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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바둑은 집 많은 사람이 이기는 거야!’
하이라이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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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일본 바둑을 주름잡았던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9단. 그는 자신의 전성기 시절 ‘나는 상대방의 공격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말한 적이 있다. 어떤 공격도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백 넘치던 그의 입담은, 당시 그가 어떠한 기풍을 선보였을지 어림짐작하고도 남는다. ‘선실리 후타개’로 압축되는 사카다 9단의 스타일은 예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현대 바둑의 대표적인 전술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현대 바둑이 돌의 두터움을 중요시하는 사고가 많이 발전하면서 실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선실리 후타개’는 훌륭한 전술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5월 27일에 벌어진 2006한국바둑리그 한게임 김성룡 9단과 영남일보 박영훈 9단의 대결을 하이라이트 두 번째 명승부로 소개한다. 이 경기에서 김성룡 9단은 사카다 에이오 9단을 떠오르게 할 만큼 전형적인 ‘선실리 후타개’ 작전을 선보였다. 초읽기 공방 속에 두 선수 모두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는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장면1(공격의 포문) 김성룡 9단의 흑번이다. 초반부터 흑돌이 3선을 중심으로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 철저히 실리로 무장해 타개로 승부하겠다는 김성룡 9단의 의지가 엿보이는 포석. 박영훈 9단은 공격을 그리 즐겨하는 기사가 아니지만 흑의 실리작전에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 포문은 백△의 모자씌움부터 시작됐다. 백△는 상변 흑대마가 아직 완생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간접적인 공격을 펼쳐보자는 성동격서의 의미가 짙은 수. 실전진행1 흑은 당연히 흑5자리를 먼저 뛰어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백에게 이 자리를 연타 당하면 상당히 갑갑해진다. 모양의 급소. 그러나 김성룡 9단은 흑5자리를 먼저 두지 않고 흑1로 귀를 젖힌다. 실전은 백이 귀를 받아주면서 상변사활 관계상 흑이 조금 이득을 봤다. 흑5로 한 칸 뛴 후 백6으로 다시 한 번 씌워갔으나 먼저 씌워간 것과 상당한 차이다. 흑5자리를 백이 먼저 두었다면 어땠을까? 참고도1(한 발 먼저 공격했으면?) 이하 참고도와 같이 백2자리를 먼저 두었다면 좌변 흑 두 점이 순식간에 엷어진다. A와 B의 양쪽 치중수도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흑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악수교환을 해 삶을 모색한다면 백이 초반부터 대세를 휘어잡을 공산이 크다. 백이 한 발 앞서 공격의 불을 당겼어야할 장면. 박영훈 9단의 공격력이 조금 미흡했던 장면이다. 장면2 (사활문제를 풀어보시오!) 김성룡 9단의 계속된 실리작전에 박영훈 9단이 화를 낸 장면. 백7로 집모양을 없애면서 상변 흑대마를 겨누고 있다. 흑이 중앙으로 탈출하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에 자체 삶을 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듯한데, 흑의 다음 한 수는? 실전진행2 (공격이 최선의 방어) 흑1의 치중이 삶의 급소였다. 상변 흑대마를 에워싸고 있는 백말도 아직 못살았다고 강조하는 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이 잘 적용되는 장면이다. 기세상 백8까지 흑대마를 포위했지만 연이어 나온 흑9가 좋은 수. 사활 관계상 백10의 먹여치는 수는 어쩔 수 없다. 이하 흑13까지 각생의 형태를 취하며 흑대마가 무사히 살았다. 첫 번째 위기를 멋지게 넘긴 김성룡 9단의 선방. 참고도2 (응수 두절) 백2로 바로 응수하는 것은 흑에게 걸려든다. 흑7로 이어가는 순간에 백 전체가 사활이 걸린 패가 된다. 이것은 더 이상 백이 둘 수 없는 그림. 장면3 (중앙 타개는?) 중반전이 한창이다. 백은 상변 흑대마 공격에 실패했지만 그 대가로 중앙 모양을 꽤 넓혔다. 흑이 중앙 모양을 어느 정도 삭감해야 될 장면. 흑1의 응수타진에 연이어 흑3으로 중앙을 견제하자 백4로 차단한다. 백4에 흑5로 다시 한 번 뛰어나간 수가 기세의 진행. 타개에 자신 있다는 주장이다. 백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8까지 흑의 연결고리를 차단한다. 두 선수 모두 기세로 맞서고 있다. 실전진행3 (침투와 타개) 장면3 이후의 수순이다. 흑은 백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며 공격의 피해를 최소화 시켰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타개. 27로 끼운 수가 좋은 타이밍이다. 뒷맛을 매설해 놓은 지뢰. 김성룡 9단은 27까지 진행해놓고 29로 뛰어들어 백의 최대 보고인 좌하귀를 공략한다. 선악을 떠나 침투와 타개의 일관된 작전이 눈부시다. 실전진행4 (엎치락뒤치락?!) 실전진행3에서 계속되는 수순. 백1로 따낸 수는 뒷맛을 깨끗하게 제거한 수로 우변 흑일단에 대한 노림도 내포하고 있다. 백1의 수에 흑은 마이웨이를 외치며 흑2로 철저하게 실리를 벌어들인다. 이하 수순 중 흑16이 졌다면 패착의 오명을 벗어나기 힘든 수. 실리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17자리로 나갔으면 백의 중앙 두터움이 소멸되며 흑이 미세하나마 우세한 국면이었다. 백에게 17로 막히면서 혼전양상이다. 백35는 백1로 둘 때부터 노려왔던 패. 실전진행5 (팻감을 응수했다면?) 패의 결말에 의해 승부의 명암이 드러날 장면. 흑4의 팻감에 불청하고 백5로 패를 해소한 것이 패착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박영훈 9단은 우변패를 이기면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흑6의 빵때림이 작지 않았다. 중앙 백집이 없어지고 흑집이 붙으면서 승부의 추는 미세하나마 흑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끝내기 공방전을 펼친 결과 승부는 김성룡 9단의 2집반승. 박영훈 9단으로선 아쉬운 한 판 승부였다. 참고도3 (흑의 팻감이 없다). 흑▲의 팻감에 백1로 이어두면 흑은 다음 팻감이 마땅치 않다. 백은 A와 B의 팻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 백1로 패를 받아둘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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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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