기회는 있었다. 적당한 시기에 흑1을 활용하면 된다. A로 붙여가는 수가 있으므로 백2는 필요한 보강. 그렇다면 흑1은 거의 선수로 듣는 셈이다. 다만 흑1과 백2의 교환은 백을 굳혀주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손해. 이영구가 흑1을 아낀 이유이다. 실전진행 (차단) 본선토너먼트제로 바뀌면서 연이어 참신한 도전자를 배출하고 있다. 작년 옥득진에 이어 이영구도 빅타이틀전 첫 등장. 11연패에 나선 이창호는 다시금 후배의 도전장을 받았다. 흑1은 차단하겠다는 의지. 백도 2, 4로 최강의 응전이다. 흑5는 생각해 볼 대목이었다. 흑9 다음 백A, 흑B로 △들을 겨누었으나 백C로 틀을 잡자 후속 공격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도3 (주문) 좌변 두점을 희생한 실전은 실리 면에서 커다란 손실. 그럴 바에야 〈참고도2〉처럼 아낌없이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를 백1, 3으로 잡아가는 건 무책. 흑은 실리의 손실을 줄이면서 백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흑의 주문. 참고도4 (일책) 두점을 살리는 구상을 그려봄 직했다. 흑1은 백2부터 뚫리지만 흑7까지 놓임으로써 중앙의 백일단이 더욱 약화된다. 또한 좌상 ▲는 숨통이 끊긴 게 아니고 흑A로 뻗으면 귀살이가 가능하다. 공격으로 승부를 걸어간 이영구의 전략은 호방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줄곧 끌려가는 난국에 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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